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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순조롭지 않은 하루

오후 5시가 조금 넘은 시각, 김서아는 컴퓨터에서 USB 뽑아 들고 밖으로 나섰다.

그녀는 USB를 클럽에 가져다줘야 했다. 레이 클럽은 학교에서부터 걸어서 10분 정도 거리에 위치해 있었다.

길을 걷던 김서아는 누군가 자신을 미행하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고 불현듯 고개를 돌리자 그녀의 시야에 검은 옷을 입은, 딱 봐도 수상해 보이는 두 남자가 들어 왔다.

그중 한 남자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저 여자야. 움직여!"

그 말을 들은 김서아의 눈빛이 어둡게 가라앉았다.

주변에 사람들이 많았던 탓에 그녀는 이곳에서 싸움을 벌이고 싶지 않았다. 이목이 끌리는 걸 원하지 않았던 것이다. 하여 김서아는 빠르게 옆 골목으로 들어갔다.

두 남자가 그녀를 쫓아 서둘러 골목으로 쫓아 갔다. 하지만 둘이 골목에 들어섰을 때, 긴 골목에는 아무도 없었고 김서아의 그림자조차 찾지 못했다.

둘은 믿을 수 없다는 듯 눈이 휘둥그래졌다.

"여기 숨을 데도 없잖아? 어디로 튄거지? 너무 빠르잖아?!"

"아무래도 무술을 배운 사람인 것 같아. 어쩐지 우리 두 사람을 보내더라니. 일단 안으로 들어가 찾아보자."

김서아를 그저 어린 소녀일 뿐이라고 생각한 그들은 쉽게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하지만 김서아는 그들의 눈앞에서 순식간에 사라지고 말았다.

어린 소녀 한 명도 잡지 못했다니... 둘은 체면이 말이 아니었다.

두 남자를 쉽게 따돌린 김서아는 노선을 바꿔 다른 길로 레이 클럽으로 향했다.

하지만 그녀의 일진은 오늘따라 유독 사나웠다.

두 남자를 따돌리자마자, 클럽 앞에서 조씨 가문 사람들을 만난 것이다.

그녀를 발견한 조현아가 불쾌한 목소리로 물었다. "너 여긴 무슨 일이야? 여긴 네가 들어 올 수 있는 곳이 아니라고."

조현아와 김서아는 둘 다 A대 학생이었고 학과만 달랐다. 조현아는 예전부터 김서아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나중에 김서아가 자신의 오빠와 약혼한 사이라는 것을 알게 되고 나서는 김서아가 더더욱 싫어졌다. 다행히 할아버지와 부모님은 두 사람의 약혼을 인정하지 않았다. 그렇지 않았다면 조현아는 역겨워 죽었을 것이다.

오늘은 조현아의 생일이었고, 그녀의 가족과 친구들은 레이 클럽에서 그녀의 생일 파티를 열어 주었다.

그런데 김서아가 여기 나타나다니. '뻔뻔한 년!'

사람들은 김서아를 마치 쓰레기를 보듯 혐오스러운 눈빛으로 쳐다봤다.

김서아는 차갑게 식은 눈빛으로 조현아를 쳐다봤다. "왜? 이 클럽이 네거야?"

그때, 장미영이 다가와 다짜고짜 그녀를 비난했다. "주제도 모르는 년! 여기까지 쫓아 왔어?! 아무래도 알아 들을 수 있게 말해 확실하게 줘야겠군! 김서아, 너희 가문에게 1억을 준 것으로 빚진 은혜는 전부 갚았어! 우리 조씨 가문은 너와 내 아들의 약혼을 인정 못해! 아들을 너 같이 볼품 없는 가문의 여자와 결혼시키는 일은 없을 테니, 일찍 포기하는 게 좋을 거야."

조씨 가문은 조현우를 결혼 시키더라도 조씨 가문과 비슷한 가문의 아가씨와 결혼 시키려했다. 가문도, 신분도 보잘것 없는 '하등인' 김서아는 그들의 눈에 들어 오지도 않았다.

김서아는 차갑게 실소를 터뜨렸다. "저기요, 아줌마. 전 조현우에게 전혀 관심 없어요. 쓸데 없는 걱정을 하시는 것 같네요."

"그럼 내 생일 파티에 왜 온 건데?" 조현아는 팔짱을 끼고 비아냥거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레이 클럽은 A시에서 유명한 유흥업소로, 돈 많은 사람들의 천국이었고 김서아 같은 평범한 서민이 들어 올 수 있는 곳이 아니었다. 그녀는 김서아가 자신들을 찾아온 게 확실하다고 생각했다.

"너 오빠를 꼬셔보려고 찾아 온 것 같은데, 이곳에 왔다고 해도 아무 소용 없어! 왜 인지 알아? 우리 오빠는 요즘 해외에 있거든, 넌 오빠를 유혹할 기회조차 없어."

그때, 화려한 옷차림의 여자가 입을 열었다. "주제를 모르는 게 아니라, 욕심이 너무 많은 것 같아. 1억으로 며칠이나 버틸 수 있겠어? 가난한 운명을 바꾸려면 조씨 가문에 시집을 가는 것 밖에 없잖아. 그래서 포기하지 못하는 게 분명해."

조현아는 차갑게 코웃음을 쳤다. "이따위 여자는 우리 조씨 가문의 문턱도 넘지 못해!"

조현아의 아버지 조진세는 어둡게 가라앉은 얼굴로 김서아를 노려봤다. 그녀가 이렇게 눈치 없는 사람일 줄은 몰랐다. 전에 그녀를 문전박대하며 모욕했는데도 아직도 주제를 모르고 이곳에 나타나다니!

그는 조 어르신을 돌아보며 말했다. "아버지, 먼저 들어가 계세요. 제가 해결할게요."

오늘은 그의 딸의 생일이다. 만약 김서아가 이곳에서 소란을 피운다면, 조씨 가문의 체면에 영향이 갈 것이다.

조 어르신은 대답하지 않고 김서아의 앞에 멈춰 섰다. "김서아, 네 아버지가 나한테 은혜를 베푼건 사실이야. 하지만 당시 내가 네 아버지의 부탁을 들어 준건 그저 네 아버지가 편안히 눈을 감을 수 있도록 해주기 위함이었어. 너는 우리 조씨 가문의 며느리로 적합하지 않아. 하지만 걱정하지 마. 우리 조씨 가문은 나 몰라라 하지 않을 테니. 앞으로 어려운 일이 생기면 언제든지 찾아와. 내가 해결해 줄 테니까."

조 어르신은 잠시 뜸을 들이더니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다만 네가 이곳에서 소란을 피워 조씨 가문의 체면을 깎는다면, 너한테도 아무 이득이 없어."

김서아는 너무 역겨웠다. 그녀는 차갑게 식은 눈빛으로 사람들을 훑어봤다. "귀가 먹은 건가? 왜 사람 말을 알아 듣지 못하는 거죠? 분명히 말했어요. 전에 조씨 가문에 찾아 간건 혼약을 취소하기 위함이었고 오늘 여기서 만난건 그저 우연일 뿐이라고요. 난 당신들 조씨 가문에 관심 없어요."

당시 그녀의 아버지는 조 어르신과 약속했다. 그녀가 20살이 되면 조씨 가문의 장손과 결혼해 조씨 가문에 시집가기로 말이다.

그녀는 아버지가 자신을 위해 그런 결정을 내렸다는 걸 알았다. 아버지는 그녀에게 의지할 수 있는 버팀목을 마련해 주려 했다. 하지만 그녀는 결혼하고 싶지 않았고 조씨 가문의 보호도 필요 없었다. 하여 그녀는 A시에 와서 지내는 몇년간 조씨 가문과 거의 접촉하지 않았다.

올해 마침 20살이 된 그녀는 일주일 전, 조씨 가문에 약혼을 취소하러 갔다. 하지만 조씨 가문 사람들은 그녀가 약혼을 요구하러 왔다고 생각했는지, 그녀를 문전박대했고 심지어 가정부를 시켜 그녀를 모욕했다.

그 순간, 그녀는 조씨 가문 사람들의 추악한 민낯을 똑똑히 보았다.

그들이 자꾸만 입에 올리는 1억, 그녀는 그 돈을 본적도 없었고 필요하지도 않았다.

그녀의 말을 들은 조씨 일가 사람들의 안색이 어둡게 가라앉았다.

조씨 가문에 관심이 없다고? 그들은 김서아의 말을 믿지 않았다. 그저 자존심이 상해 끝까지 우기는 거라고 생각했다.

조진세는 차갑게 코웃음을 쳤다. "그렇다면 다행이고! 김서아, 네가 분수를 지키며 잠자코 지낸다면 A시에 머물 수 있도록 도와주마. 하지만 네가 조용히 지내지 않는다면, 그땐 나도 옛정을 봐주지 않을 거야."

조 어르신은 이미 인내심이 바닥난 것 같았다. "되었다, 이제 안으로 들어가자."

급한 일이 있었던 김서아는 더 이상 그들을 상대하지 않고 클럽으로 향했다.

"거기 서!" 그녀가 클럽으로 향하는 것을 본 조현아가 그녀를 쫓아가며 소리쳤다. "감히 클럽에 들어가려 들어? 넌 네 주제도 몰라? 돈이 있긴 해? 여긴 네가 들어 갈 수 있는 곳이 아니야."

김서아는 차갑게 식은 눈빛으로 그녀를 흘겨보며 말했다. "비켜."

조현아가 또 뭐라고 말하려 할 때, 클럽 매니저가 다가왔다.

"김서아 아가씨, 오셨습니까?"

김서아는 매니저를 돌아보며 말했다. "허 매니저님."

매니저는 싱긋 미소 지으며 공손하게 그녀를 맞이했다. "기다리게 해서 죄송합니다. 이쪽으로 모시겠습니다."

김서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 모습을 본 조현아는 자리에 멍하니 얼어붙었다. 클럽 매니저가 직접 김서아를 맞이하다니!

조씨 가문 사람들의 안색이 어둡게 가라앉았다.

레이 클럽은 배경이 깊은 클럽이었고 클럽 매니저도 평범한 사람이 아니었다.

조씨 가문도 클럽 매니저가 직접 맞이하는 대우를 받을 자격이 없는데, 김서아는 대체 무슨 자격으로 이런 대우를 받는 걸까?

조현아의 안색이 더욱 어둡게 가라앉았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이지?"

그녀의 친구가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 "알바를 하러 온 것 같은데? 쟤 인턴십을 시작했다는 소문을 들었거든, 돈이 부족한가 봐."

장미영은 조현아의 곁으로 다가가 말했다. "그래. 딸, 오늘은 네 생일이잖아. 저런 이상한 애는 신경쓰지마."

장미영은 권력도 없고, 배경도 없는 고아인 김서아가 이곳에 온 건 일하러 왔거나, 돈 많은 사람들에게 몸을 팔러 왔을 것이라 짐작했고 더이상 김서아를 신경 쓰지 않았다.

조현아는 여전히 불쾌한 얼굴로 장미영의 팔짱을 끼고 말했다. "엄마, 김서아를 A대에서 쫓아낼 수 없어? 나 김지아가 너무 거슬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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챕터 목록

총 200장

  1. 1장제1화 하룻밤의 실수
  2. 2장제2화 순조롭지 않은 하루
  3. 3장제3화 자초한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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