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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뺨을 때리다

"한예름 씨, 죄송해요! 일부러 그런 게 아니에요!"

이옥화가 호들갑을 떨며 서둘러 계단을 내려와 말했다.

"일단 봉지에 담아둘까요?" 이옥화는 진작에 한예름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분명 시골 출신 주제에 김도욱을 꼬셔 호강해 보려는 간사한 계집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김도욱이 어지럽게 흩어진 옷가지들을 보며 짜증 섞인 얼굴로 말했다. "참, 덜렁거리기도 하지."

가방에는 몇 벌 되지도 않는 옷과 값싼 액세서리만 몇 개 들어 있었다.

보아하니 요 몇 년 동안 한예름은 돈도 별로 쓰지 않고 아주 검소한 삶을 산 모양이었다.

하지만 사랑은 노력한다고 생기는 게 아니었다.

"은정이 짐부터 챙겨. 이 사람 물건은 그냥 봉지에 넣어 두고." 김도욱이 부서진 가방을 힐끔 보며 냉정하게 말했다. "당신 가방은 내일 집사한테 새로 하나 사 오라고 할게."

한예름은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이 가방은 당시 우리가 목숨을 걸고 도망칠 때, 납치범들한테서 훔친 거잖아. 이 가방이 아니었다면, 우린 그때 익사했을 거야."

그녀는 오랜 시간 동안 이 가방을 소중히 여겨왔다. 마치 둘의 결혼 생활을 돌보듯이. 하지만 이제는 두 사람의 관계도 부서진 가방처럼 산산조각 나버렸다.

김도욱이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런 얘기는 할아버지한테나 해. 나한텐 안 통하니까."

어린 시절 유괴 사건에 대한 기억이 희미한 그는, 한예름이 그때 자신과 함께 있었다는 사실을 믿지 않았다.

김도욱이 이옥화에게 소리쳤다. "얼른 정리하지 않고 뭐 해!"

"네, 도련님." 이옥화는 서둘러 한예름의 옷가지들을 줍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일부러 옷을 밟아 더럽히고 있었다.

이옥화가 비꼬며 말했다. "한예름 씨, 노부인께서는 늘 그러시잖아요. 사람도 옷과 같아서, 한 번 얼룩지면 아무리 빨아도 흔적이 남는다고."

한예름은 이옥화에게 늘 친절하게 대해줬었다.

뭐라 해도 이옥화는 김도욱의 할머니의 먼 친척이었으니.

예전에 박씨 가문의 장손인 박운호에게 커다란 실수를 저질러 박씨 가문과의 관계를 악화시킬 뻔했었다. 그때, 한예름이 김씨 가문을 대신해 나서서 상황을 수습했었다. 당시 한예름은 다리를 다친 박운호와 협상을 이끌어내, 김씨 가문에 중요한 사업 부지를 확보하기도 했었다. 그땐 고마워하며 몸 둘 바를 몰라 하던 이옥화였지만, 김씨 가문의 분위기가 달라지자 태도가 확연하게 바뀌었다.

결국 이 모든 것은, 김도욱의 할머니의 태도가 변하면서 생긴 일이었다.

"맞아요, 옷이 한 번 더러워지면..." 한예름이 김도욱을 바라보며 냉랭하게 말했다. "아무리 씻어도 완전히 깨끗해질 수는 없죠." "그렇다면, 이제 필요 없겠네요."

한예름은 애초에 그런 헐렁하고 밋밋한 옷들이 마음에 든 적이 없었다. 언제나 자신과 어울리지 않는 느낌이었으니.

"하지만 사람이 잘못을 하면..." 한예름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대가는 치러야 하는 법이죠."

순간 방 안의 공기가 싸늘하게 얼어붙었다. 김도욱은 처음으로 한예름을 똑바로 주시했다. 평소에 순하기만 하던 한예름이 이렇게 차갑게 느껴진 것은 처음이었으니 낯설기만 했다. 이옥화도 역시 달라진 분위기를 감지했지만, 곧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이 말했다. "저는 김씨 가문의 사람이에요. 이제 한예름 씨는 이혼을 했으니까..."

철썩!

이옥화가 말을 끝마치기도 전에, 한예름의 손바닥이 그녀의 왼쪽 뺨을 세차게 강타했다.

이옥화의 눈은 충격으로 휘둥그레졌다. "당신이 뭔데 날 때려?"

"그건 내 기분에 달렸지."

"노부인께서 아시면..."

철썩! 이번에는 더 강하게 뺨을 맞은 이옥화가 몸을 비틀거렸다. 양쪽 뺨이 똑같이 빨갛게 부어올라 있었다.

충격으로 발목까지 삐끗한 그녀는 결국 바닥에 넘어지고 말았다. 참을 수 없는 고통에 비명을 지르는 이옥화의 얼굴은 굴욕감과 분노로 가득 차 있었다.

"도련님, 이 사람 정말 너무한 거 아니에요?"

이옥화가 악에 받쳐 울부짖었지만, 그녀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한예름이 재빨리 다가가 그녀의 목을 조르며 손을 뻗어 그녀의 목에 낀 목걸이를 낚아챘다.

"이 두 뺨은 내 가방과 옷에 대한 벌이야."

이옥화는 숨이 막히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말을 잇지 못했다. 붉게 달아오른 눈에서는 눈물이 흐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제, 처음부터 당신의 것이 아니었던 것을 가져가는 거야."

에메랄드 펜던트에 다이아몬드가 소박하게 둘러진 목걸이였지만, 값어치가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목걸이 뒷면에 새겨진 글자는 이 목걸이가 처음부터 이옥화의 것이 아니었음을 증명하고 있었다.

"당신... 지금 이거 폭행이야!" 이옥화는 간신히 숨을 들이쉬며 외쳤지만, 공포에 질려 자신의 방광에 힘이 풀리고 있다는 것도 눈치채지 못했다.

한예름의 손이 그녀의 목을 더욱 강하게 조여왔다. 이옥화는 마침내 자신의 목숨이 위험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다만 한예름은 목걸이를 망가뜨리고는 몸을 돌려 깔끔하게 자리를 떴다.

이옥화는 간신히 몸을 추스르며 김도욱에게 매달려 사정했다. "대표님, 다 오해예요. 제발…"

"나가!"

자신의 신발에 이옥화의 몸이 닿자, 짜증이 난 김도욱이 그녀를 발로 차 다시 바닥에 쓰러뜨렸다.

방 안에는 지독한 소변 냄새가 가득 찼고, 그의 인내심은 한계에 달했다.

"김씨 가문에 당신처럼 손버릇 나쁜 사람은 필요 없어."

그 사이 한예름은 이미 빌라 밖으로 나와 휴대폰을 꺼내 들고 익숙한 번호를 눌렀다. 전화가 연결되자 한예름이 평온한 목소리로 말했다. "소은아, 나 이제 이혼했어. 그 사람 빌라에서도 나왔고. 지금 집이랑 차는 아직 M국에 있어서 그런데, 오늘 밤 너네 집에 신세 좀 져도 될까?"

전화기 너머로 한동안 침묵하던 정소은이 기쁨에 찬 환호성을 질렀다.

"진짜? 드디어 그 멍청이랑 이혼한 거야? 신세라니! 그런 소리 하지 마. 우리 싱글 파티라도 해야지!

정소은은 멀리서도 들릴 정도로 깔깔 웃으며 말했다. "코브웹 애들이 창립자가 돌아왔단 걸 알게 되면 서버 다 터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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챕터 목록

총 265장

  1. 1장제1화 이혼
  2. 2장제2화 뺨을 때리다
  3. 3장제3화 크루즈 파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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