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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한 수 가르치다

눈에 띄게 긴장한 두 남자는 그가 박씨 가문의 후계자인 박우빈이라는 말에 더욱 놀라 숨도 제대로 쉬지 못했다.

눈을 살짝 아래로 뜬 권한별은 치밀어 오르는 분노를 꾹 억누르며 최대한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다시 고개를 들었다. "역시 우리 도련님은 취향도 고급스러워. 두 사람, 도련님께서 흥 깨지 않게 최선을 다해야 할 거야."

고개를 옆으로 돌린 권한별은 박우빈을 향해 장난스럽게 윙크를 날렸다. "우빈 씨도 이번 기회에 잘 배워야 할 거예요. 두 사람 테크닉이 어찌나 부드럽고 훌륭한지, 평생 잊지 못할 경험이었어요. 당신의 거친 손길과는 완전히 다르죠. 난 그래도 참을 수 있었는데, 당신의 가녀린 애인은 결코 견딜 수 없을 거예요."

차갑게 식은 눈빛으로 권한별을 노려본 박우빈은 소파 등받이에 등을 기대앉더니 담배에 불을 붙였다. 곧바로 매캐한 연기가 주위에 피어 오르며, 그의 표정이 몽롱하게 변해갔다.

권한별은 박우빈의 무심한 태도에 짜증이 치밀었다. 마치 그녀의 말에 상처받은 듯한 모습이었는데, 바늘로 찔러도 피 한 방울 안 날 것 같은 남자가 상처받을 리 있겠는가?

결국 분노를 억누르지 못한 권한별이 망부석처럼 서 있는 남자들을 향해 쏘아붙였다. "뭘 기다리고 있어? 박 도련님이 보고 싶다고 하잖아. 너희들이 얼마나 잘하는지 한 수 가르쳐 줘."

말을 마친 권한별은 얇은 슬립의 어깨 끈을 아래로 잡아당겼다.

도리어 권한별의 곁에 선 무명 배우가 화들짝 놀라며 박우빈의 눈치를 살폈다. 박우빈의 날카로운 눈빛에 남자는 반사적으로 고개를 옆으로 돌리며 눈을 감았다.

"한별 누나, 저... 아님, 저희 먼저 나갈게요."

이후 무명 배우 두 사람이 바닥에 널브러진 옷을 주워 입으려 했으나, 권한별의 눈빛에 다시 자리에 얼어붙어야만 했다.

"왜 다들 겁먹은 얼굴이야? 그럴 필요 없어."

권한별이 다시 박우빈을 돌아보자, 군용 외투가 허공을 가로질러 날아오더니 정확히 그녀의 상체를 덮어 시야까지 가리게 만들었다. 눈살을 잔뜩 찌푸린 그녀가 외투를 벗어 던지기 전에, 커다란 손이 그녀의 허리를 낚아채더니 그대로 어깨에 들어 올리는 것이다.

"박우빈 씨, 이게 대체 무슨 짓이에요!" 두꺼운 외투를 뚫고 그녀의 날카로운 비명이 들려왔다.

비록 외투에 얼굴이 가려 박우빈의 표정을 볼 수 없지만, 그의 서슬 퍼런 눈빛에 목숨의 위협을 받을 수 있다는 것쯤은 눈치챌 수 있었다.

오른손으로 권한별의 허리를 낚아챈 그가 왼손에 들린 담배를 가만히 내려다보더니 두려움에 몸을 벌벌 떨고 있는 모델의 등에 그대로 눌러버렸다. 동시에 걸음을 옮겨 신인 배우의 무릎을 발로 걷어차자, 날카로운 비명이 한참이나 이어졌다.

그때, 밖에서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던 손국동이 빠르게 달려와 애원했다. "박 도련님, 싸우면 안 돼요, 말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말로 해결해야 하지 않겠어요?"

"꺼져." 박우빈의 섬뜩하게 깔린 목소리에 손국동은 두려움에 떨며 뒤로 물러섰다. 더 이상 참견할 수 없었던 그는 박우빈이 권한별을 차에 태우고 멀어지는 모습을 지켜보기만 했다.

굉음을 내며 빠르게 멀어지는 군용 지프차는 주인의 화난 심정을 그대로 보여줬다. 구김 하나 없이 반듯하게 펴진 이불에 내팽개쳐진 권한별은 술이 깨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천천히 눈을 뜨자 눈앞에는 두 사람이 결혼식을 올린 후 단 한 번도 같이 밤을 보낸 적 없는 신혼방이 눈에 들어왔다. 씁쓸한 감정이 가슴 깊숙한 곳에서부터 치밀며 입가에 조소가 번졌다. 두 사람이 결혼한지 3년이 지났지만, 평범한 부부라고 말할 수 없는 사이에 가까웠다. 박우빈이 휴가를 받고 나오는 날이면, 아무리 싸웠어도 서로의 온기를 느끼며 잠자리를 했었다. 그러나 각방을 쓰고 있는 두 사람에게 신혼방은 그저 이름만 존재한 방일 뿐이다.

박우빈은 이러한 금기를 기억하지 못한 사람처럼 잔뜩 흥분한 채 그녀를 신혼방에 데려와 침대에 내던졌다.

"박우빈 씨, 지금 뭐 하는 거예요?"

권한별이 침대에서 몸을 일으키려 할 때, 눈이 빨개진 박운빈이 몸을 덮쳐왔다.

"내가 뭘 하려는지 정말 모르겠어?" 이를 악물고 대답한 그가 우악스럽게 그녀의 몸에 걸친 얇은 슬립을 벗겨냈다.

"권한별, 내가 침대에서 부드럽지 못하다고 했지?" 박운빈은 차갑게 웃더니 그녀의 귓불을 아프지 않게 깨물며 연신 뜨거운 숨결을 뿜었다. "부드러운 정사가 어떤 건지 오늘 똑똑히 느끼게 해줄게."

박우빈의 품에서 빠져 나오기 위해 버둥거리던 권한별은 그의 욕정을 더욱 불러일으킬 줄은 상상도 못 했다. 벌을 주듯 귓불을 부드럽게 핥은 그의 차가운 목소리가 뜨거운 공기를 가르고 들려왔다.

"권한별, 유부녀라는 사실 잊지 마."

그때, 박우빈의 휴대폰 벨 소리가 정적을 깨고 들려왔다. 요란하게 울리는 벨 소리를 무시하려 했으나, 주머니에서 끊임없이 울리는 소리에 하는 수 없이 꺼내 확인해야만 했다. 발신자를 확인한 그의 표정이 조금은 누그러진 것 같았다.

그의 안색을 살핀 권한별은 차갑게 비웃으며 그의 휴대폰 화면을 곁눈질로 쳐다봤다. 예상대로 발신자는 그의 첫사랑이었다.

"하." 차갑게 실소를 터뜨린 그녀가 비아냥거리며 말했다. "당신도 유부남이라는 사실 잊지 않길 바라요."

눈을 깜박인 박우빈이 그녀의 의도를 알아차리기도 전에, 권한별은 이미 그의 손에서 휴대폰을 낚아채 통화 버튼을 눌렀다.

"정나래 씨, 안녕하세요."

정나래는 휴대폰 너머에서 들려오는 예상치 못한 소리에 적지 않게 당황한 모습이었다. "권한별 씨, 오랜만이에요." 충격을 이기지 못한 그녀가 말까지 더듬었다.

박우빈이 체념한 듯한 표정을 한 것을 본 권한별의 입가에 웃음기가 더욱 짙어졌다. "네, 저 권한별이에요. 우빈 씨 지금 바빠요. 부부가 오랜만에 만났는데 지금쯤 뭘 하고 있을지 내가 말하지 않아도 알겠죠? 지금은 나래 씨 전화를 받지 못할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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챕터 목록

총 492장

  1. 1장제1화 계속해
  2. 2장제2화 한 수 가르치다
  3. 3장제3화 끼리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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