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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7년 전 그의 여자가 되다
서윤아는 의아한 표정으로 성요준을 쳐다봤다.
"윤아야, 무서워하지 마."
그때 고윤택이 성요준을 한쪽으로 끌고 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이 아이는 내가 예전에 입양한 서윤아란 아이야. M국에서 금융을 전공하고 있어. 설마 이 아이가 sage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지?"
성요준은 당연히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지만 굳이 설명할 필요는 없었다.
그날의 진실은 그와 경호원인 오강혁, 그리고 친구 죠지만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7년 동안이나 찾아 헤맨 그는 이미 집착에 가까운 광기에 사로잡혀 있었다.
그는 서윤아를 한참이나 쳐다봤다. '서윤아라고.' 그녀의 이름은 선명하게 성요준의 기억 속에 남아 있었다.
일행이 호텔에 도착하자 서윤아는 서둘러 곽원빈의 짐을 챙겼다.
그녀가 바쁘게 움직이는 모습을 본 고윤택은 마음 한구석이 불편하게 찔러왔다.
'내가 애지중지 키운 공주님이 다른 사람의 시중을 들고 있다니.'
곽원빈을 방에 데려다 준 서윤아는 이마에 맺힌 땀을 닦으며 말했다. "박사님, 제가 내기에서 졌으니 제가 짐을 챙겨드리겠습니다. 다음 게임에서 박사님이 지면 절대 딴소리하시면 안 됩니다."
그 말에 곽원빈은 얼굴을 감싸 쥐며 말했다. "아름다운 sage 씨, 지난번 내기에서 제가 졌을 때, 저한테 여장을 하고 광장에서 춤을 추게 했잖아요!"
서윤아가 싱긋 미소 지으며 막 입을 열려 할 때, 고윤택이 다가오는 것을 발견하고 문 옆으로 비켜서며 물었다. "작은 아버지, 곽원빈 박사님을 찾으시는 거에요?"
그러자 고윤택은 단호한 어조로 말했다. "아니, 너를 찾고 있었어. 윤아야, 나랑 집에 가자."
그녀에게 더 이상 집이라는 곳이 존재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는 거절하지 않고 그저 싱긋 미소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
고씨 가문에서 그녀에게 학비와 생활비를 주지 않았지만, 10살 때부터 18살 때까지 그녀를 키워주고 최고의 교육과 사랑을 아낌없이 준 것은 사실이었다.
그 몇 년 동안 베풀어준 호의는 결코 가식이 아니었기에, 그녀 역시 양심을 저버릴 수 없었다.
게다가 이번에 돌아온 서윤아는 그날의 진실을 밝혀내야 했기에, 당연히 고씨 가문으로 돌아가야 했다.
차에 올라타자마자 고윤택이 물었다. "지금 곽원빈의 연구실에서 잡일을 하고 있는 거야?"
서윤아는 잠시 멈칫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그녀는 아직 확실하게 하는 일이 없었다.
"그 일, 그만둬."
서윤아는 깜짝 놀란 표정으로 되물었다. "왜요?"
"그런 일은 기껏해야 한 달에 1만 달러정도 받겠지. 셔츠 한 벌은 살 수 있어?"
서윤아는 자신이 입은 셔츠를 내려다보며 실소를 터뜨렸다.
'설마 내가 작은 아버지의 돈을 썼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
'작은 아버지는 카드가 도난 당해 정지된 후, 재발급 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는 걸까?'
고윤택은 그녀가 돈도 없이 어떻게 지내왔는지 묻지도 않았다.
그녀가 웃는 모습을 본 고윤택도 덩달아 입꼬리를 올리며 말을 이었다. "국가고시가 4개월 남았으니 시험 준비에만 전념해. 예전에 말했던 것처럼, 네 앞길은 내가 책임질게."
서윤아는 고개를 살짝 갸웃하며 조심스럽게 말했다. "작은 아버지, 공무원 월급도 그리 높지 않던데요."
그러자 고윤택은 나직이 한숨을 쉬며 설명했다. "네가 뭘 안다고 그래? 공무원 신분으로 좋은 혼처를 찾을 수 있어. 윤아야, 너는 다른 명문 가문의 아가씨들과는 다르잖아."
강력한 가문 배경이 없으니, 결국 스스로 노력하는 수밖에 없었다.
서윤아는 고윤택이 진심으로 자신을 위해 하는 말이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어쩌면 그가 자신을 위해 계획해놓은 길의 시작점은, 작은 마을의 수험생들이 온 노력을 다해야만 도달할 수 있는 종착점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녀는 그 길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녀는 자신만의 추구와 고집이 있었고, 마음속에 뚜렷한 목표가 있었기에 돈도 없고 지낼 곳도 없는 상황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다.
가슴 한편이 옥죄어 오는 듯한 먹먹함을 느낀 그녀가 조용히 되물었다. "작은 아버지, 이제는 화가 좀 풀리셨어요?"
고윤택은 잠시 멍한 표정을 짓더니 이내 그 말의 의미를 깨달았다.
사실 그는 이미 오래전에 화가 풀렸다.
어쩌면 처음 1, 2년 동안은 화가 났을지도 모르지만 7년이 지난 지금, 관직에 몸담고 있는 그는 어린 소녀의 한때 장난에 더 이상 신경 쓰지 않았다.
그는 싱긋 미소 지으며 그녀를 돌아봤다. "네가 말을 듣지 않아서 화가 났던 거야. 지금은 많이 철이 들었잖아? 설마 아직도 작은 아버지를 원망하는 건 아니지?"
서윤아는 조용히 고개를 저으며 짧게 대답했다. "아닙니다."
원망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원망할 수 없었던 것이다.
고윤택은 그녀의 말을 듣지 못한 척하며 해외에서 어떻게 지냈는지 물었다.
"잘 지냈어요, 등교하고 하교하고 도서관에 가고." 그녀는 건성으로 아무렇게나 대답했다.
고윤택은 그녀의 대답에서 원망을 느꼈지만 더 이상 묻지 않고 조용히 고씨 가문으로 향했다.
다시 고씨 가문의 대문 앞에 선 서윤아는 감회가 남달랐다.
7년 전, 그녀는 정원의 그네에 앉아 미래를 상상하고, 정원의 장미를 꺾어 고윤택의 방에 가져다 놓기도 했다.
지금 그네의 체인은 새로 기름칠을 했고, 장미들은 한창 아름답게 피어 있었다. 모든 것이 변하지 않은 것 같았다.
"윤아야, 윤아가 돌아온 거니?" 그때, 집 안쪽에서 노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서윤아가 소리가 나는 곳을 돌아보자 자주색 한복을 입은 노부인이 걸어 나오고 있었다.
"할머니." 서윤아는 재빨리 다가가 노부인의 팔을 조심스럽게 부축했다.
고 할머니는 그녀를 품에 꼭 안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윤아야, 드디어 돌아왔구나! 너를 해외로 보내고 할머니가 얼마나 후회했는지 모른다. 어린 네가 홀로 해외에서 지내느라 얼마나 힘들었을까."
서윤아는 억지로 미소 지으며 눈가에 맺힌 슬픔을 감추려 애썼다. 휴대폰을 도난 당했지만, 그녀는 고씨 가문 사람들의 전화번호를 모두 기억하고 있었다.
현지의 전화 카드를 발급받은 후, 그녀는 바로 고씨 가문의 사람들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만약 그들이 조금이라도 자신을 걱정했다면, 그녀에게 단 한 통의 전화라도 했을 것이다.
고윤택은 싱긋 미소 지으며 노부인을 위로했다. "아이를 풀어주지 않으면 어떻게 성장하겠어요? 그리고 윤아가 지금 이렇게 무사히 돌아왔잖아요."
노부인은 그녀의 손을 잡고 위아래로 꼼꼼히 훑어봤다. 서윤아는 평범한 옷차림을 하고 있었지만, 모두 명품이었고 목에 걸린 목걸이는 T사의 최신 모델로 수천만 원에 달하는 가격이었다.
노부인은 만족스러운 듯 고개를 끄덕이며 다정하게 말했다. "일단 안으로 들어가 씻고 좀 쉬어라. 화자 아주머니한테 네가 제일 좋아하는 코코넛 치킨을 만들라고 했다."
서윤아가 가사도우미의 안내를 받아 2층으로 올라가자 노부인은 아들을 돌아보며 감탄했다. "우리 윤아가 이렇게 예쁘게 컷구나."
고윤택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서윤아가 입은 하얀 셔츠가 그의 눈에 비치더니 그 뒷모습은 마치 작은 돛단배처럼 점점 멀어져 갔다.
노부인은 낮은 목소리로 조용히 덧붙였다. "비록 윤아가 그동안 우리 곁에 없었지만, 네가 윤아한테 돈을 아끼지 않았다는 건 잘 알고 있다. 윤아가 입고 있는 옷과 목걸이를 봐. 우리 고씨 가문은 결코 윤아를 홀대하지 않았다."
서윤아는 예전에 지냈던 방 문을 열고 들어간 순간, 방 안은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바뀌어 있었다.
그녀가 어렸을 때, 노부인은 방을 분홍색으로 꾸며주었다. 분홍색 침대 캐노피가 걸린 침대에 누워 있으면 마치 바비 공주가 된 듯한 기분이 들었다.
나이가 들면서 분홍색이 싫어진 그녀는 고씨 가문에 얹혀사는 처지라 방을 새로 바꿔 달라고 말할 수 없었다. 그래서 결국 침대 캐노피와 분홍색 침대 시트만 크림색으로 바꿔 사용했다.
그러나 지금은 벽지와 가구 모두 고급스러운 스타일로 바뀌었고, 은은한 베이지색 톤이 편안한 느낌을 주었다. 가구는 모두 이탈리아에서 수작업으로 맞춤 제작한 것이었다.
처음에는 방을 잘못 찾았다고 생각했지만, 화장대를 보니 젊은 여자가 사용하는 것이 분명했다.
'설마 작은 아버지와 할머니가 내가 돌아오기를 기다리며 미리 방을 꾸며놓은 것일까?'
이미 차갑게 굳어진 그녀의 마음속에 어렴풋이 따뜻한 온기가 피어올랐다. 그날의 사건이 일어나기 전까지, 고씨 가문은 그녀에게 정말 잘해줬다.
어쩌면 그녀는 그들에게 솔직하게 말해야 할지도 모른다. 해외에서 지낸 7년 동안 그들의 도움을 받지 못했지만, 잘 지냈다고. HF 대학교에서 박사 후 연구를 마친 후, 곽원빈 박사의 연구실에서 일했고, 이제는 귀국하여 발전하고 싶다고 말이다.
그녀가 옷장 앞에 서서 문을 열려 할 때, 뒤에서 누군가 소리치는 것을 들었다. "어서 나오세요. 여긴 아가씨의 방이 아니에요."
서윤아가 뒤를 돌아보자 그녀를 2층으로 안내한 가사도우미가 서 있었다.
서윤아는 방의 배치를 보고 고정음의 스타일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고씨 가문에는 40대인 고정음 외에 젊은 여자가 또 있을까?
'설마 작은 아버지의 여자친구?'
서윤아는 참지 못하고 물었다. "그럼 지금은 누구의 방입니까?"
그 순간, 문 너머에서 또렷한 음성이 들려왔다. "내 방이야."
서윤아가 고개를 들어 눈을 가늘게 뜨고 바라보니, 그곳에 서 있는 사람은 바로 그녀였다.
챕터 목록
총 331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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