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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이혼

별장에 돌아왔을 때, 이미 날이 어두워져 있었다.

커다란 저택 안은 텅 비어 적막만이 흘렀고, 민채아는 불도 켜지 않은 채 침실로 들어가 서랍을 열고 서류 한 장을 꺼냈다.

바로 이혼 합의서였다.

곽민준이 저택에서 결혼식을 올린다는 소식을 들은 그녀가 미리 작성해 둔 합의서였다.

사실 그녀는 처음에 아주 작은 희망을 품고 있었지만, 오늘 밤에 벌어진 모든 일이 그녀의 어리석은 망상을 산산조각 내며 말끔히 정신 차리게 했다.

창밖으로 스며드는 희미한 달빛에 의지해 그녀는 여자 측 서명란에 자신의 이름을 한 자 한 자 적어 내려갔다.

자신의 짐을 챙기던 중, 민채아는 드레스룸 구석에서 포장조차 뜯지 않은 넥타이 하나를 발견했다.

그녀가 직접 디자인하고 세 군데 공방을 돌아다닌 끝에 적합한 원단을 찾은 넥타이였다. 곽민준의 스물여덟 번째 생일에 선물할 생각이었다.

그녀는 그 넥타이를 손에 쥐더니, 망설임 없이 쓰레기통 속으로 던져 버렸다.

한때 보물처럼 여겼던 물건들도 거짓말과 배신이 묻으면 그저 역겨움만 남을 뿐이다.

휴대폰을 다시 켰을 때, 읽지 않은 메시지가 하나 도착했다.

그녀가 투자 업계에 있을 때 함께 일했던 파트너가 보낸 메시지였다.

[채아야, 네가 부탁한 의료 프로젝트에 드디어 진전이 있어. 정말 다시 돌아올 생각이야?]

화면을 가만히 내려다보는 민채아의 눈빛에 오랜만에 날카로운 빛이 스쳤다.

결혼 후, 시부모님은 그녀가 밖에 나서는 것을 원치 않았고, 곽 사모님으로서 곽민준을 중심으로 모든 일을 처리하길 바랐다.

이에 그녀는 자신의 신분을 철저히 숨기고 직접 설립한 회사조차 접은 채, 조용히 곽민준의 뒤에서 내조하는 길을 선택했다.

그녀는 곽민준을 위해서라면 자신의 날개를 스스로 꺾는 것도 마다하지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모든 것을 되찾을 때가 되었다.

"응, 내일 오전 10시에 회사로 갈게."

메시지를 보낸 후, 그녀는 곽민준의 카톡을 차단하고 전화번호까지 삭제해 버렸다.

곧이어 별장에 있는 자신의 물건을 모두 캐리어에 넣은 후 곽민준의 비서에게 연락했다.

모든 일을 마친 민채아는 곽민준과 3년 동안 함께 지낸 곳을 마지막으로 돌아봤다.

그리고는 망설임 없이 캐리어를 끌며 문을 열고 떠났다.

다음 날.

법원 앞에서.

깔끔한 정장 차림에 머리를 높게 묶은 민채아는 화려하면서도 차가운 메이크업을 하고 있었다.

오전 9시.

검은색 마이바흐가 천천히 길가에 멈춰 섰다.

차 문이 열리자 곽민준이 모습을 드러냈다.

오늘도 깔끔한 정장을 입은 그의 눈가에 붉은 핏줄이 선명하게 드러난 것을 보아 밤새 잠을 이루지 못한 것이 분명했다.

민채아를 발견한 그의 눈빛에 잠시 놀라움이 스쳤다.

자신의 앞에서 항상 가정주부의 부드러운 모습만을 보여주었기에, 이토록 날렵하고 프로페셔널한 그녀의 모습은 낯설기만 했다.

정장을 입은 그녀가 이렇게 멋있을 줄은 몰랐다.

하지만 다음 순간, 그의 안색이 순식간에 먹구름이 끼듯 어둡게 가라앉았다.

민채아의 앞에 성큼성큼 다가간 곽민준의 목소리에 분노가 가득 묻어났다.

"민채아, 이제 그만할 때도 되지 않았어? 어젯밤 유진이가 위독하다는 소식을 듣고 병원에서 밤새도록 지켰어. 의사가 위독 통지서를 두 번이나 내렸는데, 내가 얼마나 힘들었는지 알아? 제발 철 좀 들어!"

어젯밤, 비서는 민채아가 오늘 오전 9시에 법원 앞에서 기다리고 있을 거라고 곽민준에게 전했다.

소식을 들은 곽민준은 바로 민채아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카톡과 전화번호가 모두 차단된 것을 발견했다.

결국 그는 직접 법원에 와서 확인해야만 했다.

그의 눈에 민채아의 이 모든 행동은 그저 투정을 부리는 것에 불과했다.

곽민준을 많이 사랑했던 민채아는 결혼 후 3년 동안 그의 말에 순종하고 그를 중심으로 모든 일을 처리했다.

한 번도 자신의 뜻을 거스른 적이 없던 그녀가 어떻게 정말로 이혼을 요구할 수 있겠는가?

'그저 이런 방식으로 내가 유진이를 버리고 자신에게 다가가도록 강요하고 싶은 거겠지.'

곽민준은 이 모든 것이 자신의 관심을 끌기 위한, 한낱 유치한 술책일 뿐이라고 단정했다.

"곽 대표님." 민채아의 차갑게 가라앉은 목소리에 호칭까지 바뀌었다.

곽민준은 눈살을 찌푸리고 되물었다. "지금 나를 뭐라고 불렀어?"

민채아는 대답하지 않고 가방에서 미리 서명한 이혼 합의서를 꺼내 그의 앞에 내밀었다.

"이건 이혼 합의서예요. 저는 곽씨 가문에서 한 푼도 받지 않고 떠날 거예요."

민채아는 그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또박또박 말했다.

"곽 대표님도 문제없으면 서명하세요."

항상 침착하고 냉정한 곽민준의 눈빛에 민채아 때문에 믿을 수 없다는 듯한 놀라움이 스쳤다.

민채아의 하얗게 질린 얼굴을 가만히 내려다보는 그의 입가에 비웃음이 번졌다.

"민채아, 이런 밀당하는 방식으로 내 마음을 돌릴 수 있을 것 같아? 너무 유치하다고 생각하지 않아?"

곽민준은 그녀의 순종적인 모습에 너무나도 익숙해져 있었다.

지난 7년 동안, 민채아는 마치 형태 없는 물처럼 그가 원하는 대로 어떤 모양으로든 변했다.

심지어 침대 위에서도 그를 만족시키기 위해 신음 소리를 억제하거나 방탕하게 내뱉었다.

곽민준은 그런 민채아가 정말로 자신을 떠나고 싶어 한다는 사실을 믿지 않았다.

하지만 민채아는 그저 가만히 그를 쳐다볼 뿐이었다. 한때 곽민준을 바라볼 때면 사랑이 가득 차오르던 그 두 눈은, 지금 이 순간에는 오직 차가운 서리처럼 싸늘한 기운만을 품고 있었다.

그녀는 예전처럼 서둘러 해명하지 않고 그저 입가에 옅은 미소만 번졌다.

"곽 대표님께서 제가 수작을 부린다고 생각한다면, 지금 바로 서명하고 제 가면을 벗겨 보세요."

민채아는 고개를 살짝 갸웃하며 계속해서 물었다. "아니면 서명을 못 하는 쪽이 곽 대표님인가요?"

그 순간, 곽민준의 주변 공기가 순식간에 얼어붙는 듯했다.

민채아의 눈을 똑바로 쳐다본 그가 한 자 한 자 또박또박 말했다. "민채아, 후회하지 않길 바래."

말을 마친 곽민준은 민채아의 손에 쥐어진 이혼 합의서를 낚아채고 가슴 주머니에 꽂은 펜을 꺼내 서명하려 할 때, 갑작스럽게 휴대폰 벨소리가 공기를 가르며 울려 퍼졌다.

서명하려던 손을 멈춘 곽민준이 전화를 받자, 눈살이 더욱 깊게 찌푸려졌다.

통화를 마친 곽민준은 몸을 돌려 민채아를 내려다봤다.채아를 내려다봤다.

"회사에 급한 일이 생겨서 지금 바로 돌아가야 해." 그의 말투는 다시 무심하게 변했다. "이혼은 나중에 다시 얘기해."

민채아의 대답을 기다리지도 않은 채, 곽민준은 곧바로 검은색 마이바흐를 향해 성큼성큼 걸어갔다.

자리에 가만히 선 민채아는 차가 도로 끝에서 사라지는 것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마음 한구석이 찌릿하게 아파왔다.

곽민준의 마음속에서 그녀의 일은 언제나 모든 것의 뒤편으로 밀려나기 일쑤였다.

이혼도 마찬가지였다.

'어차피 이혼을 결심했으니, 지금 당장 서명하지 않아도 상관없어.'

그렇게 생각을 마친 민채아는 택시를 잡고 3년 동안 발을 들이지 않았던 곳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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챕터 목록

총 288장

  1. 1장제1화 황당한 결혼식
  2. 2장제2화 이제 더 이상 사랑하지 않기로 했다
  3. 3장제3화 이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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