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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제2장 이혼 합의서에 서명하다
이준재는 그 말을 듣고도 얼굴에 일말의 동요도 없었다.
그는 넥타이를 고쳐매고는, 비웃음 가득한 얼굴로 그녀를 돌아보았다. "어젯밤 내가 네 도움을 거절해서 그러나?"
어젯밤 일을 떠올린 임하늘은 마음과 몸이 모두 끊어질 듯 아파왔다.
이준재는 담담한 표정으로 말했다. "방금 이예원한테 연락 왔어. 최씨 그룹 프로젝트를 따낸 건 네 공이니, 배당금은 두둑이 챙겨주마."
임하늘의 몸이 뻣뻣하게 굳었다.
이예원…… 그가 가장 아끼는 여동생.
그녀는 어젯밤의 술자리를 떠올렸다. 자신을 그곳으로 끌고 간 것은 분명 이예원이었다.
이준재의 일과 관련된 것이기에 임하늘은 소홀히 할 수 없었다. 술을 마시지 못하면서도 억지로 버틴 것은 어떻게든 그를 위해 힘이 되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런 끔찍한 결말이 기다리고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
그리고 이예원의 그런 행동은 이준재의 눈에는 그저 어린아이의 실수일 뿐, 그는 전혀 개의치 않을 터였다.
절망의 나락으로 떨어진 임하늘은 오히려 마음의 고통이 느껴지지 않았다. 그녀는 비꼬는 투로 말했다. "그렇게 나온다면 차라리 시원하게 끝내죠. 어젯밤 일은 이미 세상 사람들이 다 알게 됐을 텐데, 강성의 신흥 강자인 이준재 씨가 어찌 저 같은 상품 때문에 신분에 오점을 남기시겠어요?"
이준재가 그녀 앞으로 다가와, 거만하게 내려다보며 쏘아붙였다. "상품? 3년 전, 골수를 빌미로 나와 결혼했을 때 네가 뭐라도 된 줄 알았나? 지금과 다를 바 없어."
3년의 부부 생활 동안 그가 이렇게 가까이 다가온 적은 거의 없었다.
그가 베푼 것은 친밀함이 아닌, 상처였다.
임하늘은 그 자리에 멍하니 서서, 과거에 몰래 그를 훔쳐보던 때를 떠올렸다. 남들에게는 냉정할지언정 이토록 모질지는 않았던 그가, 왜 유독 자신만을 이토록 증오하는 걸까.
마치 두 사람 사이에 누구도 알지 못하는 철천지원수라도 진 것처럼.
그녀가 더 생각할 틈도 없이, 이준재는 손목 시계를 힐끗 보고는 귀찮다는 듯이 말했다. "아침은 됐고, 점심이나 만들어서 회사로 보내."
……
임하늘은 그의 말을 듣지 않았다.
그의 막돼먹은 태도는 한두 번이 아니었다. 예전 같았으면 임하늘은 그저 묵묵히 받아들였겠지만, 오늘은 이혼을 꺼낸 데다 그대로 자취를 감춰버렸다.
열두 시가 지나자 비서 최성훈이 점심 도시락을 들고 들어왔다.
이준재는 도시락을 훑어보았다.
외부 고급 식당에서 주문한 음식이지, 임하늘이 만든 것이 아니었다.
그는 불만스러웠지만 점심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 간단하게 요기만 하는 둥 마는 둥 했다.
솔직히 지난 3년간, 그의 입맛은 완전히 임하늘에게 길들여져 있었다.
점심을 제대로 먹지 못해 가뜩이나 기분이 좋지 않은데, 사무실로 돌아오니 임하늘이 보낸 이혼 합의서가 놓여 있었다.
그의 얼굴이 얼음장처럼 차가워진 것을 본 최성훈이 대담하게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대표님, 어젯밤 그 사람이 대표님이셨다고 사모님께 설명 안 하셨습니까?"
이준재의 기억이 어젯밤으로 돌아가자 얼굴이 더욱 어둡게 가라앉았다.
그가 갑자기 마음을 바꿔 그녀를 구하러 간 것은, 순전히 자신의 체면을 구기게 하고 싶지 않아서였다. 하지만 술에 취한 임하늘이 평소와는 완전히 딴사람이 될 줄은 몰랐다. 옷매무새가 흐트러진 채로 그에게 매달려 울며, 애타게 그의 이름만 불렀다.
충동이 치밀어 오르는 순간, 이준재는 자신을 억누르지 않았다.
그녀의 맛이 너무 좋았던 탓인지, 아니면 그가 너무 오랫동안 금욕했던 탓인지, 그는 욕망에 지배당해 멈출 수가 없었고, 밤새도록 그녀를 몰아붙였다.
그에게 이런 하룻밤의 사고는 공론화할 가치조차 없는 일이었다. 더군다나 저렇게 속물적인 여자에게는 충분한 금전적 보상이면 그만이지, 구태여 설명할 필요가 있을까.
이혼이라——
이준재는 합의서 위의 검고 짙은 글자들을 내려다보며 눈가에 조소를 띠었다. 그리고 망설임 없이 서명했다.
그러고는 서류 뭉치를 최성훈에게 내던지며 명령했다. "이건 아내 손에 직접 쥐여줘."
최성훈이 막 나가려 할 때, 문득 무언가 생각난 이준재가 나직이 덧붙였다. "어젯밤 그 여자를 호텔에 데려다준 게 누군지 알아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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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632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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