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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20억

"송지수 씨, 여기 물건 들은 전부 오서아 씨가 직접 꾸민 거예요. 이렇게 마음대로 버렸다가는 곽 대표님이 돌아오셨을 때, 곤란할 것 같아요..." 한쪽에 서 있던 장 아주머니는 안절부절못하며 말리려고 했다.

"곤란할 게 뭐가 있어?" 송지수가 혐오 가득한 얼굴로 말했다. "이런 낡아 빠진 물건은 보기만 해도 재수 없어. 시후 오빠가 앞으로 이 집은 내 마음대로 해도 된다고 했어. 내가 버리고 싶으면 버리는 거야."

"송지수, 누구 맘대로 내 물건에 손을 대?"

현관에서 들려오는 오서아의 목소리에 뼈 시린 한기가 섞여 있었다.

송지수는 순간 멈칫하더니 돌아섰다. 잘못을 저지르다 들켰는데도 그녀는 전혀 당황하지 않았고, 오히려 조롱하듯 웃으며 입을 열었다.

"어머. 오서아 씨, 돌아 왔네요? 구청 앞에서 해가 질 때까지 기다리고 있을 줄 알았는데."

그녀는 태연하게 오서아 앞으로 다가서더니 경멸 어린 말투로 말했다. "오서아, 시후 오빠 마음속에 네 자리는 없어. 곽씨 집안의 안주인 자리는 내 거야."

노골적인 도발에 오서아의 얼굴이 확 굳었다.

오서아도 차갑게 맞받아쳤다. "송지수, 불륜녀 노릇이 그렇게 좋아?"

하지만 송지수는 화를 내는 대신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다음 순간, 송지수의 시선이 옆에 있는 장식장을 향했다.

장식장 위에는 이미 돌아가신 오서아 어머니의 영정사진이 놓여 있었다

송지수의 눈에 악독한 빛이 스쳤다. 그녀는 액자를 집어 들고 혀를 끌끌 찼다. "이 여자가 일찍 죽었다는 네 엄마야? 얼굴은 제법 예쁜데 아쉽게도 박명하네. 낳은 딸도 마찬가지로 버림받을 운명이고."

"당장 내려놔!" 오서아의 동공이 급격히 수축했고 매섭게 소리를 질렀다.

"어머, 손이 미끄러졌네..."

송지수는 입꼬리를 비틀더니 갑자기 손을 놓았다.

"쨍그랑!"

액자가 단단한 대리석 바닥에 떨어져 산산조각 났고, 깨진 유리 파편이 사방으로 튀었다.

그 누렇게 바랜 사진이 깨진 액자 속에서 미끄러져 떨어졌고, 날카로운 유리 조각에 얼굴 부분이 찢어졌다.

얼굴이 순간 창백해진 그녀가 달려가 잡으려 했지만 이미 늦었다.

그녀는 깨진 유리 조각 사이에 묻힌 엄마의 영정사진을 내려다보았다. 그 순간 가슴속에 쌓였던 서러움과 분노가 한꺼번에 폭발했다.

오서아는 손을 들어 송지수의 뺨을 세게 후려쳤다.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송지수는 비틀거리며 바닥에 쓰러졌다.

뺨을 감싸 쥔 송지수가 분노를 터뜨리려는 순간, 곁눈질로 현관에 나타난 익숙한 모습을 발견했다.

송지수는 극도로 억울한 표정을 지으며 목 놓아 울부짖었다. "서아 언니, 저는 그저 먼지를 닦아드리려고 했을 뿐인데... 왜 저를 때리시는 거예요..."

다음 순간, 곽시후가 후다닥 뛰어들어오더니 바닥에 쓰러진 송지수를 부축해 일으켜 세운 뒤, 고개를 돌려 오서아를 향해 사납게 따져 물었다. "오서아! 너 미쳤어? 지수를 들어와 살게 한 건 나야!"

곽시후는 조심스럽게 송지수를 부축해 일으켰고, 그녀를 바라보는 그의 눈빛은 너무나 애틋했다.

그의 다급한 목소리에는 약간의 긴장마저 섞여 있었다. "지수야, 괜찮아?"

송지수는 기다렸다는 듯 곽시후의 품에 기대어 흐느꼈다. "시후 오빠, 서아 언니 잘못이 아니야... 다 내 잘못이야. 함부로 언니 물건에 손대면 안 되는 건데... 언니가 날 때리는 건 당연해..."

가녀리고 무구한 그녀의 모습은 마치 이 세상에서 가장 억울한 사람인 것 같았다.

그 말을 들은 곽시후는 마음이 아팠다. 이내, 그의 차갑기만 하던 얼굴에 다정함이 떠올랐고 마치 아이를 달래듯이 그녀를 위로했다. "울지 마, 지수야. 네 잘못이 아니야."

말을 마친 그는 고개를 돌려 오서아를 바라봤다. 그의 눈빛에는 실망과 혐오가 가득했다. "오서아, 아무리 질투가 나도 그렇지. 어떻게 사람을 때려?!"

오서아는 바닥에 떨어진 어머니의 사진을 가리키며 잔뜩 갈라진 목소리로 외쳤다. "곽시후, 눈 크게 뜨고 똑바로 봐! 송지수가 일부러 우리 엄마 사진을 깨뜨렸다고!"

곽시후는 바닥의 깨진 액자를 힐끗 보고는 짜증스럽게 미간을 찌푸렸다. "지수는 개미 한 마리도 못 죽이는 애야. 그런 애가 일부러 네 물건을 부술 리가 없잖아. 네가 갑자기 소리쳐서 놀라서 그런 거겠지."

곽시후가 잠시 말을 멈추더니 짜증을 내며 말했다. "됐어. 적당히 해. 액자 하나가 얼마나 한다고 그래? 똑같은 걸로 열 개 사 주면 되잖아. 됐지?"

오서아는 5년 동안 연애했던 남자가 너무 낯설게 느껴졌다.

"그건 엄마가 내게 남겨 준 유일한 유품이야. 곽시후, 어떻게 배상할 건데?" 눈시울이 붉어졌지만 오서아는 끝까지 눈물을 참았다. "좋아. 네가 송지수 대신 배상 해. 20억을 내 계좌로 보내. 지난 5년을 청산하는 대가라고 생각해."

"20억?" 송지수가 소리를 질렀다. "오서아, 돈에 환장했어? 같잖은 사진 하나 가지고 20억을 배상하라고?"

오서아는 송지수를 거들떠보지도 않고 곽시후만 뚫어지게 쳐다봤다. "애인을 위해 그 정도 돈도 쓰기 싫어?"

곽시후는 그녀의 눈가에 서린 경멸에 마음이 찔려, 안색이 무섭게 어두워졌다. "그래, 오서아, 배짱 한번 좋네. 돈은 보내 줄게. 대신 돈을 받는 순간 이 집에서 나가. 그걸로 우린 완전히 끝이야!"

오서아는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바라던 바야."

그녀는 방으로 돌아가 짐을 챙긴 뒤, 뒤도 돌아보지 않고 곽씨 가문을 떠났다.

오서아가 떠나자 송지수는 곽시후의 품에 기대어 가식적으로 물었다. "시후 오빠, 서아 언니가 정말 가 버렸어... 설마 오빠랑 진짜 헤어지려는 건 아니겠지?"

곽시후가 차갑게 코웃음을 치더니 자신 있게 말했다. "신경 쓰지 않아도 돼. 나 없이는 하루도 못 사는 여자야. 사흘도 안 돼서 제발 용서해 달라고 무릎 꿇고 빌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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챕터 목록

총 114장

  1. 1장제1화 파혼
  2. 2장제2화 갑작스러운 결혼
  3. 3장제3화 20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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