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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명성이 자자한 전왕

이런, 하필 장님이라니?

김서완이 놀란 얼굴로 고개를 갸웃하며 사내의 눈앞에 손을 흔들어 보이자, 곧바로 사내의 차갑게 식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죽고 싶은 게 아니라면 썩 물렀거라!"

겨우 최음제를 해독할 수 있는 도구를 찾았는데, 어떻게 이대로 물러날 수 있겠는가?

요염하게 입꼬리를 끌어올린 김서완이 손을 앞으로 뻗어 사내의 옆구리 혈자리를 빠르게 내리찍은 다음, 머리에서 비녀를 뽑아 들어 사내의 목에 겨누었다.

"죽고 싶은 게 아니라면 입 다무시오."

소천경(蕭千境)이 입 밖으로 꺼내려고 했던 말을 억지로 삼켜야만 했던 동시에 내력으로 혈을 파괴하려 할 때, 여자의 목소리가 다시 귓가에 내려앉았다.

"미리 경고하는데, 괜한 힘 낭비는 하지 않는 게 좋을 겁니다. 이 혈도를 풀 수 있는 사람은 오직 저뿐입니다. 만약 당신이 강제로 혈도를 뚫어 독이 재발한다면, 저는 시신도 거둬주지 않을 것입니다."

그녀가 가볍게 던진 말에 소천경은 움직일 엄두도 내지 못했다.

"넌 대체 누구야, 아니 잠깐. 대체 지금 뭘 하려는 것이냐?"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그의 허리띠에 손을 올린 여인의 손길 덕분에 소천경은 신경이 완전히 곤두섰다.

뭘 하긴, 당연히 너를 범하려는 것이지.

김서완이 다급하게 소리쳤다. "급해 그러니 몸 좀 빌립시다."

소천경은 찰나의 순간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곧바로 정신이 든 그의 안색이 굳어 내리더니 미간이 험악하게 일그러졌다. "본 왕이 누군지 아느냐?"

그제서야 손동작을 멈춘 김서완의 예쁜 눈매가 사내의 준수한 얼굴을 뚫어져라 쳐다보더니, 머릿속에 저절로 한 사람의 이름이 떠올랐다.

소천경!

현 황제의 친동생이자 대하국에서 이름을 날린 전왕이었다. 여덟 살의 어린 나이에 군영에 들어가 열두 살에 전쟁에 참가해 적을 무찌르고, 젊은 나이에 현갑군을 이끌어 남만을 치고 북방을 공격하여 승리를 거두었다. 병사를 이끌고 전장을 나갈 때마다 백전백승의 승리를 거두었고, 무작위 한 수단에 적군은 간담히 서늘해질 지경이었다.

그의 이름만으로도 밤새 자지 않고 우는 아이의 울음을 멈추게 할 수 있고, 그의 초상화는 백성들이 대문에 붙여 악귀를 몰아내는 작용이 있다고 한다.

애석하게도 5년 전, 전장에서 독에 중독되어 실명하게 된 후로는 출전하지 못했으며, 지금은 경성에서 자유로운 날을 보내는 왕야가 되었다.

그녀의 눈앞에 있는 사내의 모든 정황이 꼭 맞아떨어지는 것을 보아 소천경 본인이 틀림없을 것이다.

보통 사람이라면 그의 이름을 듣자마자 줄행랑을 쳤겠지만, 김서완은 그저 입꼬리를 올리며 잔뜩 비아냥거리는 말투로 말했다. "경성 백성 중 어느 누가 왕야의 명성에 대해 모릅니까? 듣건대 왕야께서 스물세 살의 나이가 되었지만 아직 왕비를 맞이하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혹 신체에 결함이 있는 건 아닌지요?"

제발 빛 좋은 개살구는 아니길.

의심 가득한 말투에 조금은 놀란 듯한 목소리는 소천경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이목구비가 거칠게 일그러진 그가 이를 꽉 악물고 싸늘하게 식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명을 다한 게라면 어디 한 번 시도해 보거라."

"왕야께서 진심을 담아 부탁하신 일이니 저도 더는 사양하지 않겠습니다." 김서완은 말을 하면서 소천경의 속바지를 덥석 벗기더니 중심부를 흘깃 쳐다본 후, 그의 허벅지에 올라탔다.

한담을 녹일 것 같이 뜨거운 열기가 밤새 이어졌다.

몸속의 최음제가 칠할 정도 풀린 것을 느낀 김서완은 허리를 붙잡고 일어나더니 당장이라도 피를 토할 것 같은 안색인 소천경을 쳐다보며 어깨를 가볍게 두드렸다.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잇속만 챙기고 입 싹 닫는 파렴치한은 아니니까. 왕야께서 제 목숨을 살려줬으니 저도 왕야의 몸에 쌓인 열독을 풀어드리죠. 한 번만 말할 테니 잘 기억하십시오."

김서완은 사뭇 진지한 목소리로 약재 이름을 나열하기 시작했다. "옥수지, 자후꽃, 사린과, 보리지, 양제잎, 천년혈개구리... 이상 49가지 약재를 섞어 가루로 만들어 욕조에 넣어 매일 반 시진씩 발을 담그십시오. 그렇게 열흘이 지나면 몸속의 열독이 모두 빠져나갈 겁니다."

소천경은 김서완이 하는 말을 조금도 믿지 않았다. 그녀는 자신이 중독된 최음제도 해독하지 못했는데, 어떻게 어의도 속수무책인 열독을 해독할 수 있단 말인가?

김서완은 그런 그의 마음을 꿰뚫어 본 듯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왕야께서 제 말을 믿든 안 믿든 상관없지만, 좋은 마음으로 조언 하나 하겠습니다. 한담은 열독이 발병했을 때의 고통을 덜어줄 뿐, 근본 원인을 찾아 치료할 수 없습니다. 이대로 열독이 쌓이게 내버려두면 왕야는 기껏해야 반년밖에 더 살 수 없을 겁니다. 만약 제가 왕야라면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끝까지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김서완은 자신의 의술에 자신감이 넘쳤다. 필경 열독보다 백배나 보기 드문 독도 치료했던 그녀였기에 이 정도 열독은 전혀 문제 되지 않았다.

소천경의 얼굴에 놀란 기색이 스치더니 이내 차갑게 실소를 터뜨리고 물었다. "본 왕이 기억하지 못할까 봐 걱정되지 않느냐?"

허리를 살짝 숙여 그의 귓가에 낮은 목소리로 속삭이는 김서완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듣건대 왕야께서 한 번 보고 들은 것은 절대 잊지 않는 천부적인 재능을 지녔다고 했습니다. 고작 이까짓 약재가 왕야를 곤란케 할 수 있을까요? 왕야께서 지금 걱정해야 하는 건 49가지 약재를 어떻게 모을까입니다. 기회가 된다면 또 뵐 수 있겠죠. 반년 후에도 왕야가 건강하게 살아있다는 소식을 듣기 바랍니다."

어둡게 가라앉은 소천경의 이목구비가 거칠게 일그러졌다.

이대로 가려고? 단숨에 김서완의 목덜미를 낚아챈 그가 손아귀에 힘을 실었다.

"아니, 이런!"

미처 공격을 피하지 못한 김서완은 호흡이 점점 가빠지는 것을 느꼈다. 전왕이라는 작자가 기습공격을 해오다니!

"소... 전왕이라고 소문이 자자한 왕야가 이런 야비한 술수나 부리는 사람이었군요." 김서완이 가소롭다는 듯이 웃음을 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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챕터 목록

총 210장

  1. 1장제1화 타임슬립
  2. 2장제2화 명성이 자자한 전왕
  3. 3장제3화 찾아내서 갈기갈기 찢어 죽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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