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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죽어가는 늑대 인간을 샀다
백나연은 그저 한수빈이 자신을 위로하는 말이라고 생각하며 가볍게 웃어 넘겼다.
하지만 그녀가 지하 경기장에 도착하자마자, 주변의 수컷들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그녀에게 쏠렸다.
한수빈은 안내 책자를 들고 자리를 찾은 뒤, 백나연을 끌고 앉았다. 아래 경기장에서는 이미 피가 튈 정도로 거친 싸움이 벌어지고 있었고, 관중들은 열광적으로 환호했다.
백나연은 이런 경기가 뭐가 재미있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회색 귀를 세운 채 붉게 흐린 눈빛을 한 늑대 인간이 쇠사슬에 묶여 링 위로 끌려 올라오는 순간, 그녀의 시선이 멈췄다.
그 늑대 인간은 폭주기에 들어선 상태였다.
사회자는 흥분한 목소리로 외쳤다. "오랫동안 폭주기에 빠져 있었지만 어떤 암컷과도 매칭되지 못한 노예입니다! 무려 일주일째 아무것도 먹지 못했고 물 한 방울도 마시지 못했습니다! 저 노예를 이기는 자에게는 높은 레벨의 정핵을 100개를 드리겠습니다!"
곧바로 도전자들이 하나 둘 링 위로 올라갔지만, 결과는 같았다. 폭주한 늑대 인간에게 모조리 링 아래로 내던져졌다.
경기가 계속될수록 늑대 인간의 몸에는 상처가 늘어났다. 한쪽 다리는 완전히 꺾여 있었고, 그는 반쯤 무릎을 꿇은 채 입에서 피를 토했다. 하지만 단 한 번도 신음 소리를 내지 않았다.
마지막 경기 시작 신호가 울리자, 그가 고개를 들자 핏빛으로 물든 눈동자가 우연히 백나연과 마주쳤다. 그 눈동자에 담긴 절망과 분노를 본 백나연은 입술을 꼭 깨물었다.
한수빈은 숨을 깊게 들이마신 뒤 안타까운 표정으로 말했다. "저 수인은 유랑 행성에서 온 것 같아. 이곳에 온 지 꽤 오래되었는데, 나도 지난번에 이곳에서 봤어. 범죄 기록도 있고 고아라서 힘들게 살고 있는 것 같아. 이번 경기가 아마 저 수인이 살아서 링 위에 설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일 거야."
오랜 시간 안정화를 받지 못한 수컷은 결국 통제력을 잃고 자멸한다는 사실을 모두가 알고 있었다.
백나연은 눈빛을 가라앉혔다. 저 늑대 인간의 고립무원한 처지가 어쩐지 자신의 상황과도 닮아 있었다.
마지막으로 그 늑대 인간은 남은 힘을 쥐어짜 마지막 도전자까지 쓰러뜨렸다. 그리고 그대로 링 위에 엎드린 채 꼼짝도 하지 않았다. 금방이라도 숨이 끊어질 것처럼 보였다.
백나연이 물었다. "저 수인을 어떻게 살 수 있어?"
한수빈은 깜짝 놀란 얼굴로 되물었다. "뭐? 저 수인을 산다고?"
백나연은 고개를 갸웃하며 말했다. "그냥 재미로 사려는 거야. 안 돼?"
한수빈은 지하 경기장 사장과 안면이 있는 사이였다. 그녀는 백나연을 설득하지 못하자 사장 앞에 데려가 늑대 인간을 사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사장은 깜짝 놀란 얼굴로 물었다. "펜리르를 사겠다고요? 저는 이미 펜리르를 처리할 생각이었는데. 존귀한 암컷님, 펜리르를 사서 치료하려면 많은 돈이 들 겁니다. 손해 보는 장사예요."
백나연은 펜리르 앞에 쪼그리고 앉았다. 그는 지나친 탈진 때문에 이미 인간 형태로 변해 있었다.잘생긴 얼굴에는 공격적인 기질이 어려 있었고, 쇠약해진 탓에 들어가지 못한 복슬복슬한 귀가 밖으로 드러나 있었다.그녀는 손을 들어 그의 귀를 부드럽게 어루만졌다.
펜리르는 온몸을 크게 떨더니, 반사적으로 상체를 일으켜 그녀를 붙잡으려 했다.
하지만 가까이에서 보니, 조금 전 관중들 사이에서 한눈에 들어왔던 아름답고 순수한 암컷이었다. 그의 발톱은 그대로 허공에서 멈췄고, 사나운 살기가 담긴 눈빛도 조금씩 누그러졌다. 그는 무고한 암컷을 해칠 수 없었다. 결국 고개를 숙인 채 몸을 웅크리며 그녀의 손길을 거부했다.
백나연은 더 이상 펜리르를 건드리지 않았다. 그녀는 늘 혼자 움직이거나 하급 헌터 팀에 합류해 몬스터 숲 외곽에서 하급 야수를 사냥하고 약초를 채집하며 생계를 유지해 왔다. 하지만 수입은 너무 적었고, 그녀가 흡수한 하급 코어 역시 정신력에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했다.
만약 이 늑대 인간을 이용해 몬스터 숲 깊숙한 곳으로 들어갈 수 있다면, 더 좋은 약초와 코어를 얻어 정신력을 올릴 방법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어쨌든 한 번쯤은 시도해 볼 만한 방법이었다.
백나연이 말했다. "2억."
그녀는 사장을 돌아보며 진지하게 말했다. "2억이라면 사장님에게도 손해 보는 장사는 아닐 겁니다. 펜리르를 치료한다고 해도 억제제 가격이 비싸고, 암컷의 안정화도 받지 못했으니 다시 링 위에 설 수 없을 테니까요."
백나연의 말도 틀린 건 아니었다. 어차피 거의 폐기 직전까지 몰린 떠돌이 늑대 인간이었다. 사장은 저울질 끝에 결국 그녀와의 거래를 받아들였다.
펜리르를 지하 경기장에서 데리고 나오자, 백나연은 광뇌에 수십 통의 전화가 걸려와 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녀는 메시지 영상을 열었다.
차현우는 화가 난 얼굴로 그녀를 다그쳤다. "백나연, 우리가 연맹 홀에서 얼마나 기다렸는지 알아? 돈도 받았고 매칭 해제 합의서에도 사인했잖아. 이제 와서 발 빼려는 건 아니지?!"
암컷 주인의 동의 없이는 수컷이 일방적으로 매칭을 해제할 수 없었다.
펜리르를 사 오는 데 정신이 팔린 나머지, 백나연은 그 일을 완전히 잊고 있었다.
그녀는 바로 한수빈을 붙잡고 말했다. "수빈아, 펜리르 좀 대신 집에 데려다줘. 집에 상비약 있으니까 우선 그거라도 써 줘. 절대 죽게 하면 안 돼."
"그래, 나만 믿어." 한수빈은 가슴을 두드리며 약속했다.
백나연이 연맹 홀에 도착했을 때, 강도윤과 차현우는 백서윤의 양옆에 서 있었다.
백나연은 그들에게 다가가며 말했다. "좀 늦었어."
강도윤과 차현우는 그녀의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란 얼굴로 눈을 크게 떴다.
"백, 백나연?" 차현우는 그녀를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그녀가 예뻐진 것은 사실이지만, 백서윤과 똑같은 하얀 원피스를 입은 것을 보고 바로 코웃음을 쳤다. 아마 매칭을 해제하고 싶지 않아 백서윤과 똑같은 모습으로 나타나 동정심을 얻으려는 속셈일 것이다.
강도윤은 그제야 정신을 차린 듯 비웃으며 말했다. "굳이 백서윤처럼 꾸밀 필요 없어. 우리가 사랑하는 건 단순히 외모가 아니니까. 백서윤은 얼굴뿐 아니라 마음까지 아름답거든. 괜한 쓸데없는 짓 하지 마."
백서윤 역시 연약한 미소를 지으며 미안한 표정으로 백나연에게 말했다. "언니, 저는 정말 언니 결혼을 망치고 싶지 않았어요. 언니 수컷을 빼앗으려던 것도 아니고요. 그러니까 저 미워하지 말아 주세요."
백서윤의 눈에 백나연은 두 수컷을 너무 사랑하는 암컷이었다. 오늘 자신과 비슷하게 꾸미고 나타난 것도, 아마 두 수컷에게 용서를 빌고 다시 받아 달라고 매달리려는 의도일 것이다.
하지만…
챕터 목록
총 201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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