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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내야..." 남자의 목소리가 떨리고 있었다. 두려움 때문이 아니라, 순전히 격한 감정 때문이었다.

"나야, 네 여섯 째 오빠. 나 기억 안 나? 네가 세 살 때 우리랑 헤어졌잖아. 그 후로 줄곧 널 찾고 있었는데, 끝내 못 찾았어. 다행히 며칠 전에 화국 정보 데이터베이스가 업그레이드되면서 그걸 통해 드디어 널 찾게 됐어... 근데 혹시 헛걸음할까 봐 다른 가족들은 안 오고 나만 왔어."

남자는 잔뜩 흥분해서 말을 쏟아냈지만, 하나영의 얼굴은 여전히 무표정했다. 그녀의 눈에 서린 경계심은 전혀 풀리지 않았다. 방금 전만 해도 팔릴 뻔했는데, 이곳 사람들을 어떻게 믿겠는가.

"누가 널 보냈든 난 관심 없어. 내가 손 쓰기 전에 당장 꺼져."

다른 사람이 먼저 그녀를 건드리지 않는다면 그녀도 절대 손을 쓰지 않는다. 그게 하나영의 원칙이다. 때문에 상대가 위협적인 행동을 하기 전까지, 그녀 역시 함부로 먼저 다른 사람을 공격하지 않는다.

한편, 하규철은 하나영이 믿지 않자 더 초조해졌다.

"막내야. 나 진짜 네 여섯째 오빠야. 우리 하씨 가문은 노성 제일의 재벌가라고. 그때 연말 행사에 사람이 너무 많아서 너를 잃어버렸던 거야. 우리 모두 너를 계속 찾고 있었다고."

하나영은 위아래로 하규철을 훑어봤다. "재벌가? 자전거를 타는 재벌가가 어디 있어?"

하규철은 반사적으로 자신의 모습을 내려다보며 다급히 해명했다. "그게 아니고, 차가 오다 고장 나서 어쩔 수 없이 동네 사람한테 자전거를 빌린 거야.. 우리 가문이 진짜 재벌가 맞아."

"쓸데없는 소리 말고, 빨리 꺼져."

그 말에 하규철은 마치 뜨거운 솥뚜껑 위의 개미처럼 초조해했다.

그러다 문득 뭔가 떠올랐는지, 주머니에서 물고기 모양의 옥패 하나를 꺼냈다. "이거 봐, 아버지가 너를 위해 특별히 주문한 쌍어 옥패야. 우리랑 헤어졌을 때 네 목에도 이 옥패의 반쪽이 걸려 있었어."

하나영은 그 물고기 옥패를 발견한 순간, 눈빛이 스치듯 흔들렸다. 그렇게 그녀는 결국 낫을 내려놓았다.

잠시 후, 하나영은 목에서 옥패를 꺼내 확인해보니 정말로 그가 들고 있는 것과 한 쌍이었다.

하나영이 꺼낸 옥패를 발견한 순간, 하규철은 더욱 확신하게 되었다. 그녀가 정말로 막내라는 것을 말이다.

원래는 그저 어머니와 닮은 얼굴만 보고 추측한 것이었지만 이제는 완전히 확신하게 되었다.

그는 다급히 말을 이었다. "네 옥패 뒤쪽에, 하나영이라는 이름이 새겨져 있지?"

하나영은 눈을 가늘게 떴다. '하나영' 이라는 글자는 아주 은밀한 위치에 새겨져 있어 오아람조차 알아채지 못했었다. '이 남자... 정말 내 친 오빠인가?'

어느덧 그녀의 경계심이 절반으로 줄어들었다. "차는 어디에 있어?"

"옆 마을 입구에 있어."

"그곳으로 나를 안내해. 대신 헛수작 부릴 생각은 하지 마. 날 속인 게 들통난다면 네 목숨은 오늘까지야."

"알았어, 알았어." 남자는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문 쪽으로 걸어나갔다. 그러곤 어설프게 삼륜차에 올라타 그녀를 불렀다.

하나영은 거절하려다 다시 어지러움이 훅 밀려와 잠시 고민한 끝에, 삼륜차를 짚고 올라탔다.

그 모습에 하규철은 그만 깜짝 놀라고 말았다. "막내야. 너 몸놀림이 보통 아닌데?"

"헛소리 그만하고 어서 그 마을로 가."

"그래, 그래."

'막내는... 내가 상상했던 연약하고 손 하나 까딱 못할 그런 동생이 전혀 아니야. 완전 영웅호걸 같은 기세라니까.'

잠시 후, 하규철은 가슴에 힘을 주며 더욱 힘차게 옆 마을로 달려갔다.

가는 길 내내 하나영이 길을 안내한 덕분에 마을 사람들과는 한 번도 마주치지 않았다.

약 30분 후, 자전거로 겨우 옆 마을에 도착하게 되었다.

방금 전 자전거에서 하나영은 이미 자신의 혈 자리를 봉해 몸 속 약효를 잠시 억눌러 놓았다.

그녀가 몸을 날려 차에서 내리자 정말 한 대의 검은색 고급 세단이 눈에 들어왔다. 다만 그 차의 앞 바퀴는 박살 나 있었고, 차체도 한쪽으로 기울어져 있었다.

"막내야. 걱정하지 마. 내가 방금 가까운 수리센터에 연락했어. 어림잡아 두 시간 정도면..."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하나영은 이미 트렁크로 가서 숙련된 손놀림으로 예비 타이어와 공구를 꺼내 망가진 타이어 쪽으로 향했다.

"막내야. 너 뭐 하는 거야?"

"차를 수리하는 중이야."

두 시간이라니, 너무나도 긴 시간이었다.

이 동네 사람들은 하나같이 별로 좋은 사람들은 아니어서, 이쪽을 찾아오기라도 하면 또 골치가 아파질 것이었다.

"너 차도 수리할 줄 알아?"

하나영은 대답도 하지 않고 잭을 이용해 차를 들어 올렸다. 그렇게 그녀는 10분도 안 되어 타이어 교체에 성공했다. 잠시 후, 하나영은 발로 타이어를 툭툭 차더니 이내 운전석 문을 열고 올라탔다.

밖에서 멍하니 서 있는 하규철의 모습에 그녀는 못마땅하다는 듯 미간을 찌푸렸다. "뭘 멍하니 있어? 타."

"... 어, 알았어." 하규철은 한 박자 늦게 반응하더니 허둥지둥 조수석에 올라탔다.

"막내야. 너 정말 대단해. 타이어도 갈 줄 안다니... 그건 네 오빠인 나도 못 하는 건데. 아 맞다, 아까 낫 들고 있었잖아. 그건 뭐 하려고 갖고 온 거야?"

하나영은 간단명료하게 말했다. "풀을 베서 돼지 먹이 주려고."

그 순간, 하규철은 괜히 가슴이 시큰해졌다. "막내야. 네가 이렇게 고생할 줄은 미처 몰랐어... 이제 걱정 마. 오빠랑 집에 돌아가면 다시는 이런 거 안 해도... 악!"

말이 끝나기도 전에 차는 활시위에서 튕겨나간 화살처럼 치고 나갔다. 그 바람에 하규철은 깜짝 놀라 비명을 질렀다. "아아! 천천히. 막내야. 오빠 무서워. 천천히 좀 가."

"시끄러." 하규철의 목소리는 하나영의 귀를 지끈거리게 했다.

잠시 후, 그가 또다시 비명을 질러대려는 순간 하나영은 말 없이 오른손을 들어 그의 목덜미를 "쿵" 하고 쳐버렸다. 그렇게 주변은 즉시 고요해졌고 차는 다시 속도를 올렸다.

도로 위를 좌우로 자유자재로 달리는 바람에 경적 소리가 여기저기서 울려 퍼졌다.

한편,

막 이륙시키려던 기내에서 오아람은 시커멓게 굳은 얼굴로 전화를 끊고 강제로 강택호의 안대를 벗겨버렸다. "문제가 생겼어."

강택호는 귀찮다는 듯 눈을 떴다. "무슨 일인데요?"

"강춘화 일행이 사는 집에 불이 났어. 사람들이 전부 타 죽었대."

그 말에 강택호는 그제야 몸을 곧게 세웠다. "그럼 하나영은요?"

"그걸 말해야 알아? 당연히 같이 타 죽었겠지." 오아람의 눈동자에는 슬픔은커녕 짜증뿐이었다. "너는 하나영을 몇 년 동안 못 봤으니까 모르겠지만, 걔 지금 진짜 예뻐졌거든. 6백만 원에 파는 것도 아깝다고 생각했는데... 약속대로라면 몸을 확인하고 나서, 걔네가 나한테 300만 원을 더 주기로 했단 말이야. 그런데 이제 다 물거품이 됐어."

하지만 강택호는 오히려 안도하듯 숨을 내쉬었다. "300만 원이 뭐가 대수예요? 제가 도해월이랑 결혼하고 나면 300만 원은 그냥 일상 지출이에요."

게다가 어릴 때 그 누렇게 말라 빠진 계집애가 아무리 예뻐졌다 해도, 손끝에 물 한 방울 묻히지 않은 도해월보다 더 예쁠 수 있을까?

"그래도 300만 원이 적지 않은 돈이잖아..." 오아람은 안타까운 듯 말했다.

강택호는 고개를 저었다. "엄마는 참 머리카락만 길고 견문은 짧다니까요. 제 말은, 하나영이 살아 있으면 제가 마음이 불편하다는 거예요. 도해월이 저한테 신붓감으로 삼았던 여자가 있었다는 걸 알게 되면 분명 화낼 거예요. 그런데 지금 이렇게 죽었으니, 해월이는 평생 하나영이라는 애가 있었다는 것도 모르겠죠."

그 말을 듣고 오아람의 가슴 속의 울컥함도 조금은 가라앉았다. "네 말도 일리가 있는 것 같구나. 나중에 호성에 가면, 나영이한테 종이돈이라도 좀 태워줘야겠다. 그래야 덜 미안하지."

강택호는 못마땅하다는 듯 미간을 찌푸렸다. "도해월이네 집은 기독교이니 그런 거 하지 마세요. 그 사람들이 싫어해요. 사람은 죽으면 끝이지, 종이를 태우든 말든 무슨 소용이에요? 게다가 하나영이 죽지 않았다면, 촌장 집에 팔려가서 꽤 괜찮은 삶을 살 수 있었을 거예요. 그러니 걔가 죽은 건 우리 탓이 아니라 걔 팔자가 사나운 탓이죠."

오아람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 갑자기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났다.

그녀는 집에서 가져온 전이 떠올라 황급히 가방을 뒤지다가 카드 한 장이 바닥에 똑 떨어졌다.

"뭐 떨어뜨렸어요." 강택호가 눈치 빠르게 발견하고는 오아람에게 일러주었다.

오아람은 바닥의 카드를 주워 몇 번 바라보고 나서야 어떻게 된 일인지 문득 생각이 났다. "그 계집애가 밖에 나가서 일한 뒤로, 매달 돈을 송금했거든. 읍내 은행까지 가려면 1시간 30분이나 걸리는데, 일부러 나 귀찮게 하려고 현금을 안 보내고 이런 걸 보냈지. 노성에 가면 돈이 얼마나 들어 있는지 확인해 봐야겠어."

강택호는 얼굴을 찡그렸다. "12살에 학교도 그만두고 나가 일했다면서요? 벌면 얼마나 벌었겠어요? 괜히 눈앞의 이익만 보지 마세요. 도씨 가문 사람들이 이 카드를 발견하기 전에 어서 버리세요."

강택호는 그렇게 말하며, 오아람의 손에서 카드를 낚아채 그대로 밖으로 던져버렸다.

"에이, 버리지 마." 오아람은 황급히 뛰어나가 카드를 주워들었다. "티끌 모아 태산이야. 시간이 이렇게 오래 됐는데, 매달 20만 원만 보냈다 쳐도 지금쯤 몇 천만 원은 됐을 거라고."

강택호는 더 이상 신경 쓰지 않고, 다시 안대를 쓰고 눈을 감았다.

잠시 후 노성에 도착해 도해월을 만난다면 그녀를 또 한참을 달래줘야 했다. 아무래도 그녀는 강택호가 오아람을 데려온 걸 좋아하지 않으니까 말이다.

한편, 하나영에게 맞고 기절했던 남자가 다시 눈을 떴을 때 어느덧 이미 노성에 도착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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챕터 목록

총 148장

  1. 1장제1화검사
  2. 2장제2화가족 상봉
  3. 3장제3화버림받은 게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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