/1/106557/coverbig.jpg)
/0/77560/coverbig.jpg)
제2화 연성준은 쓰레기보다 못한 남자
연성준이 이혼을 거절한 이유는 간단했다. 허가원이 돌아오기 전, 어르신들을 상대해 줄 사람이 필요했고, 어르신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고 있는 차윤서가 최적의 선택이었다.
차윤서는 가끔 그에게 묻고 싶었다. 그는 정말 그녀를 바보라고 생각하는 건 아닌지? 그렇지 않으면 그녀가 그의 불륜을 숨기는 데 협조할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는 걸까?
더욱이 오늘 갑자기 이혼을 요구한 그의 무덤덤한 태도에 가슴 한구석이 아려왔다.
6개월 동안 괜찮다고 스스로를 위로했지만, 실망 가득한 마음은 숨길 수 없었다.
무거운 숨을 길게 내쉰 그녀가 소파로 향하더니 휴대폰을 손에 쥐었다.
지난 2년 동안 한 번도 연락하지 않은 부하 '생쥐'의 연락처를 찾은 그녀가 바로 메시지를 입력했다. "최근 연씨 그룹에 무슨 문제가 생긴 건 아닌지 확인해. 연성준이 혹시 불치병에 걸렸는지도 확인하고."
메시지를 보내자마자 바로 답장이 도착했다.
"정...정말, 윤서 누나 맞아요?"
"누나 문자를 다시 못 받게 될 줄은 생각지도 못했어요!"
"윤서 누나, 2년 만이에요!"
"그동안 어디서 지냈어요?"
쏟아지는 문자에 미간을 잔뜩 찌푸린 그녀는 빠르게 메시지를 입력했다.
"빨리 알아내."
생쥐는 빠르게 꼬리를 내렸다. "네, 누나!"
휴대폰을 소파 위로 던진 차윤서는 조용히 앉아 답장을 기다렸다.
만약 연성준이 그녀를 힘들게 하지 않으려고 이혼을 계획한 거라면, 더는 따지지도 않고 그를 용서하고 도와줄 것이다. 하지만 그가 그녀를 두고 정신적으로 외도한 거라면? 그녀는 가차없이 그를 버릴 것이다.
30분 후, 휴대폰 화면이 밝아지며 생쥐에게서 문자가 도착했다. "회사는 아무 문제 없어요. 건강에도 아무 이상 없는데, 왜 확인하라고 한 거예요? 연성준은 얼굴도 잘생긴 데다, 돈도 많아요. 누나와 잘 어울릴 것 같은데, 누나도 잘생긴 남자 좋아하지 않나요? 먼저 연락해 보는 것도 좋은 것 같아요."
차윤서는 차갑게 코웃음을 치며 답장을 보냈다. "눈이 삐어도 단단히 삐었네."
그리고 휴대폰을 다시 소파에 던졌다.
회사에도 아무 문제 없고, 건강에도 이상이 없다면 원인은 단 하나. 연성준은 쓰레기보다 못한 남자이기 때문이다.
생쥐는 이미 꺼진 휴대폰 화면은 당황한 얼굴로 내려다봤다. 윤서 누나 기분이 나쁜가?
테이블 위에 놓인 이혼 서류를 한참이나 가만히 내려다본 차윤서는 옆에 놓인 펜을 들어 단호하게 사인을 한 다음 서랍에 집어넣었다. 그리고 나서 무표정한 채 돌아서서 곧장 욕실로 향했다.
샤워를 마치고 나온 그녀가 휴대폰을 확인하자, 읽지 않은 메시지 수십 통과 부재중 전화 32개나 와 있었다.
확인할 필요도 없었다. 별명이 생쥐이자 그녀의 부하인 백경이 그녀와 연락한 소식을 동네방네 떠벌린 것이 분명했다.
미처 말리지 못한 머리에 수건을 두른 채 휴대폰을 확인하고 있던 그때, 요란한 소리와 함께 휴대폰이 울렸다.
발신자는 다름 아닌 그녀의 아버지였다. 미간을 깊게 찌푸린 그녀는 심장이 철렁 내려앉는 것을 느꼈다.
2년 동안 아무 연락도 없었던 아버지가 왜 갑자기 연락한 걸까?
그녀가 어머니 일 때문에 제도를 떠난 후, 두 사람은 약속이나 한 듯이 서로에게 연락 한 번 하지 않았다.
휴대폰을 화면을 가만히 내려다보며 고민에 잠긴 그녀는 결국 통화 버튼을 꾹 눌렀다. "여보세요."
전화너머에서 답답한 침묵만 흐르자 인내심이 한계에 달한 차윤서가 통화를 마치려 할 때, 휴대폰 너머에서 차호섭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미나야."
이 이름은 이미 기억에서 완전히 지운 이름이었다.
"무슨 일이에요?" 차윤서는 싸늘한 목소리로 최대한 태연하게 물었다.
잠깐 망설이는 듯한 차호섭의 목소리에는 죄책감이 가득 묻어나 있었다. "네가 백경에게 연성준에 대해 알아보려 한다는 것을 들었다. 아빠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말해."
"필요 없어요." 그의 간섭에 불쾌감을 느낀 차윤서는 날카롭게 쏘아붙였다.
휴대폰 너머에서 침묵이 한참 이어지더니 차호섭의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연성준 대표와는 무슨 사이야?"
"부부예요." 태연한 그녀의 얼굴 표정과 달리 입술 사이를 비집고 나온 말은 충격적이었다. "곧 이혼하게 될 테지만."
차호섭은 충격에 완전히 말문이 막혔다. 차윤서가 연성준과 결혼을 했다고?
"너..."
"더 할 말 없으면 이만 끊을게요." 차윤서는 그와 더 이상 의미 없는 말들로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았다.
"잠깐!"
휴대폰 너머에서 차호섭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으나 또다시 이어지는 침묵 속에서 두 사람은 휴대폰을 쥔 손에만 더욱 힘을 주었다.
한참을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차호섭이 드디어 입을 열었다. "언제 돌아올 거야? 그 여자는 이제 없어."
그녀가 전화를 끊을까 두려웠던 차호섭은 다급하게 덧붙였다. "네 엄마 물건도 그대로 있어."
휴대폰을 더욱 꽉 잡은 그녀의 얼굴 표정이 미세하게 흔들리더니 차갑게 말을 뱉었다. "알겠어요."
말을 마친 차윤서는 망설임 없이 통화를 마쳤다.
이미 끊긴 통화를 내려다본 차호섭은 만감이 교차하며 말 못 할 섭섭함에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갑작스러운 결혼도 모자라 이혼에 관한 말은 묻지도 못했는데...
그러나 차윤서는 그의 생각 따위 조금도 궁금하지 않았다. 휴대폰을 비행 모드로 전환한 그녀는 수건으로 머리를 말린 다음 침대에 누워 잠을 청했다.
고요한 밤은 빠르게 지나갔다.
다음날 아침 8시가 되자 잠에서 깬 그녀는 옷을 갈아입고 아침을 먹었다.
메이크업에 더욱 공을 들인 그녀의 피부는 결점 하나 없이 빛났고, 생기 넘치는 도톰한 입술은 촉촉하고 매끄러웠다. 진정한 무기는 바로 눈을 뗄 수 없을 정도로 날카롭게 빛나는 그녀의 두 눈이었다.
그녀의 얼굴에 피어나는 밝은 미소는 다른 사람의 기분도 금세 좋아지게 할 수 있는 매력이 있었다.
연성준이 도착했을 때, 그녀는 모든 준비를 마치고 소파에 앉아 기다리고 있었다. 머리를 뒤로 묶은 그녀는 베레모로 포인트를 줬다.
연성준을 발견한 그녀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우아한 손짓으로 코트를 어깨에 걸쳤다.
"출발하죠." 작은 핸드백을 손에 쥔 그녀의 목소리는 차분하고도 또렷했다.
꼭 맞는 맞춤 정장을 입고 나타난 연성준은 자리에서 꿈쩍도 하지 않았다. "오늘은 못 갈 것 같아."
그 말을 들은 차윤서는 미간을 미세하게 찌푸렸다.
"오늘 급한 일정 때문에 안 돼." 귀찮은 기색이 역력한 얼굴로 고개를 돌린 그의 목소리가 유난히 차가웠다. "내일 같이 가."
"연성준 씨."
명령조에 가까운 그녀의 목소리를 연성준은 극도로 싫어했다.
"나 오늘 메이크업도 완벽하게 했어." 차분하게 들려오는 그녀의 목소리는 무시할 수 없는 특유의 분위기가 묻어났다. "월요일에 법원에서 아무 문제 없이 이혼하고 싶다면, 급한 일정은 뒤로 미루는 게 좋을 거야. 난 약속을 어기는 사람을 싫어해."
눈을 가늘게 뜬 연성준은 그녀를 말없이 바라보더니 밖으로 나가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었다.
간간이 들려오는 목소리는 허가원의 병원 재검사에 관한 말들이었다.
차윤서는 핸드백을 더욱 세게 움켜쥐며 나지막이 욕설을 퍼부었다. 연성준은 그녀와 약속을 잡은 날에도 허가원을 걱정하고 있었다.
차윤서의 일그러진 얼굴을 눈치채지 못한 연성준은 평소와 사뭇 다른 그녀의 예쁜 모습에 계속 눈길이 갔다. 부드러우면서도 검소한 평소의 모습과는 완전히 달랐다.
전화를 끊은 그는 그녀가 어느 백화점에서 쇼핑할 건지 묻자 차윤서는 제일 비싼 명품 백화점을 쇼핑할 거라고 답했다.
이건 쇼핑이 아니라 일부러 사치를 부리는 게 틀림없다. 오전 10시가 되자 그녀의 뒤를 따르는 네 명의 경호원들의 손에는 각종 명품 브랜드 로고가 박힌 쇼핑백이 가득 들려 있었다.
쇼핑하는 동안 연성준의 휴대폰은 메시지 알림음이 끝없이 울렸다.
차윤서가 다른 명품 액세서리 매장 안으로 들어가는 것을 본 연성준의 얼굴이 어둡게 굳어졌다. 그녀는 쇼핑으로 마음을 달래는 것이 아니라, 일부러 그의 심기를 건드리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챕터 목록
총 183장
/0/90084/coverbig.jpg)
/0/61841/coverbig.jpg)
/0/97747/coverbig.jpg)
/1/103513/coverbig.jpg)
/1/109668/coverbig.jpg)
/1/129329/coverbig.jpg)
/1/129395/coverbig.jpg)
/1/129328/coverbig.jpg)
/1/129330/coverbig.jpg)
/1/131294/coverbig.jpg)
/1/131303/coverbig.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