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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무슨 목적이 있겠어요

온몸이 나른해지는 것을 느낀 김소월은 박운빈의 품에 안기듯이 쓰러졌다. 그리고 두 다리로 그의 허리를 힘껏 끌어당겨 거침없이 입을 맞췄다.

"목적이 그렇게 중요한 건가요? 중요한 건, 당신이 상상 그 이상으로 훌륭하다는 거예요." 입술을 떼고 숨을 거칠게 몰아쉬는 그녀의 입 꼬리가 매혹적으로 올라갔다.

다시 그의 목에 팔을 감은 그녀가 귓가에 낮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박운빈 씨, 우리에게 남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어요. 더 이상의 질문은 하지 않길 바래요..."

곧이어 박운빈의 눈빛이 어둡게 가라앉는 것 같더니 그녀의 허벅지를 번쩍 들어 올려 침대로 걸어가 천천히 눕혔다. 그가 몸을 움직일 때마다 들려오는 쾌락 섞인 신음이 호텔 연회장에서 흘러나오는 웃음소리와 극명한 대조를 이뤘다.

이후 박운빈은 직접 김소월을 안고 욕실로 향했고, 그녀가 샤워를 마치고 욕실 밖으로 나왔을 때 박운빈은 이미 모든 준비를 마치고 있었다.

깔끔한 정장 차림에 금테 안경을 쓴 그가 창가 앞에서 커프스 단추를 채우고 있었다. 조금 전까지 침대에서 그녀와 뜨겁게 몸을 섞었던 사람이라고 상상조차 할 수 없을 만큼 단정한 모습이었다.

김소월은 욕실 문에 기대 통 유리와 맞먹을 정도로 큰 키에 다부진 어깨를 한 남자의 뒷모습을 가만히 지켜봤다. 한 치의 흐트러짐도 보이지 않는 점잖은 남자가 한 마리의 야수처럼 조카의 전 약혼자와 몸을 섞었다는 사실을 누가 믿을 수 있을까?

인기척을 느낀 듯 뒤돌아선 그의 눈동자에 비웃음이 가득 묻어났다. "생각보다 빨리 나왔네."

시계를 확인하고 가까이 다가온 그의 숨결이 그녀의 귓가에 따뜻하게 불어왔다. "내가 급한 마음에 드레스를 찢었어. 난 먼저 내려가 볼 테니, 갈아입을 드레스를 가져다 줄 사람이 곧 올 거야. 잘 여미고 내려와. 어떤 흔적도 알아볼 수 없게."

그의 눈빛이 그녀의 쇄골에 남은 흔적을 빤히 쳐다보는 것 같더니 순간 숨을 거칠게 몰아 쉬는 것이다.

샤워 가운을 그대로 입고 나온 김소월은 미간을 깊게 찌푸린 채 침대에 걸터앉아 말했다. "전 약혼자와 바람난 동생 약혼식에 참석하고 싶지 않아요."

원래 오늘 연회의 주인공은 그녀와 박길남이었지만, 그녀의 이복동생인 김나은이 두 사람의 사이를 비집고 들어와 박길남을 가로챈 것이다. 이미 세상을 떠난 가문 어르신들이 정해놓은 약혼녀가 갑자기 나타나면 분위기만 더욱 어색해질 테니까.

그때, 박운빈이 쌀쌀맞은 목소리로 말했다. "방금까지 침대에서 날 유혹하던 배짱은 어디 갔지? 박길남에게 복수하기 위해 날 유혹한 거 아니었어?"

두 손으로 침대를 누르며 그녀를 품 안에 가둔 그가 잔뜩 비아냥거리는 말투로 말했다. "그동안 노력 많이 했잖아. 박길남이 당신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직접 확인해 보고 싶지 않아? 30분 후에 연회장에 내려와." 권유보다 통보에 가까운 말투였다. "약속한 시간에 내려오지 않으면, 우리 약속은 없던 일로 해."

그렇게 박운빈이 호텔 방을 나서고 홀로 남은 김소월은 넋을 잃은 모습으로 침대에 가만히 누워있었다.

불현듯 그녀는 이대로 박운빈의 손을 잡아도 될지 의심이 피어 오르기 시작했다. 꽤 위험한 남자인 것 같았는데, 정말 현명한 선택일까?

하지만 더 이상 선택의 여지가 없었던 그녀는 위험한 줄 알면서도 그 손을 잡아야만 했다. 그녀의 눈앞에 펼쳐진 절망적인 상황에서, 박운빈은 그녀의 동아줄이자 마지막 희망이었다.

박운빈의 손을 꼭 잡고 있어야만 지금 상황에서 벗어나 그녀와 어머니의 것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다.

김소월이 젖은 머리를 말리고 있을 때, 호텔 방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이렇게 빨리 옷을 보내왔다고?" 고개를 갸웃하며 자리에서 일어난 그녀가 천천히 문을 향해 걸어갔다. 헝클어진 머리에 메이크업도 미처 하지 못한 그녀는 박운빈이 남기고 떠난 여파에 몸도 제대로 추스르지 못해 손님을 맞을 상태가 아니었다.

박운빈의 비서라고 확신하며 방문을 연 그녀는 오늘 연회의 주인공인 김나은이 문 앞에 서 있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김씨 가문에서 사랑을 듬뿍 받고 자란 김나은은 어렸을 때부터 고집불통이었다. 그런 그녀가 대기실에서 메이크업을 받고 있던 중, 이상한 메시지를 전달받았다.

메시지를 보내온 사람은 김소월과 박길남이 호텔 방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직접 목격했으며 몇 시간이 지났는데 아직도 나오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순간 화가 머리끝까지 치민 김나은은 당장에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두 사람이 있다는 호텔 방으로 올라갔다. 방 문을 열고 나타난 김소월의 몸에 서로의 몸을 탐했던 흔적들이 그대로 남아 있는 것을 발견한 그녀는 바로 취조하듯이 추궁했다.

"길남 오빠 어디 있어? 너 길남 오빠 어디에 숨긴 거야?"

김소월은 그런 그녀를 차갑게 식은 눈빛으로 쳐다봤다. "박길남이 어디 있는지 내가 어떻게 알아? 네가 나한테서 그 사람 뺏어간 거 아니었어? 네 약혼자를 네가 잘 간수하지 못하고 왜 나한테 내놓으라 말아야?"

김소월과 박길남은 어린 시절 가문 어르신들끼리 서로 사돈을 맺기로 약속하며 맺어온 인연이었다. 그러나 그녀의 아버지와 정부가 낳은 딸 김나은이 그들 사이에 끼어들면서 두 사람은 몇 달 전부터 부적절한 관계를 맺기 시작했다.

약혼식에서 박길남을 찾지 못한 김나은이 자신을 찾아와 약혼자를 내놓으라고 하다니. 김소월은 대답 대신 비웃음이 가득 묻어난 얼굴로 김나은을 쳐다봤다. 그녀가 아무리 김씨 가문에서 못한 대접을 받았어도, 김나은의 손이 닿은 쓰레기는 줍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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챕터 목록

총 220장

  1. 1장제1화 박운빈 씨, 저 결정했어요
  2. 2장제2화 무슨 목적이 있겠어요
  3. 3장제3화 침대 위의 짐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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