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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함송이 POV:
"다른 남자요? 당신에게는 그 탁인화 씨가 있었듯이, 저에게는 그럴 남자가 없어요."
마학호의 뻔뻔한 연기에 나는 분노와 동시에 실소가 터져 나왔다. 내 마음속 깊은 곳에서 거대한 분노의 파도가 일렁였다. 내가 사랑했던 남자가, 나를 배신하고 이제는 온갖 음해로 나를 나락으로 떨어뜨리려 한다니.
문득, 혼수상태에서 들었던 그들의 목소리가 다시 귓가를 맴돌았다.
"송이가 혼수상태인 지금이 기회야."
"병원비도 안 내주고, 꿈을 포기하라고 구박하는 '악처'로 만들면 돼요."
그들은 그때 이미 나를 죽이려 했다.
나는 순간 입을 열어 모든 것을 폭로하고 싶었다. 그의 위선을 당장이라도 찢어발기고 싶었다. 하지만 내 눈은 번뜩였다. 병실 문 틈새로 보이는 낯익은 얼굴들이 보였다. 몇몇 사람들이 휴대폰 카메라를 들고 있었다. 그들은 마학호의 열성 팬들이었다. 지금 여기서 내가 감정적으로 폭발한다면, 그들에게는 내가 '악처'라는 확증을 심어주는 꼴이 될 터였다. 나는 분노로 떨리는 몸을 간신히 진정시켰다.
마학호의 얼굴은 창백했고, 잔뜩 힘줄이 솟아 있었다. 그는 나를 꿰뚫어 볼 듯 노려보고 있었다. 내가 어떤 반응을 보일지, 내가 그의 연극에 어떻게 반응할지 기대하는 눈치였다. 나는 그의 의도를 정확히 파악했다. 여기서 내가 화를 내면 그는 나를 '악처'로 몰아갈 것이다.
나는 억지로 입꼬리를 올렸다. 그리고 천천히, 아주 천천히 손을 들어 내 주머니에서 작은 수첩을 꺼냈다. 그것은 내가 매일 밤 가게 손익을 기록하는 장부였다. 나는 그를 향해 장부를 펼쳐 보이며 미소 지었다.
"이게 뭐냐구요?" 나의 목소리는 놀랍도록 침착했다. "오랜만에 남편을 만나러 왔는데, 제 가게 매출 장부를 정리하고 있었어요. 오해가 있었다면 죄송해요."
마학호의 어머니, 즉 나의 시어머니가 피식 웃었다. 그녀의 눈빛은 비웃음으로 가득했다. "아이고, 며느리. 가게를 연 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 돈 계산에 밝아졌니? 남편이 아픈데 돈 타령이라니, 쯧."
나는 마학호를 쳐다봤다. 그는 여전히 침묵하고 있었다. 나는 조용히 물었다. "당신도 그렇게 생각해요?"
마학호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눈을 피할 뿐이었다. 나는 고개를 저었다. 실망감보다는 허탈함이 더 컸다. 나는 그를 완전히 놓아버렸다.
나는 시어머니를 똑바로 응시했다. 그녀의 얼굴에는 조롱이 가득했지만, 그 조롱은 곧 사라질 것이었다. 나의 목소리는 차분했지만, 한 글자 한 글자에 힘이 실려 있었다.
"어머니, 혹시 기억나세요? 예전에 학호 씨 여동생, 그러니까 시누이가 바람나서 집을 나갔을 때, 어머니가 저한테 뭐라고 했는지요?"
내 말이 끝나자마자 주변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여동생이라뇨? 마학호 씨에게 여동생이 있었나요?"
"몇 년 전에 돌아가셨다고 하지 않았나?"
나는 차분하게 말을 이어갔다. "어머니는 제게 '송이야, 이 일은 절대 발설하면 안 된다. 집안 망신이다. 시진이에게도 말하지 마라'고 하셨죠. 그리고 시누이가 죽었다고 거짓말을 하셨어요. 시누이는 죽은 게 아니라, 바람나서 도망친 거였죠. 어머니는 그 추문을 덮기 위해 저에게 입단속을 시킨 거구요."
시어머니의 얼굴에서 비웃음이 사라졌다. 그녀의 안색은 삽시간에 새파래졌다. 그녀의 입술은 파르르 떨렸지만,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녀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함송이, 네가 뭘 안다고 지껄여!" 시어머니는 분노에 차서 소리쳤다. 그녀는 내게 달려들려 했다.
챕터 목록
총 8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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