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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2장 카슨을 다시 만나다
다음날 아침, 요한나는 어머니의 퇴원수속을 위해 병원으로 가기 전에 목에 난 키스마크를 화장으로 숨겼다.
그녀가 병실문을 활짝 열고 들어서자, 안에서 그녀를 도와 짐을 챙기고 있는 회사 상사가 눈에 들어왔다. 요한나는 잠시 주저하다가, 깊이 숨을 들이쉬며 마음을 단단히 잡았다. 그녀는 침착한 태도를 유지하면서 조심조심 그에게 다가갔다. "콜린스 씨, 고마워요. 남은 건 제가 할게요."
그녀의 예의 바른 태도는 아무런 흠집도 잡아낼 수 없었지만 냉철함에 가까운 형식적인 말투는 상황을 다소 어색하게 만들었다.
로버트 콜린스의 표정에 실망이 깃들었다. "요한나, 아직도 나를 원망하는 거야?"
그의 질문에 깜짝 놀란 요한나는 고개를 저으며 손사래를 쳤다.
고든 가족은 파산하기 전까지 여러 세대에 걸쳐 콜린스 가족과 오랜 우정을 나누었다. 요한나와 로버트는 어린 시절에 부모님으로부터 서로의 약혼을 약속 받은 사이이기도 했다.
아버지가 아파트에서 투신한 비극적인 날, 요한나는 로버트에게 끊임없이 연락을 했다. 처음에는 그와 통화가 오갔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연락이 닿지 않았다.
아버지의 장례식이 끝난 후, 요한나는 로버트를 찾고자 콜린스 저택을 방분했지만, 문 앞을 지키고 있던 하인이 그녀에게 현금 2,000달러가 든 봉투를 건네주며 그녀를 돌려보냈다.
그 순간부터 로버트는 그녀의 삶에서 더 이상 중요한 사람이 아니게 되었다.
그러나 운명의 장난으로 로버트가 그녀의 상사가 되었다.
요한나가 근무하던 회사는 지난달 조직 개편을 거쳐 로버트가 팀장직을 맡게 되었다.
요한나는 자신의 경력을 우선시하여, 두 사람의 과거는 털어버리기로 했다.
로버트는 애써 태연한 척하며 자신의 감정을 숨기고 말했다. "그럼 준비를 하세요. 2주 후 저녁 식사에 동참해야 하니깐요. 그날 중요한 고객을 만날 예정입니다."
"알겠어요." 요한나 역시 형식적인 말투였다.
2주 후...
요한나는 이번 미팅을 위해 우아한 드레스를 입었고, 그녀의 세련된 이미지를 더욱 강조하였다.
그녀는 로버트의 차를 타고 지정된 호텔로 향했다.
그들이 도착하고 차에서 내리자 요한나는 예상치 못한 친숙한 세단에 깜짝 놀랐다.
그것은 그녀가 너무나 잘 알고 있는 검은색 랜드로버였다.
카슨은 이 모델을 선호했으며, 그 절제된 우아함을 높이 평가했었다.
한적한 곳에서, 밤의 장막 아래, 달과 별만이 증인으로 있는 곳에서, 요한나와 카슨은 한때 친밀한 유대감을 공유했으며, 새벽이 밝아올 때까지 서로를 탐색했었다.
랜드로버의 문이 열리자 카슨이 나타났고, 그의 존재감은 즉시 모든 이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그는 검은색 옷을 입고 절제된 우아함과 품위가 느껴지는 분위기를 풍겼다.
요한나의 심장은 그를 보자마자 쿵쾅거렸고, 그녀는 몸은 억제할 수 없는 반응을 보였다.
그녀는 자신의 감정을 감추려고 시선을 돌리며 돌아섰다.
그러나 그녀 옆에 있던 로버트는 예상치 못하게 손을 흔들면서 카슨을 맞이하는 것이다.
"카슨." 그의 외침에 요한나는 크게 놀랐다.
로버트가 언급한 고객이 카슨이었단 말인가?
카슨이 다가오자 더 이상 의심할 필요도 없었다.
그들 앞에 다가선 카슨은 짐짓 요한나를 모르는 척하며 장난스럽게 농담을 던졌다. "로버트, 여자 친구야?"
이에 로버트는 연신 손사래를 쳤다. "아니에요, 리셀 씨. 제가 소개해 드리죠. 요한나, 이 분은 피너클 그룹의 CEO인 러셀 씨에요. 우리는 리셀 씨의 약혼녀를 위한 드레스디자인 작업을 맡았어요. 디자이너를 고려하던 중 요한나 씨만큼 알맞은 직원이 없더라고요. 그래서 오늘 이 자리를 빌어 리셀 씨한테 당신을 소개해 드리려는 거예요."
약혼녀...
요한나의 머릿속엔 이 단어만 맴돌았고, 깊은 슬픔이 밀려왔다.
그녀는 천천히 고개를 카슨을 쳐다보았다. 불빛에 드리운 그의 그림자가 그녀를 감싸고 있었다.
그녀는 마치 탈출할 수 없는 새장에 갇힌 것 같은 기분을 느꼈다.
그의 악수는 부드러웠고, 그의 손바닥은 익숙하고 따뜻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저는 카슨 러셀입니다." 그는 자신을 소개했는데, 그의 목소리는 깊고 매혹적이었으며, 부드럽지만 강렬했다.
요한나는 애써 평정심을 유지하며 침착하게 답했다. "안녕하세요, 저는 요한나 고든입니다."
카슨은 의도적으로 미소를 지으며 그녀의 이름을 반복했다. "요한나?" 참 아름다운 이름이네요. 고든 씨, 저는 요한나 씨의 훌륭한 디자인 작품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요한나는 순간 숨이 멎는 것만 같았다.
수많은 기억이 그녀의 뇌리를 스쳤다. 카슨과의 첫 만남에 바로 호텔에서 함께 밤을 보냈다.
격정이 끝난 후에야 그는 비로서 요한나의 이름을 물었다.
"요한나에요. 요한나 고든." 그녀는 그의 귓가에 자신의 이름을 속삭였다.
"요한나? 참 아름다운 이름이네." 그때 당시 그가 했던 말이 3년이라는 시공을 가로질러 지금 다시 그녀의 귀를 파고 들었다.
과거의 메아리가 그녀의 생각을 감쌌고, 요한나는 깊은 고뇌에 빠져들었다.
요한나는 카슨의 행동이 의도적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의 취미는 그녀의 감정을 가지고 노는 것이었으니까.
그녀는 그의 앞에서 괴로운 기색을 보이고 싶지 않아, 말을 하기보다는 침묵을 택했다.
저녁 식사 내내 요한나는 자신이 그의 그늘에 가려진 듯한 느낌을 받았고, 그가 로버트와 유쾌한 대화를 나누는 동안 자신은 마치 배경인 것만 같았다.
이어서 화제는 카슨의 약혼녀에게로 옮겨갔고, 로버트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그녀인가요?"
그 한마디가 요한나의 가슴속에 큰 파장을 일으켰다.
짧은 순간이었지만 환각에 빠진 듯했다. 로버트의 물음에 카슨의 시선은 그녀에게 머물렀다가 다시 무심코 돌아간 것만 같았다. "그래요."
늘 광대인 로버트는 감탄을 연발하며 혀를 찼다. "리셀 씨, 당신이야말로 이 시대의 로미오에요. 일편단심의 표본이죠. 그런데 약혼 날짜는 정했어요?"
"그녀의 생일이 지난 후에요." 카슨은 입가에 미소를 머금고 말했다. 오늘 저녁 식사는 요한나에게 그야말로 고통의 시련이었다.
저녁 식사가 끝나자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집에서 걸려온 긴급 전화가 로버트를 불러냈고, 요한나는 홀로 추위에 맞서야 했다.
로버트는 친절하게 자신의 코트를 그녀의 어깨에 걸쳐주었다. "시간이 늦었고 비도 오니, 리셀 씨가 당신을 집까지 바래다줄 거예요. 집에 무사히 도착하면 잊지 말고 저한테 문자를 해줘요." 그는 요한나에게 나름 배려를 보이며 말했고, 카슨에게 고맙다고 했지만 카슨은 표정을 굳힌 채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의 성격을 잘 아는 요한나는 그 침묵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 수 있었다.
그건 분명 폭풍전야의 고요함이었다.
챕터 목록
총 70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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