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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제2장 가짜 딸을 내쫓다

주경훈은 주서윤이 믿지 않을까 봐 품속에서 회중시계를 꺼내 들었다.

그 안에는 빛이 바래 거의 알아볼 수 없는 낡은 사진 한 장이 들어 있었다.

"서윤아, 이것 좀 봐. 우리 가족사진이야."

사진 속에는 눈매가 부드럽고 단아한 여자가 인형처럼 예쁜 어린 여자아이를 품에 안고 카메라를 향해 환하게 웃고 있었다.

사진 속 여자의 얼굴은 매일 거울 속에서 보던 자신의 얼굴과 많이 닮아 있었다.

계란형 얼굴과 웃을 때면 입가에 살짝 패이던 보조개까지 똑같았다.

주서윤의 심장이 멎는 듯했다.

'어쩐지... 그래서 한눈에 날 알아 봤던 걸까?'

그들은 그녀의 가족이었다.

"15년 전, 너는 집 앞에서 인신매매범에게 납치당했어! 우린 미친 듯이 널 찾아 헤맸는데 결국 찾지 못했지... 엄마는… 엄마는 너를 너무 그리워한 나머지 정신이 온전치 못해. 매일 네가 제일 좋아했던 인형을 품에 안고 네 이름만 되뇌고 있어. 서윤아…"

그는 손을 뻗어 주서윤의 옷자락을 만지려다, 멈칫 하더니 손은 끝내 허공에 멈췄다.

"서윤아, 오빠랑 집으로 돌아가자."

주경훈의 목소리에는 애원이 가득 묻어났다. 비굴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엄마가 많이 아파. 너만 기다리고 있어..."

"네."

집으로 돌아가는 길, 주경훈은 동생에게 어떻게 가족을 찾게 되었는지 캐물었다.

주서윤은 A국과 C국 정부가 협력하여 추진한 실종자 찾기 프로젝트에 신청했고, 운 좋게 가족을 찾게 되었다고 간단히 설명했다.

그리고 방금 전에 나타났던 그 검은 옷의 남자는 정부 직원이라고 둘러댔다.

그녀가 자신의 신분을 밝히고 싶지 않은 건 아니었다.

다만 시산혈해와 같았던 과거와 그걸 토대로 쌓아 올린 지금의 권세를 가족들에게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막막했다.

그녀는 가족들이 자신을 무서워할까 봐 두려다.

동생이 C국에 팔려갔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주경훈은 덩치에 맞지 않게 몸을 흠칫 떨었고 눈빛에는 후회와 자책이 가득했다.

'그때, 내가 엄마를 도와 동생을 잘 챙겼더라면...

동생이 이런 고생을 하지 않아도 됐을 텐데.'

그는 지금부터 목숨을 걸고 동생을 잘 지킬 것이고 절대 고생을 시키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집으로 돌아가는 내내 그녀의 손을 꼭 잡고 놓지 않았다.

"끼익."

문이 열리자 마자 품에 볼품없이 해지고 더러워진 인형을 안은 산발이 된 여자가 뛰쳐나왔다.

"내 딸이 돌아 온 거지!? 내 딸 서윤이가 돌아 온 거 맞지!"

그녀의 시선이 주서윤의 얼굴에 닿는 순간, 텅 빈 눈동자에서 놀라운 빛이 터져 나왔다.

"서윤아…"

"내 서윤이… 정말 돌아왔구나!"

여자는 주서윤을 와락 껴안았다.

주서윤의 몸이 순간 굳어졌다.

'내 어머니인 건가 날 찾다가 결국 미쳐버린 어머니...'

주서윤은 주 어머니를 껴안고 눈물을 참으며 말했다. "저 돌아왔어요!"

그녀는 드디어 집으로 돌아왔다.

앞으로 그 누구도 주씨 가문을 함부로 건드리지 못하게 할 것이다!

"쾅!"

화려한 실크 잠옷을 입고 손목에 고가의 금 팔찌를 찬 소녀가 문 안쪽에 서서 경멸 가득한 얼굴로 말했다.

"어머, 드디어 진짜 주인을 찾으셨나?"

"잘됐네. 십수 년간 대용품 노릇 했는데, 이제 드디어 꺼져줄 수 있겠어!"

주민아는 혐오스럽다는 듯이 주서윤을 위아래로 훑어봤다.

"됐어, 됐어. 문 앞에서 역겨운 모녀 상봉 연극은 그만하고. 빨리 들어와. 나 짐 싸서 나가야 하니까 길 막지 말고!"

주경훈의 안색이 잿빛으로 변했다. "주민아, 어딜 간다는 거야? 우리 집에서 널 십수 년이나 키워줬어. 그 동안 우리가 너를 홀대한 적 있어?"

"안 가고 뭐해?"

주민아가 날카롭게 웃었다.

"설마 여기 남아서 너 같은 폐물이랑 같은 집에 살면서 미친 시어머니와 병골 시아버지 병수발들라고? 나 주민아, 남은 인생을 너희 같은 쓰레기들한테 허비할 생각 없어."

"닥쳐!" 주경훈은 화가 나서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하하하, 아픈 데를 찔렸나 보네?" 주민아는 더욱 광적으로 웃어 댔다. "그래, 너희 가족끼리 오순도순 잘 살아봐!이 가난하고 보잘것 없는 집구석은 오늘 부터 나랑 아무 상관없으니까!"

말을 마친 그녀는 뒤돌아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곁에 선 주서윤은 바로 상황을 이해했다.

이 집에서 십수 년간 애지중지 키워줬더니, 이제 가세가 기울자 마지막 남은 재산까지 챙겨 더 좋은 곳으로 서둘러 도망가려는 은혜도 모르는 배은망덕한 년이었다.

곧 주민아는 커다란 캐리어를 끌고 나왔다.

주서윤은 그녀의 앞을 가로막았다. "어디 가, 기생충처럼 주씨 가문 피를 실컷 빨아먹고 이제 떠나시겠다?"

"함부로 말하지마! 꺼져! 길 막지 말고!"

주민아가 소리를 질렀다.

주서윤은 그녀의 손에 들린 캐리어를 단번에 빼앗았다.

동시에 다른 손으로는 주민아의 손목에 찬 팔찌와 목에 건 목걸이를 모조리 벗겨냈다.

주민아는 그저 욕심만 가득한 도둑년과 다름이 없었다.

"너 뭐 하는 짓이야! 이 미친년! 내놔!" 주민아가 달려들어 빼앗으려 했다.

하지만 주서윤은 그저 살짝 비켜서며 피했고 중심을 잃은 주민아는 꼴 사납게 바닥에 고꾸라졌다.

"빠각."

주서윤은 한 손으로 캐리어 자물쇠를 박살내 버렸고 그러자 안의 물건들이 우르르 바닥에 쏟아졌다.

번쩍이는 금팔찌, 다이아몬드가 박힌 목걸이, 그 밖에 값이 꽤나 나가는 물건들이 가득했다.

이것들은 아마 주씨 가문에 남은 그나마 돈이 되는 물건들일 것이다. 이것들을 전부 가지고 도망간다는 건 주씨 가문의 살길을 완전히 끊어 놓는 것과 다르지 않았다.

"이건 다 내 거야! 내 거라고!" 눈이 새빨개진 주민아는 바닥에 흩어진 것들을 서둘러 끌어 모으며 소리를 질렀다. "이 미친 년아, 내 물건 내놔!"

이 것들을 없다면 주씨 부부의 약값은 어떻게 한단 말인가?

셋째 오빠가 골목에서 매를 맞으면서도 품에 약을 꽉 끌어 안고 보호하던 장면이 떠오르자 주서윤은 분노에 휩싸였다.

다음 순간, 그녀는 발을 들어 발주민아의 복부를 사정 없이 걷어찼다.

"아악!"

주민아는 처절한 비명을 지르며 마당 바닥에 나뒹굴었다.

주서윤은 그녀를 내려다보며 얼음장같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꺼져."

"다시는 내 눈에 띄지 마. 눈에 보일 때마다 패줄 테니까."

주민아는 바닥에서 힘겹게 몸을 일으키며 증오가 서린 눈빛으로 주서윤을 노려봤다.

"좋아! 너희들 두고 봐!"

그녀는 바닥에 쏟아진 금붙이들을 보며 악독한 미소를 지었다.

"그래 이것들은 내가 선심을 써서 다 남겨 둘게. 이걸로 너희 곧 뒤질 아빠의 관이나 준비해."

그녀는 잠시 뜸을 들이더니 주서윤에게로 시선을 돌리며 음흉하게 웃었다.

"아, 맞다. 내 사랑하는 '언니' 주서윤. 깜빡하고 아주 좋은 소식을 말 안 해줬네. 네겐 약혼자가 있어. 김씨 가문의 도련님인데, 듣기론 더러운 병에 걸려 망가질 대로 망가진 병신이라고 하더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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챕터 목록

총 112장

  1. 1장제1화동생아, 나 셋째 오빠야!
  2. 2장제2화 제2장 가짜 딸을 내쫓다
  3. 3장제3화 버려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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