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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결혼할 나이

임하늘은 병원에서 나와 지하철을 타고 회사로 향했다. 가는 길 내내, 머릿속에 자꾸만 이도현이 했던 말들이 떠올랐다.

그는 예전 보다 더 차가워진 것 같았다.

고등학교 3학년 여름 방학, 합창단이 전국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했고 이씨 가문에서 운영하는 클럽에서 축하연이 열렸다.

합창단에서 바이올린을 연주를 맡은 그녀는 민족 음악보다는 대중음악에 더 자신 있었다. 때문에 대회를 앞두고 이도현은 매일 두 시간씩 그녀를 가르쳤다.

그 덕분에 그녀는 생애 처음으로 수상을 했다.

그녀가 한껏 꾸미고 이도현에게 줄 선물을 안고 클럽에 도착했을 때, 룸 안에서 들려오는 비아냥거리는 목소리를 들었다.

그녀가 전에 이도현에게 선물했던 바이올린이 테이블 위에 놓여 있었다.

"깨순이가 무슨 돈이 있어서 너한테 바이올린을 사 줬냐? 이거 200만원이 넘는 거 아니냐? "

"뻔하지, 덜 먹고 덜 쓰며, 한푼 두푼 모은 거겠지. 도현아, 깨순이가 저렇게까지 하는데 그냥 한번 만나 줘라."

"덜 먹고 덜 쓰는데 살은 하나도 안 빠지네. 여전히 뚱뚱하잖아. 그리고 도현이가 눈이 삐었냐? 걔랑 사귀게?"

"얼굴에 곰팡이가 낀 그딴 시골뜨기가 우리 도현이와 어울린 다고 생각해? "

그때, 이도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녀가 평생 잊지 못할 날카로운 목소리였다.

"그깟 바이올린 하나 가지고 뭘 그렇게 호들갑이야? 우리 집엔 그거보다 비싼 것들이 널리고 널렸어. 갖고 싶으면 너 가져."

룸 안이 조용해지더니 갑자기 쿵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한 여자가 애교 섞인 목소리로 사과했다. "어떡해, 도현 오빠. 미안해. 일부러 그런 거 아닌데. 악기 줄이 끊어진 것 같아. "

송현수가 분위기를 풀기 위해 나섰다. "괜찮아, 강지안이 우리 도현이한테 선물 한 것도 아닌데 뭘." 야, 신경들 끄고 일단 마시자!"

문 앞에 선 임하늘은 심장이 찢어질 것 같은 통증에 숨이 막혀왔다.

그녀가 한참을 기다렸지만 이도준의 대답은 들려오지 않았다. 그는 그저 친구들과 함께 노래를 부르며 놀고 있었고 줄이 끊어진 바이올린은 쓰레기마냥 구석에 버려졌다.

이도현은 부유한 의사 가문에서 태어났다.

그에 비해 임하늘의 집안은 평범했다. 하지만 그녀는 단 한번도 이도현을 이용해 뭔가를 얻으려는 생각은 해본 적 없었다.

그 바이올린은 그녀가 가면을 쓰고 이탈리안 레스토랑에서 바이올린을 연주 알바를 해 번 돈으로 산 것이다.

한 곡을 연주하면 만원 정도 받을 수 있었다.

그렇게 그녀는 반년 동안 돈을 모아 바이올린을 샀다.

하지만 결국 쓰레기처럼 버려지고 말았다.

도착역을 알리는 지하철 안내 방송에 임하늘은 회상에서 빠져 나왔다. 그제야 그녀는 자신의 얼굴이 이미 눈물 범벅이라는 사실을 알아 차렸다.

임하늘은 눈물을 닦아 내고 지하철에서 내렸다. 그녀는 회사에 들려 프로젝트를 마무리 하는 즉시 부랴부랴 강서구에 있는 낡은 아파트로 향했다.

그녀가 귀국한 건 아픈 할머니 때문이었다. 할머니를 보살펴 드릴 사람이 없었던 터라 그녀는 경시에서 일자리를 구해 할머니를 돌보았다.

그런데 자신까지 병들 줄은 몰랐다.

그녀가 아파트 입구에 들어섰을 때, 막 운동을 마치고 돌아온 이웃 남재진과 마주쳤다.

키가 큰 남재진은 막 대학원을 졸업한 활발한 청년이었다. "하늘 누나, 오늘 일찍 퇴근하셨네요?"

"응, 재진아. 혹시 이 근처에 한의원 없어?" 임하늘과 남재진이 나란히 계단을 올랐다.

남재진은 걱정스러운 얼굴로 그녀를 돌아보며 물었다. "누나, 어디 아프세요?"

임하늘은 고개를 저었다. "아니, 요즘 독감이 유행이라 할머니께 보약을 지어 드리려고."

"누나 시간 괜찮으실 때 제가 데려다 드릴게요. 바로 이 근처에 한집 있어요." 남재진은 임하늘을 빤히 쳐다보며 말했다.

임하늘은 고개를 끄덕이며 내일 퇴근 후 만나기로 약속을 잡았다.

임하늘이 집에 들어서자 할머니가 문에 기대 밖을 내다보며 물었다. "재진이랑 같이 왔어? "

남재진의 집은 아랫층이었고 대각에 위치하고 있었다.

임하늘은 신발을 벗고 집안으로 들어갔다. "아래에서 우연히 만났어요."

할머니는 그녀를 따라 들어오며 말했다. "재진이도 참 괜찮은 애야. 어릴 때부터 봐왔으니 내가 잘 알지. 네가 마지막으로 연애한 게 고등학교 졸업할 때였지? 이제 너도 마냥 어리지만은 않아, 이제 결혼 생각도 해야지."

임하늘은 한숨을 내쉬었다. "할머니, 재진이는 저보다 한참 어려요."

의사가 그랬다. 할머니에게서 치매 조기 증상이 보인다고. 하지만 그녀에게 결혼을 보채는 일은 절대 잊지 않았다.

할머니는 유리병을 꺼내 식탁 위에 올려놓았다. "내가 오늘 물건들을 정리하다가 이 안에 돌멩이들이 가득한 이 유리병을 발견했다. 네 할아버지가 왜 돌멩이를 모아다가 나한테 준 건지 나는 아직도 알 수가 없구나. "

유리병을 흘깃 쳐다 본 임하늘은 깜짝 놀랐고 하마터면 손에 든 물잔을 놓칠 뻔했다.

그건 할아버지의 것이 아니라, 이도현이 그녀에게 선물했던 유리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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챕터 목록

총 109장

  1. 1장제1화아프게 했어요
  2. 2장제2화결혼할 나이
  3. 3장제3화이도현과의 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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