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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우리 이혼해

고미연은 숨이 막힐 듯한 고통을 느끼며 려태하의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애원했다. "태하 씨, 제발 저 좀 도와주세요. 외할머니가 돌아가셨어요. 남아서 빈소를 지키고 외할머니의 마지막 길을 배웅하며 장례를 치르고 싶어요."

려태하는 미간을 찌푸렸다. "교도소는 돈으로 해결할 수 있는 곳이 아니야. 슬픈 건 알겠지만, 말은 생각 좀 하고 해라."

"생각하지 않고 말한 것 같나요?" 고미연은 고개를 들어 그를 쳐다봤다. "제가 11개월 동안 교도소에 갇혀 있는 동안, 윤설아 씨에게 네 번이나 수혈을 하러 나갔어요. 그게 다 태하 씨가 돈으로 해결한 거 아니에요? 왜 지금은 안 되는 거예요?"

"그건 달라."

"뭐가 다른데요?" 고미연은 슬픔을 억누르고 계속 애원했다. "태하 씨 마음속에 윤설아 씨보다 중요한 사람은 없다는 거 알아요. 하지만 망자에 대한 예의는 지켜야 하잖아요. 외할머니는 저를 키워주신 분이에요.외할머니가 돌아가시기 전에 교도소에 갇혀 임종을 지키지 못했어요.돌아가신 후에 빈소를 지키는 건 제가 꼭 해야 할 일이에요.외할머니를 혼자 쓸쓸히 보내드릴 수는 없잖아요. 태하 씨, 제발 부탁이에요."

"외삼촌도 있잖아. 나도 도울 테니, 외할머니 체면 서게 잘 보내드려."

"돈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에요." 고미연은 눈물을 멈출 수 없었다. "외할머니는 이미 돌아가셨어요. 돈을 아무리 많이 써도 의미 없어요. 저는 그저 외할머니를 마지막으로 배웅하고 싶을 뿐이에요. 태하 씨, 제 부탁을 들어주면 앞으로 윤설아 씨에게 수혈을 몇 번 하든 상관없어요!"

"수혈이 너의 협상 카드, 교환 조건이라도 된다고 생각하는 거야?" 려태하는 고미연을 내려다보며 차갑게 내뱉었다. "고미연, 착각하지 마. 이건 네가 설아한테 갚아야 할 빚이야. 네가 아니었다면 설아는 휠체어를 타지 않았을 거야."

고미연은 고통스럽게 눈을 감았다.

1년 전, 윤설아는 계단에서 굴러떨어져 허리 척추를 다쳐 하반신이 마비되었고, 고미연이 자신을 밀었다고 모함했다.

려씨 가문 사람들은 아무도 고미연의 말을 믿지 않았다. CCTV도 없고, 증인도 없었기에 그녀는 자신의 결백을 증명할 수 없었다.

결국 그녀의 남편인 려태하가 그녀에게 말했다. "고미연, 설아는 지금 죽고 싶을 정도로 힘들어하고 있어. 네가 법의 심판을 받지 않으면 설아는 절대 이 분을 삭이지 못할 거야. 상해치상은 3년에서 10년까지 징역을 살아야 해. 설아가 착해서, 네가 1년만 감옥에서 지내며 따끔한 교훈으로 삼으면 된다고 했어."

고미연은 어이가 없었다.

그녀는 당연히 동의하지 않았고, 경찰에 수사를 요구했다.

그때 윤설아는 그녀가 자신을 계단 아래로 미는 장면이 담긴 동영상을 하나 꺼내 들었고, 그것으로 그녀의 죄는 완전히 확정되었다.

그녀는 영상이 재생될 때 려씨 가문 사람들이 그녀를 쳐다보는 눈빛을 영원히 잊을 수 없을 것이다.

혐오와 증오, 마치 그녀와 같은 공기를 마시는 것조차 더럽다고 생각하는 듯한...

...

고미연은 결국 려태하의 경호원에 의해 교도소로 다시 끌려갔다.

그녀는 과다 출혈에 과도한 슬픔까지 겹쳐 이틀 동안 꼬박 침대에 누워 있었다.

사흘째 되는 날, 교도소 활동실에서 윤설아의 생일 파티가 TV에 보도되었다.

려씨 그룹 총재가 홍안의 지기를 위해 200억 원을 아낌없이 쓰며 생일 파티를 열어주었다.

화면 속 윤설아는 휠체어에 앉아 있었지만, 그녀의 청순한 아름다움을 가릴 수 없었다.

려태하는 윤설아의 곁에 서서 그녀가 음식을 먹는 것을 도와주며 다정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봤다.

정말 잘 어울리는 선남선녀 한 쌍이었다.

고미연은 눈물을 펑펑 흘렸다.

외할머니의 장례식이 오늘인데, 그는 장례를 돕겠다고 약속해놓고 지금은 마음속의 백월광을 위해 생일 파티를 열어주고 있었다.

바로 이 순간, 고미연은 마침내 깨달았다.

사랑하지 않는 사람을 위해 모든 것을 바쳐도, 아무런 보답도 받을 수 없다는 것을.

고미연의 마음속에는 비밀이 하나 있었다. 그녀는 려태하를 10년 동안 사랑했다.

원래 그는 감히 넘볼 수 없는 신과 같은 존재였고, 그녀는 수많은 사람 중 가장 눈에 띄지 않는 평범한 사람이었다.

평행선처럼 절대 만날 수 없을 것 같던 두 사람의 운명은 한 번의 교통사고로 인해 바뀌었다.

3년 전, 려태하는 교통사고로 중상을 입고 식물인간이 되었다.

려씨 가문은 유명한 의사를 찾아다녔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다.

이 노부인은 풍수를 믿고 려태하에게 액운을 막기 위해 아내를 들여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와 배 속에서부터 정혼한 사이였던 윤설아는 그 순간 갑자기 납치되었다.

액막이 길일이 다가오자 이 노부인은 사주가 맞는 여자를 다시 찾아야 했다. 그러다 우연히 려씨 가문에서 아르바이트 간병인으로 일하던 고미연을 발견했다.

그 대가로 고미연의 편찮으신 외할머니는 려씨 그룹 산하 병원에서 무료로 치료를 받을 수 있게 되었다.

려씨 가문의 병원은 화국 최고의 병원으로, 일반 사람들은 감당할 수 없는 비싼 치료비를 자랑했다.

고미연은 망설이지 않고 제안을 받아들였다.

하지만 그녀가 제안을 받아들인 이유가 외할머니 때문만이 아니라, 자신의 사랑을 이루기 위해서라는 사실을 아무도 몰랐다.

그 이전에 그녀는 이미 려태하를 꼬박 7년 동안 좋아했다. 그가 평생 깨어나지 못하더라도, 그의 곁을 지키며 돌볼 각오가 되어 있을 정도로.

한 달 후, 려태하는 기적적으로 깨어났다.

그는 자신이 액막이를 위해 결혼했다는 사실을 알고 분노하며 바로 이혼을 요구했다.

하지만 고미연이 희귀한 '판다 혈액형'이라는 사실을 우연히 알게 된 후, 이혼에 대해 다시는 입을 열지 않았다.

그때부터 고미연은 윤설아의 이동식 혈액 은행이 되었다.

고미연은 려태하를 기쁘게 하기 위해 불평 한마디 하지 않았다.

그 2년 동안, 그녀는 그와 그의 가족을 정성껏 돌보며 아내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다. 억울하게 누명을 쓰고 감옥에 가기 전까지.

10년, 무려 10년이다.

그녀의 가장 순수한 사랑과 가장 헌신적인 희생은 모두 려태하에게 바쳐졌지만, 그녀가 얻은 것은 무엇일까?

그의 눈과 마음속에는 오직 윤설아밖에 없었고, 그녀에게는 눈길 한번 주지 않으며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어쩌면 그녀가 잘못했을지도 모른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언젠가 그가 윤설아에게서 시선을 돌려 자신의 존재를 알아봐 주리라 망상했던 것이.

...

고미연이 출소하는 날, 비가 내렸다.

아무도 그녀를 마중 나오지 않았다. 그녀는 몇 번이나 버스를 갈아타고 려태하가 있는 운열만에 도착했을 때, 온몸이 흠뻑 젖어 있었다.

지문 잠금장치를 열고 집에 들어서자 계단을 내려오는 려태하와 마주쳤다.

몸에 딱 맞는 옷을 차려입은 려태하와 달리, 지금의 고미연은 지독히도 초라했다.

려태하는 그녀를 발견하고 눈에 놀란 기색이 스쳤다. "어? 웬일이야?"

고미연은 손끝을 떨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오늘 만기 출소했어요."

"미안, 깜빡했어." 려태하는 그녀 앞에 멈춰 서서 2초간 머물렀다. "푹 쉬어. 나 잠깐 나갔다 올게."

"태하 씨." 고미연이 그를 불렀다. "할 말이 있어요."

려태하는 손을 들어 손목시계를 흘끗 보았다. "나 바빠. 할 말 있으면 나중에 해."

그가 그녀의 곁을 스쳐 지나갈 때, 고미연은 손을 들어 그의 정장 소매를 붙잡았다. "딱 한마디만 할게요."

려태하는 어쩔 수 없이 걸음을 멈췄고, 비할 데 없이 잘생긴 얼굴에 짜증이 묻어났다. "말해."

고미연은 그의 각진 완벽한 옆모습을 바라보며 얼굴에 아주 옅은 미소를 띠었다. 하지만 입을 여는 목소리는 유난히 단호했다. "태하 씨, 우리 이혼해요."

려태하는 흠칫하며 그녀를 돌아보았다. 그리고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물었다. "내가 마중 안 나갔다고 이러는 거야?"

"그 이유 때문이 아니에요." 고미연은 입꼬리를 비틀었다. "진심이에요. 시간 날 때, 우리 이혼 수속 밟아요."

"고미연, 나 지금 네 투정 받아줄 기분 아니야." 남자는 안색이 어두워지더니 그녀의 손을 뿌리쳤다. "씻고 정신 좀 차려."

려태하가 문을 열고 떠나자 고미연은 그 자리에 서서, 멍하니 허공의 한 지점을 응시했다.

'내가 정신을 못 차렸다고?'

아니, 그녀는 아주 정신이 맑았다.

이렇게 정신이 맑았던 적은 없었다.

...

고미연은 위층으로 올라가 욕조에 물을 받고, 충전해 둔 휴대폰을 켰다.

한 달 만에 위챗에 많은 메시지가 도착했지만, 려태하의 메시지는 한 통도 없었다.

고미연은 무심코 모멘트를 훑어보다가, 다음 순간, 화면을 넘기던 손가락이 멈칫했다.

몇 분 전, 윤설아가 모멘트에 글을 올렸다. [변함없이 곁에 있어주는 사람. 고마워 오빠.]

첨부된 사진은 그녀와 려태하의 셀카였다. 남자는 고개를 숙여 사과를 깎고 있었고, 윤설아는 카메라를 향해 꽃처럼 환하게 미소 짓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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챕터 목록

총 207장

  1. 1장제1화아직 감옥에 있다
  2. 2장제2화우리 이혼해
  3. 3장제3화지쳤어요, 이혼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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