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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벼락을 맞다
젊었을 적 아이를 갖지 못했던 소씨 노부인은 길가에 버려진 소진호를 주워 키웠다.
나중에 소씨 노부인은 다시 아이를 낳을 수 있게 되었으나 그럼에도 소진호를 내치지 않고 계속해서 키워주었다.
소진호는 소씨 노부인의 은혜를 마음 속에 새겨두었고 그녀의 말이라면 뭐든 따랐다. 그런 그가 노부인의 결정을 거스른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그녀가 동쪽으로 가라고 하면, 소진호는 절대 서쪽으로 가지 않았다. 그렇지 않으면 불효를 저지르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소씨 노부인의 말을 들은 주옥란은 더욱 재촉했다. "어머니, 이 녀석이 제 손을 너무 세게 물어 팔에 힘이 들어가지 않아요. 어머님이 수고 좀 해주시겠어요? 황대인께서 길시(吉时)를 정하셨으니, 빨리 저년을 황대인 댁에 보내야 해요."
"그래, 네 말이 맞다. 둘째, 셋째, 넷째. 너희들은 소청양과 오씨가 함부로 움직이지 못하게 잘 지키고 있어라. 만약 여전히 발버둥질 친다면 고분고분 말을 들을 때까지 때려도 좋다."
소씨 노부인은 이런 나쁜 업보를 쌓고 싶지 않았지만 황대인이 약속한 잡곡 200근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지팡이를 내던지고 소청양의 품에서 소청하를 낚아채더니 두 손으로 소청하의 목을 졸랐다.
그 모습을 본 오영설은 더욱 미친 듯이 발악했다. "안 돼! 내 아이를 해치지 마세요! 청하는 살아있는 사람이에요! 당신의 손녀라고요! 어머님, 정녕 잡곡 200근 때문에 청하를 죽이려는 겁니까? 어머님, 만약 청하를 해치면 천벌을 받을 거예요!"
오영설은 소씨 노부인을 향해 저주를 퍼붓더니 그녀를 막아선 시댁 식구들 얼굴에 입안 가득 고여있던 피를 내뿜었다.
소씨 가문의 남자들은 혐오스러운 표정으로 오영설을 밀쳐냈고, 바닥에 세게 내동댕이쳐진 오영설은 온 몸에 힘이 빠져 일어설 힘도 없었고 도저히 딸을 구할 수 없었다.
"내 동생을 놓아주세요!" 정신을 차린 소청양이 소씨 노부인을 물어뜯으려 달려갔지만, 남정네 들에게 잡히고 말았다.
소금휘, 소은휘, 소옥휘 세 형제는 소청양을 제압하고 나서 냉담한 눈빛으로 소청하를 내려다봤다.
팔자가 사나운 바보 천치 계집은 진작 죽었어야 했다. 소청양의 입으로 들어가는 식량이 너무 아깝다고 생각해 왔던 그들이니 말이다.
소씨 노부인은 시간을 지체하다 변수가 생길지도 모른다는 걱정에 깡 마른 두 손으로 소청하의 목을 더욱 세게 졸랐다.
하지만 그때, 소청하가 갑자기 번쩍 눈을 떴다.
보석처럼 반짝이는 두 눈이 그녀를 똑바로 쳐다보고 있었고 두려워하는 기색이라곤 조금도 찾아볼 수 없었다.
갑자기, 소청하가 피식 웃음을 지었고 입술이 살짝 움직였다.
소씨 노부인은 발끝에서부터 머리끝까지 한기가 치솟는 것을 느꼈다. 온몸의 털이 곤두서고 소름이 돋았고 마치 독사가 그녀의 등 뒤로 천천히 기어오르는 것 같았다.
"할머니, 저를 죽이려면 대가를 치러야 할 거야." 소청하가 달콤하게 미소 지으며 말했다.
소씨 노부인이 소청하가 정상으로 돌아온 건 아닌지 의심하기도 전에, 구름 한 점 없던 하늘에서 갑자기 굉음이 들려왔고 소씨 노부인은 본능적으로 눈이 부시게 맑은 하늘을 쳐다보았다.
바로 그때, 우르릉 쾅!
번개가 하늘을 가로질렀고 푸르른 하늘을 단숨에 두 동강 내버렸다.
소씨 노부인은 눈을 크게 뜨고 도망치려 했지만, 발이 땅에 뿌리를 내린 것마냥 움직일 수 없었다.
벼락은 정확히 소씨 할머니의 머리 위에 떨어졌고 거대한 천둥 소리와 함께 소씨 노부인을 순식간에 검은 숯덩이로 만들어 버렸다. 벼락에 맞은 그녀는 허공을 가르며 반장(1장은 3미터) 밖에 나가 떨어 지더니 벌려진 입 속에서는 검게 탄 연기가 스멀스멀 피어 올랐다.
"엥?"
소씨 노부인이 손을 놓았던 탓에 바닥에 엉덩방아를 찍은 소청하가 고개를 갸웃했다.
그녀는 자신의 조그만 손가락을 내려다보더니 한숨을 픽 내쉬었다.
범인(凡人)의 몸은 아직 너무 약했다.
신뢰(神雷)를 불러오긴 했지만 머리카락만큼 가늘었던 신뢰는 나쁜 할머니를 죽이기엔 역부족이었다.
소청하는 이런 현실을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한계의 하루는 지상의 일년이다.
며칠 전만 해도 그녀는 이제 막 3살 반이 된 꼬마였다. 그런데 아버지인 천제(天帝)가 글쎄 그녀를 인간계에 보내 겁(劫)을 겪게 했다.
사명신군(司命神君)은 여러 선택지 중에서 결국 그녀를 청수촌 소씨 가문의 오영설의 뱃속에 태어나게 했고 그녀는 태어나자마자 누군가 욕지거리를 해대는 걸 들었다. 글쎄 아무 짝에도 쓸모 없는 여자 아이를 낳았다고 오영설을 나무라며 얼른 갖다 버리라고 하는 것이다.
천계의 999번째 공주인 소청하는 그런 비난을 받아 들일 리 없었다. 하여 그녀의 원신(元神)은 천계로 돌아갔고, 이 범인의 몸만 소씨 가문에 남겨 두어 겁을 겪게 했다.
어차피 그녀의 본체는 태초영천(鸿蒙灵泉, 태초부터 존재한 신비한 샘물)이다. 그러니 모든 강줄기가 나중에는 다 바다에 흘러 들 듯 그녀의 분신의 모든 것은 나중에 그녀의 본체로 흘러 들어 들 테니 본체가 겁을 겪든 분신이 겁을 겪든, 모두 그녀의 공덕(功德)이니 상관이 없었다.
하지만 소청하의 원신이 막 천계에 도착했을 때, 마침 천계를 난장판으로 만들며 난리를 치던 돼지 신선에게 당해 다시 인간 세상에 떨어지고 말았고 겁을 겪기 위해 만들어진 이 범인의 몸 속에 갇혀 도망을 치려 해도 도망칠 수 없는 신세가 되었다.
'흥. 됐어. 이 나쁜 놈들을 신뢰로 죽이지 못한대도 상관 없어. 어차피 시간은 많으니까.'
좀 전에 신뢰를 사용한 소청하는 몸이 텅텅 비어 버린 것 같았다. 그리고 지금의 몸은 놀기 기 좋아하고 잠을 자기 좋아하는 3살 꼬마인지라 이내 피곤을 느끼고 소청양의 품에 안겨 새근새근 잠이 들었다.
소청하는 자신이 소환해 낸 신뢰의 위력이 너무 작다고 생각했지만, 청수촌 주민들의 눈에는 천벌의 상징과 다름 없었다.
"이럴 수가! 오씨의 저주가 현실이 된 거야! 소씨 노부인이 벼락을 맞았어!"
"천벌을 받은 거야! 천벌을 받은 거라고! 소씨 가문이 청하를 잡곡과 바꾸려 한다는 사실에 하늘도 참지 못한 거야! 앞으로 소씨네를 멀리 해야겠어."
방금 떨어진 보랏빛 번개에 놀란 사람들의 비명이 마을 전체에 울려 퍼졌다. 믿을 수 없는 상황에 사람들은 허겁지겁 촌장을 찾아 공정한 판결을 내려달라고 부탁했다.
"어머니! 어머니, 괜찮으세요?" 둘째 아들 소금휘는 발을 동동 구르며 많이 무서웠지만 어쩔 수 없이 어머니의 상태를 확인했다. 그렇지 않으면 불효자라는 죄명을 뒤집어쓸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신뢰에 맞은 소씨 노부인은 온몸에 온전한 곳이 없었고 시커먼 모습은 마치 숯 검댕이 같았다. 만약 눈알이 움직이지 않았다면, 소금휘는 자신의 어머니가 이미 죽었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가문의 가장인 노부인이 맥없이 쓰러지자 소금휘는 즉시 황대인과 약속했던 잡곡 200근을 떠올리며 발을 구르며 명령했다. "셋째야, 넷째야. 저 계집을 당장 빼앗아 죽여서 황대인에게 보내라. 잡곡 200근을 받으면 우리 세집에서 각자 50근씩 나누고 나머지 50근은 고기로 바꿔 먹자꾸나!"
바닥에 쓰러진 채 힘이 다 빠져버린 오영설은 소씨 노부인이 벼락을 맞는 모습을 보며 얼마나 통쾌했는지 모른다. 하지만 통쾌했던 만큼 지금은 너무 당황스러웠다. 필사적으로 몸을 가누며 바닥에서 일어나려 했지만, 철푸덕 다시 바닥에 쓰러지고 말았고 두 눈을 시퍼렇게 뜨고 소씨네 삼형제가 딸을 향해 다가가는 걸 지켜 볼 수 밖에 없었다.
'쾅!'
그때, 큰 소리와 함께 누군가 소씨 가문의 대문을 걷어차며 마당에 들어섰고 담벼락에 매달려 구경하던 마을 사람들의 시선이 일제히 그에게로 향했다. "소진호가 돌아왔어!"
"휴, 오씨도 드디어 버팀목을 찾았네. 소진호가 평소에 청하를 지극히 아끼지 않았던가? 청하가 팔려가는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지 않을 거야."
"그건 모르는 일이지. 소진호는 소씨 노부인이 주워와 키운 아이야. 은혜를 갚아야 할 처지라고. 지금 온 가족이 굶어 죽게 생겼으니 소진호도 어쩔 방도가 없을 거네."
구경꾼 중 한 남자가 담벼락에 기대어 목소리를 높이며 비아냥거렸다. "설마, 소씨 가문의 식량으로 바보 천치인 딸을 키우려는 건 아니지?"
"입 닥쳐!" 눈이 시뻘개진 소진호가 손에 든 괭이를 그를 향해 던졌고 담벼락에 기대어 비아냥거리던 사람들은 부리나케 도망쳤다. 이어 그는 오영설과 아이들 곁으로 다가가 물었다. "괜찮소?"
"여보, 저는 괜찮아요. 빨리 청하를 구해야 해요. 주옥란과 어머님이 청하의 목을 졸랐어요. 오영설이 눈물을 글썽이며 말하자 소진호는 즉시 다가가 소청하를 확인해 보았다. 그러다 이내 안도의 숨을 내쉬며 말했다.
"청하는 그저 잠이 들었을 뿐이요. 괜찮소. 걱정하지 마오. 내가 있으니 당신과 아이들을 괴롭히는 사람은 없을 거요."
말을 마친 그는 소금휘, 소은휘, 소옥휘 세 형제를 향해 눈을 부라렸고 그들은 겁에 질려 흠칫 몸을 떨었다.
챕터 목록
총 82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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