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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진수진의 훼방

여청서는 걸음을 멈추고 눈을 가늘게 뜨고 다가오는 여자를 쳐다봤다.

"진수진?" 여청서의 이복동생으로, 겉으로는 청순하고 가련한 척하지만 속은 음흉하고 악독한 여자였다.

진수진은 빨간 입술을 살짝 비틀어 올리며 여청서의 앞에 멈춰 섰다. "언니, 이사 가는 거야?"

여청서는 눈을 흘기며 입꼬리를 억지로 끌어 올렸다. "진수진, 오랜만에 보는데, 똥통 앞에서 향기 타령하는 건 여전하네. 뻔히 알면서 왜 물어?"

진수진의 안색이 순식간에 시퍼렇게 질리더니 눈 속에 분노의 불꽃이 타올랐다. 하지만 곧바로 화를 억누르고 다시 가련한 척하는 얼굴로 바꾸었다.

"언니, 난 그저 언니가 걱정돼서 그런 건데, 어떻게 날 이렇게 생각할 수 있어?"

걱정?

걱정은 거짓이고, 비웃음이 진짜겠지.

바람은 무표정한 얼굴로 앞으로 두 걸음 다가와 상기시켰다. "사모님, 이제 그만 떠나셔야 합니다. 전 회장님께서 곧 돌아오실 시간입니다."

여청서는 입꼬리를 비틀며 진수진을 가리키고 바람에게 말했다. "내가 가기 싫은 게 아니라 개가 앞을 막고 있어서 못 가는 거예요. 만약 개가 미쳐서 날 물면, 내 책임이에요, 쟤 책임이에요?

""……"

진수진은 당장이라도 눈물을 터뜨릴 듯 억울한 표정을 지었다. "언니, 오늘 형부가 언니랑 이혼한다고 해서 언니가 힘들까 봐 일부러 일도 제쳐두고 와 본 거야. 근데… 어떻게 나한테 그런 말을 할 수 있어? 나는 언니 동생이잖아.

""됐고, 난 개랑 자매 사이 아니야." 여청서는 서둘러 관계를 부정하고 다시 바람을 보았다. "바람, 봐요. 내가 어떻게 가요?"

바람은 관자놀이가 지끈거리는지, 차가운 얼굴이 순간 무너질 뻔했다. 하는 수 없이 진수진에게 말했다. "진수진 씨, 길 좀 비켜주시죠."

진수진은 아랫입술을 깨물었고, 눈에는 분노가 서렸지만 살짝 내려온 머리카락에 가려졌다.

여청서는 얄미운 목소리로 유유히 입을 열었다. "바람, 개는 사람 말을 못 알아듣잖아요."

그 말이 끝나자마자 진수진은 주먹을 꽉 쥐고 여청서를 노려봤다.

여청서는 고개를 갸웃하며, 필사적으로 분노를 억누르는 그녀의 모습을 보고 입꼬리를 보란 듯이 올렸다.

진수진은 그녀의 제멋대로이고 거만한 미소를 보고 심장이 덜컥했다.

어떻게 된 일이지? 여청서 저 등신은 원래 겁이 많아 다루기 쉬웠고, 자기 말이라면 무조건 따르며 고마워하기까지 했는데, 오늘따라 왜 이렇게 혓바닥이 날카로워진 거지? 태도도 180도 달라지고!

"진수진 씨." 바람이 차가운 목소리로 다시 한번 상기시켰고, 그 목소리에는 짜증이 묻어났다.

진수진은 분홍빛 입술을 꽉 다물고 마음속 의혹을 억누르며, 가녀린 목소리로 말했다. "바람 비서님, 제가 언니를 못 가게 막는 게 아니라… 전 회장님의 뜻이에요."

바람과 여청서는 동시에 잠시 멈칫했다.

"전 회장님께서 제가 온다는 걸 아시고, 언니가 짐 싸서 나가는 걸 지켜보라고 특별히 지시하셨어요. 이혼 합의서에 빈손으로 나가는 걸로 명시되어 있으니, 언니는 전씨 집안 물건은 단 하나도 가져갈 수 없다고요." 진수진의 시선이 여청서 옆의 캐리어에 꽂혔다. 그녀는 말을 이었다.

" 그러니, 언니가 캐리어를 열어서 제가 검사할 수 있게 해 주세요."

여청서는 미간을 찌푸렸다. "안에는 옷 몇 벌뿐이야, 전씨 집안 물건은 안 가져가!"

진수진은 앞으로 두 걸음 다가가 캐리어를 낚아채며 말했다. "언니, 가져갔는지 안 가져갔는지는 언니가 정하는 게 아니죠. 만약 언니가 정말 안 가져갔다면, 제가 검사하는 걸 두려워할 이유가 없잖아요?"

말을 마친 진수진은 캐리어를 넘어뜨려 열었다.

캐리어 안에는 몇 벌의 옷이 어지럽게 쌓여 있었고, 보기에는 정말 아무것도 없는 것 같았다.

진수진은 이를 갈았다. 여청서가 정말로 옷 몇 벌만 챙기고 아무것도 없을 줄은 몰랐다. 그녀는 포기하지 않고 그 몇 벌의 옷을 뒤적였다. 마치 여청서가 전씨 집안의 재물을 훔쳐 갔다는 증거를 기어코 찾아내야 직성이 풀릴 것 같았다.

옷 몇 벌을 뒤지는 데, 진수진은 기어코 십여 분을 넘게 끌었다.

"다 봤어?" 여청서는 진수진을 내려다보며 물었다.

"언니, 저도 전 회장님의 명을 받은 거라, 꼼꼼히 확인하는 게 좋겠어요." 진수진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그럼 계속 찾아봐, 그 옷들 나 안 가져갈 거니까." 여청서는 입술을 삐죽이며 말했다. 온몸의 쑤시는 통증이 아직 가시지 않아 진수진과 얽힐 흥미가 없었다. 그녀는 전시혁이 돌아와 자기 목을 조르는 꼴을 당하고 싶지 않았다.

말을 마친 그녀는 진수진을 돌아 엘리베이터 쪽으로 걸어갔고, 바람이 그 뒤를 바짝 따랐다.

그때, 띵 하는 소리가 들렸다.

엘리베이터가 3층에 도착하고 문이 천천히 양옆으로 열렸다. 여청서가 막 안으로 들어가려던 순간, 갑자기 한기가 덮쳐왔다. 주위 온도가 영하로 곤두박질치자 그녀는 한기를 느끼며 몸을 떨었고, 발걸음을 멈췄다.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반짝반짝하게 닦인 구두 한 켤레였다. 시선을 위로 올리자, 전시혁의 얼음장처럼 차가운 얼굴이 그녀의 시야로 불쑥 파고들며 점차 확대되었다.

"전 회장님." 바람이 가장 먼저 반응하고 고개를 숙여 공손하게 불렀다.

전시혁의 먹빛 눈동자에서 위험하고 서늘한 기운이 뿜어져 나왔고, 짙은 분노가 섞인 목소리가 입술 사이로 새어 나왔다. "여청서, 오늘 아침에 내가 했던 말을 잊었나 보군!"

여청서는 그를 보자마자 오늘 아침 목이 졸려 숨을 쉴 수 없었던 질식감이 떠올라 심장이 떨렸다. 그에 대한 본능적인 공포가 있었다.

그녀는 목을 뻣뻣하게 세우고 말했다. "기억해요."

"기억해? 그런데 왜 아직 여기 있는지 설명해 보시지!" 전시혁이 긴 다리로 그녀에게 다가서며 날카롭게 추궁했다.

여청서는 뒷걸음질 치다 등이 벽에 닿아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었다. 그녀는 눈을 질끈 감았다가, 하는 수 없이 그의 시선을 마주했다.

"그건 진수진한테 물어보셔야죠. 전 가려고 했는데, 그녀가 갑자기 나타나서 못 가게 막았어요. 그래서 제가—"

여청서가 턱을 뻣뻣하게 세우고 해명하려던 찰나, 진수진이 갑자기 앞으로 나서며 눈물 맺힌 눈으로 그녀의 말을 가로챘다.

"언니, 어떻게 거짓말을 할 수 있어요!

""안 했어!" 여청서는 자기도 모르게 부인했다. 진수진, 저 백련화 같은 년만 아니었어도 벌써 뜨고도 남았을 텐데. 재수 없게 돌아온 전시혁이랑 마주칠 일도 없었을 거 아닌가?

씨발.

진수진은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얼굴로 말했다. "형부, 제가 일부러 언니를 막은 게 아니에요. 형부의 지시대로 언니의 짐을 검사했을 뿐이에요. 언니가 형부의 물건을 가져갈까 봐서요. 언니… 언니가 평소에 거짓말을 잘하는 건 그렇다 쳐도, 이런 상황에서까지 거짓말을 할 줄은 몰랐어요."

전시혁은 진수진의 말을 듣고 여청서의 과거 행실을 떠올리며 안색이 더욱 어두워졌다. "여청서, 내가 정말 네 목숨을 못 끊을 것 같아?"

순간, 전시혁의 큰 손이 그녀의 목덜미를 잡았고 여청서는 반응할 틈도 없이 본능적으로 그의 손을 붙잡았다.

"전…… 시혁……" 여청서는 힘겹게 그의 이름을 불렀다.

전시혁의 목소리는 마치 얼음 동굴에서 새어 나오는 듯 섬뜩한 한기를 품고 있었다. "여청서, 누가 감히 내 인내심을 계속 시험하라고 했지!"

여청서는 아무리 애를 써도 전시혁의 손을 떼어낼 수 없었다.

바람은 상황이 좋지 않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황급히 앞으로 나아가 한쪽 무릎을 꿇었다. "전 회장님, 사모님께 무슨 일이 생기면 이사회 그자들이 분명 이 기회를 빌미로 소란을 피울 겁니다. 그렇게 되면 회장님께서 지분을 집중하려는 계획에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꺼져!" 전시혁이 낮게 으르렁거렸다. 여청서의 목을 움켜쥔 그의 길게 뻗은 손가락 마디가 힘 때문에 하얗게 질려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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챕터 목록

총 216장

  1. 1장제1화 다시 태어나다, 이혼
  2. 2장제2화 진수진의 훼방
  3. 3장제3화 네 무덤 옆에 묻힐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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