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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의문의 남자
"보잘것없는 재주로군."
연무혁의 차가운 콧방귀와 함께 그를 향해 날아온 나뭇잎들이 그의 몸에서 뿜어져 나온 보랏빛 기운에 힘없이 부서졌다.
안개가 완전히 걷히자, 소녀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
눈을 가늘게 뜬 그가 목을 어루만지자, 상처 치료용으로 목에 걸어두었던 화염주(火焰珠)가 방금 어린 소녀에게 빼앗겨 간 것이다.
화염주는 그가 많은 힘을 들여 찾아낸 약인으로 창공 대륙에서 극히 보기 드문 구슬이었다.
설령 나중에 새 화염주를 찾더라도, 그가 입은 상처는 이미 마혼에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끼쳤을 것이다.
손바닥에는 소녀의 섬세한 피부 감촉이 아직도 남아있는 듯했다.
영리하고 교활했던 눈빛 또한 연무혁의 날카로운 눈을 피하지 못했다.
하, 간이 배 밖으로 나온 인간 계집이로구나.
"주인님. 수하가 늦었습니다. 벌하여 주십시오."
매서운 바람과 함께 나타난 두 그림자가 한쪽 무릎을 꿇고 공손하게 머리까지 숙였다.
연못에서 몸을 일으킨 연무혁이 가볍게 손을 움직이자 맨몸에 검은색의 비단 두루마기가 걸쳐졌고, 머리카락에 매달린 물방울 또한 순식간에 증발했다.
가볍게 주먹을 말아 쥔 그가 먼 곳을 내다보며 쌀쌀맞은 목소리로 말했다. "책임을 소홀히 했으니, 마땅한 처벌을 받아야지. 폭풍의 눈과 극한 지대에서 하나 고르거라."
공손한 자세로 그가 하는 말을 잠자코 듣고만 있는 백열과 무흔의 등줄기에서 식은땀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폭풍의 눈과 극한 지대는 황천 지경의 양대 지옥이었다. 혹여 발을 잘못 들이면 목숨이 아홉 개라도 모자랄 것이다.
"수하 주인님께 꼭 하고픈 이야기가 있습니다. 주인님께서 수하가 하는 말을 들으신 후에, 수하의 죄를 사하여 주십시오." 고개를 더욱 아래로 떨군 백열이 떨리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말하거라."
백열이 빠르게 입을 열었다. "수하 반용곡에 곧 신수가 출현한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습니다. 그 신수의 수단(兽丹)으로 주인님의 상처를 치료할 수 있을 겁니다."
연무혁의 까만 눈동자가 매섭게 빛났다. "새로운 신수라?"
"맞습니다. 신수의 출현으로 기운이 폭발하고 천지가 흔들렸다고 합니다. 지금까지 많은 인간 세력이 신수를 차지하기 위해 반용곡으로 향했다고 합니다. 수하 인간 세력이 신수를 차지하기 전에 먼저 반용곡으로 가서 신수의 수단을 캐내겠습니다."
연무혁의 머릿속에 방금 전까지 그의 앞에 있던 소녀가 떠올랐다.
과연 그 인간 소녀도 신수를 찾으러 갔을까?
만약 인간 소녀가 지금 반용곡에 향하고 있다면, 그는 먼저 신수의 수단을 캐낸 다음 인간 소녀를 잡아 가루로 만들 것이다. 그렇게 해야만 뺏긴 화염주의 빚을 갚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잠시 후, 남자의 입 꼬리가 아주 살짝 비틀려 올라가는 것 같더니 까만 눈동자에 보랏빛이 빠르게 스쳐 지나갔다. "그 신수, 내가 직접 찾을 것이다."
"주인님께서 직접 말입니까?" 백열과 무흔은 깜짝 놀란 얼굴로 서로를 쳐다봤다. "그러나 주인님의 상처는..."
"상처가 조금 나았으니 무탈할 것이다." 연무혁이 말을 이어 했다. "두 사람은 한명의 행방을 계속 추적하거라."
"죽을죄는 면했으나 살아 있는 죄는 면할 수 없다. 이번 일을 끝낸 후, 두 사람은 따로 벌을 받아야 할 것이다."
백열과 무흔은 남몰래 작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주인님이 더 이상 두 사람의 죄를 묻지 않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큰 은혜였으니.
그 시각, 월계는 자신이 누군가의 눈 밖에 난 줄 꿈에도 모르고 있었다.
울창한 숲 속을 한참이나 내달린 그녀는 주위에 다른 사람의 기척이 없는 것을 확인하고 나서야 숨을 고르며 자리에 앉아 혼란스러운 기억을 정리했다.
몸 주인의 기억에 따르면 이 세계는 창공 대륙이라 불리며, 비락 지경과 황천 지경으로 나뉜다.
그녀가 지금 있는 곳은 비락 지경 내에 있는 반용곡이었다.
비락 지경 내에도 많은 국가와 세력이 존재했다. 몸 주인은 그중 한 대국인 리안국 전신부의 작은 아가씨였다.
이 세계 사람들은 강한 사람을 주인으로 모시고, 영기를 수련하는 것을 평생 수행의 길로 삼았다. 영기는 아랫배의 영근에서 피어 나오고, 영기와 영근은 서로 공생할 수 있는 것이다.
대부분의 수련자들은 단영근을 갖고 있으며, 평생 한 가지 속성의 영기만 수련할 수 있었다.
그러나 몸의 주인은 보기 드물게 쌍영근을 갖고 있었다.
몸 주인은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12세에 2급 영사, 13세에 3급 영사로 진급하여 1년 동안 한 단계씩 갱신하는 놀라운 속도를 자랑했다.
3급 영사로 진급한 후, 몸 주인은 더 이상 영기를 응집할 수 없게 되었고, 한때 모든 사람의 부러움을 사던 천재에서 일순간 질타와 수모를 당하는 쓸모 없는 사람으로 전락하게 된 것이다.
일찍이 정해졌던 혼사마저 이런 이유 때문에 정혼자 독고언에게 파혼을 당하고 말았다.
심옥주는 리안국 심씨 가문의 아가씨이자 몸 주인의 둘도 없는 벗이었다.
그리고 오늘 밤, 심옥주의 초대를 받은 몸 주인은 반용곡에 가서 영기를 되살릴 수 있는 신기한 약초를 찾으러 떠났다.
그러나 영기를 되살리는 약초를 찾기는커녕 제일 신뢰했던 벗에게 배신을 당하고 만 것이다.
영근을 도려낸 것도 모자라 절벽 아래로 밀어뜨리기까지 했으니.
그렇게 몸 주인은 큰 원한을 가슴에 품고 죽었고, 그녀의 영혼이 이 몸에 들어와 환생하게 되었다.
챕터 목록
총 214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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