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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도둑으로 오해 받다
당황한 그녀가 힘껏 몸을 비틀며 도망치려 했지만 김도현은 이미 팔을 뻗어 그녀의 허리를 끌어안았다. 그리고는 가볍게 몸을 움직여 그녀의 위에 올라탔다.
"왜, 왜 이러시는 거예요? 그만둬요! 택시 요금도 받지 않을게요. 네?" 이예진은 그의 품에서 벗어나기 위해 안간힘을 쓰며 당황함에 말까지 더듬었다.
"날 도와주면 사례는 섭섭지 않게 해줄게." 마지막 이성의 끈을 겨우 잡은 김도현이 주머니에서 금색 카드를 꺼내더니 그녀의 머리맡에 내려놓는 것이다.
본능적으로 남자의 손길을 거부하려 했으나 금빛이 반짝이는 카드를 본 순간, 중환자실에 누워있는 할아버지가 떠올랐다. 결국 그녀는 하는 수 없이 현실을 받아들여야만 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김도현의 외모는 흠잡을 데 없이 완벽했다. 적어도 그녀가 그 동안 본 사람들 중에서 가장 잘 생긴 남자였다.
몸에서 끓어 오르는 열기를 더 이상 억누를 수 없었던 김도현은 이예진의 몸에서 풍겨오는 달콤한 살 내음에 자제력이 완전히 무너졌다.
제대로 된 연애조차 해본 적이 없었던 이예진에게 첫 경험은 엄청난 고통만 남겨줬다.
울창한 나무숲 사이, 희미하게 드려진 달빛 아래, 흰색 승용차가 조용한 바다 위를 표류하는 외로운 배처럼 흔들렸다.
폭풍처럼 몰아치는 남자의 움직임에 몇 번이나 울음을 터뜨린 그녀가 끝났다고 생각할 때마다 그는 더욱 거칠게 그녀를 안았고 지친 기색조차 없었다.
끝날 무렵 이예진은 더 이상 눈물을 흘릴 힘도, 애원할 기력조차 남지 않았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정신이 몽롱한 가운데 희미하게 그가 통화하는 소리가 들렸다. 하지만 그녀는 쏟아지는 잠에 다시 눈을 감았다.
살짝 열린 창문 사이로 불어오는 바람에 이예진은 힘겹게 눈을 떴다.
"아파..." 그녀가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뒷좌석 시트에 누운 그녀는 온몸이 쑤시고 아파오는 통증에 어젯밤의 기억이 되살아났다. 이 좁은 공간에서 벌어졌던 황당한 일들이 눈 앞에 선했다.
남자가 했던 약속을 떠올린 그녀는 황급히 자리에서 몸을 일으켜 은행 카드를 찾았다.
바로 머리 위에 놓여 있는 금색 카드 옆에 짧은 메모가 적혀 있었다. '비밀번호는 없어.'
카드를 손에 움켜쥔 그녀는 어젯밤 일들을 다시 한번 되새겼다. 황당하기 그지없는 사실에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그녀가 깊은 고민에 잠겨 있을 때, 주머니에 넣어둔 휴대폰이 울렸다. 병원 측에서 밀린 입원비를 내라는 독촉 전화였다.
애써 마음을 가다듬은 그녀가 차 문을 열고 운전석으로 향하려는 순간, 다리와 허리에서 엄청난 통증이 전해져 하마터면 주저앉을 뻔했다.
낮은 목소리로 김도현에게 저주를 퍼붓고 나서 그녀는 힘겹게 다리를 옮기며 간신히 운전석으로 향했다. 안전벨트를 매고 조수석에 휴대폰을 던진 그녀는 황급히 시동을 걸어 숲을 빠져나갔다. 그녀는 다시는 이곳에 오고 싶지 않았다.
'그 자식은 차에 탈 때부터 이미 이럴 계획이었어!'
정말이지 이토록 뻔뻔스러운 남자를 여태껏 만나본 적이 없었다.
낡은 월셋방으로 돌아온 이예진은 샤워를 마치고 깨끗한 옷으로 갈아입은 뒤, 곧장 병원으로 달려가 밀린 병원비를 납부하려 했다.
30분 후, 깔끔한 모습으로 병원비 수납 데스크에 나타난 그녀는 남자가 남기고 떠난 금색 카드로 병원비를 납부했다. 한편, 그녀가 병원비를 납부하자마자 은행 측에서는 바로 직원에게 사실을 알렸다. 이예진은 누군가 자신이 카드를 사용하는 현황을 일일이 감시할 줄은 생각도 하지 못했다.
밀린 병원비를 납부한 이예진은 중환자실로 가 할아버지 상태를 확인하려 했다. 그러나 그녀가 건물 밖으로 나서자마자 소란스러운 소리가 그녀의 주의를 끌었다. 건물 앞에 3대의 고급 세단이 주차되어 있었고, 독특한 번호판은 차량의 소유자가 절대적인 권력을 손에 쥔 사람임을 증명하고 있었다.
복잡한 문제에 얽히고 싶지 않았던 그녀는 곧장 세단을 피해 중환자실로 향했다.
바로 그때, 대통령 비서실장인 고태수가 차분하면서도 공손한 태도로 이예진에게 다가갔다. "실례지만 이예진 씨 맞으신 가요?"
이예진은 조금 망설이다 작게 고개를 끄덕여 대답했다. "네."
"저희 상관께서 이예진 씨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고 합니다. 저희와 함께 가주셔야겠습니다." 이예진의 신분을 확인한 고태수는 단도직입적으로 말을 꺼냈다.
이예진의 얼굴에는 불쾌한 기색이 역력했다. 그녀는 그들이 말하는 상관이 누군지도 몰랐기에 전혀 만날 생각이 없었다. 고태수는 그런 그녀의 반응을 예상이나 한 듯, 휴대폰을 앞으로 내밀었다. 화면에는 그녀가 금색 빛이 번쩍이는 카드를 사용하는 모습이 고스란히 찍혔다.
"이예진 씨 할아버지를 만나고 싶으면 차에 타는 게 좋을 겁니다. 그렇지 않으면 저희 상관의 카드를 훔쳤다고 경찰에 신고하겠습니다. 만약 이예진 씨가 기소된다면, 당분간 할아버지를 만나지 못할 수도 있을 겁니다." 고태수는 여전히 정중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이예진은 바로 그의 말 속에 숨은 뜻을 알아차렸다. 만약 그녀가 그들의 지시를 따르지 않는다면, 평생 할아버지를 만나지 못할 수도 있다는 협박이었다.
어젯밤 김도현이 했던 약속을 떠올린 그녀는 마음속에 분노와 수치심이 차 올랐다.
챕터 목록
총 147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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