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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냉각기'는 전혀 냉각기가 아니었다. 그것은 포위 공격이었다.
선우는 자기 방에 틀어박혔지만, 도윤은 집요했다. 그는 몇 시간이고 문밖에서 진을 치고 낮은 목소리로 애원했다.
"선우야, 제발. 나랑 얘기 좀 해."
그는 선물을 보냈다. 그녀가 가장 좋아하는 백합 꽃다발. 이제는 속이 메스꺼워 먹을 수도 없는 비싼 초콜릿 상자. 그녀가 좋아한다고 알고 있던 시집의 초판본. 각각의 선물은 세심하게 고른 추억이었고, 그녀의 결심을 무너뜨리기 위해 고안된 무기였다.
사흘째 되던 날, 그는 문틈으로 쪽지를 밀어 넣었다.
'네가 화난 거 알아. 그럴 만도 하지. 하지만 주아는… 걔는 연약해. 어릴 때 엄마가 돌아가셨고, 네 아버지는 항상 바쁘셨잖아. 내가 돌봐줘야 할 것 같았어. 나한테는 여동생 같은 애야. 그게 다야. 맹세해.'
선우는 쪽지를 읽고 뱃속에서 차가운 혐오감이 뭉치는 것을 느꼈다. 연약한 주아. 선우의 작업실이 불탈 때 미소 짓던 그 여자.
'우리 열 살 때 기억나?' 또 다른 쪽지가 왔다. '네가 뒷마당 큰 떡갈나무에서 떨어져서 팔이 부러졌잖아. 내가 너를 집까지 업고 갔지. 그때 내가 말했잖아. 항상 널 지켜주겠다고.'
그래, 기억났다. 소중히 간직해 온 아름다운 기억이었다. 작지만 단호했던 그의 팔이 자신을 감싸던 느낌, 흙과 눈물로 얼룩진 얼굴로 다시는 아무것도 그녀를 다치게 하지 않겠다고 약속하던 모습.
그 기억은 진짜였다. 그 약속을 한 소년도 진짜였다.
하지만 그는 사라졌다. 그는 그녀가 죽어가는 것을 방관한 남자로 대체되었다. 자신의 목숨보다 불륜을 택한 남자로.
과거는 아름답지만 독이 든 우물이었다. 지금 그 물을 마시는 것은 다시 한번 자신을 죽이는 짓일 뿐이었다.
그녀는 그가 모르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지난 생에서, 화재가 난 지 불과 몇 주 후에 주아는 임신 사실을 발표했다. 아이는 도윤의 아이였다. 그 '연약한' 이복동생은 도윤이 아직 선우와 약혼한 상태일 때 그의 후계자를 임신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 생각에 주먹이 꽉 쥐어졌다. 그 시간표는 그녀의 뇌리에 새겨져 있었다. 주아는 바로 지금 임신 중이었다.
"선우야, 사랑해." 문 너머로 그의 목소리가 감정에 북받쳐 들려왔다. "맹세해, 언제나 너였어. 앞으로도 항상 너일 거야. 평생 이 잘못을 갚으며 살게."
그의 말은 공허한 메아리였다. 그녀는 마침내 문을 활짝 열었다.
도윤이 서 있었다. 그의 잘생긴 얼굴에는 피로와 희망이 뒤섞여 있었다. 그는 순결의 상징인 완벽한 흰 장미 한 송이를 들고 있었다. 그 아이러니가 숨 막혔다.
그녀는 장미를 받지 않았다. 대신 그녀의 시선은 그의 옷깃으로 향했다.
"그 여자랑 같이 있었구나." 그녀가 무미건조하게 말했다.
그는 혼란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뭐? 아니, 계속 여기 있었어."
"네게서 그 여자 냄새가 나." 선우가 한 걸음 다가서며 말했다. 그럴 필요도 없었다. 주아의 역한 재스민 향수 냄새가 그에게서 진동했다. "그리고 옷깃에 립스틱 자국도 있네. 그 여자 색깔. '로즈 페탈 핑크'."
도윤의 손이 목으로 향했다. 그는 희미한 분홍색 자국을 문지르며 죄책감과 당혹감으로 얼굴을 붉혔다.
"그게 아니라… 주아가 속상해해서, 그냥 달래주다가…"
선우는 그저 그를 쳐다볼 뿐이었다. 그녀의 침묵은 그 어떤 비난보다도 더 통렬했다.
다음 며칠 동안 선물은 더욱 사치스러워졌다. 다이아몬드 팔찌. 새 차. 파리행 비행기 표. 선우는 그 모든 것을 방 밖 복도에 손대지 않은 채 내버려 두었다. 그것은 그의 절박하고 서투른 뇌물 공세의 기념비였다.
마침내 그녀는 그를 방으로 들였다. 그는 안도하는 듯 희망에 찬 미소를 지었다.
그녀는 침대 가장자리에 앉아 손을 무릎 위에 모았다. "평생 나한테 갚겠다고 했지."
"응." 그가 그녀에게 다가서며 간절하게 말했다. "뭐든지, 선우야. 뭐든지 할게."
"뭐든지?" 그녀가 부드럽지만 강철 같은 목소리로 되물었다.
"맹세해."
그녀는 그의 눈을 똑바로 쳐다봤다. "좋아. 약혼을 유지하는 걸 고려해볼게. 조건이 하나 있어."
그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말만 해. 뭐든지 들어줄게."
"윤주아를 멀리 보내." 그녀가 말했다.
그의 미소가 사라졌다. "뭐라고?"
"멀리 보내라고." 선우의 목소리가 단단해졌다. "다른 나라로. 그 여자가 사라졌으면 좋겠어. 다시는 그 여자 얼굴도, 이름도 듣고 싶지 않아. 그 여자랑 모든 연락을 끊어. 번호도 차단하고. 네 인생에서 완전히 지워버려."
도윤은 괴로운 표정으로 그녀를 쳐다봤다. "선우야, 그건 안 돼. 걔는… 아무도 없잖아. 너무 연약한 애야. 어디로 가겠어?"
선우가 일어섰다. "'뭐든지' 하겠다는 약속에도 한계가 있나 보네."
그녀는 문 쪽으로 걸어갔다. "그럼 더 이상 할 얘기 없어."
"잠깐만!" 그가 당황해서 그녀의 팔을 꽉 잡았다. "알았어! 알았어, 그렇게 할게."
그는 그녀의 눈을 들여다보았다. 그의 눈은 크고 진지했다. "주아를 멀리 보낼게. 약속해. 내 목숨을 걸고 맹세해, 선우야. 널 위해서라면 그 애를 없애버릴게."
그가 그녀를 품에 안았지만, 그녀는 뻣뻣하고 차갑게 굳어 있었다. 그녀는 그를 믿지 않았다. 단 한 순간도. 하지만 그녀는 필요한 약속을 받아냈다.
챕터 목록
총 20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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