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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제3장 피
강시연의 뺨에 금세 선명한 손가락 자국이 떠올랐다.
믿을 수 없다는 듯 눈을 크게 뜬 그녀가 화끈거리는 뺨을 감싸 쥐더니, 한참이 지난 뒤에야 정신을 차리고 소리를 질렀다. "네... 네가 감히 날 때려?!"
강시연이 손을 들어 되받아치려는 순간, 원서아가 한발 앞서 그녀의 손목을 낚아챘다.
바로 다음 순간, 원서아가 또다시 강시연의 뺨을 후려쳤다.
"짝!"
뺨을 맞은 강시연은 고개가 홱 돌아갔고, 정성껏 손질한 머리스타일은 꼴사납게 헝클어져 뺨에 달라붙었다.
연달아 뺨을 두 대나 얻어맞았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던 강시연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순간, 룸 안은 쥐 죽은 듯 고요해졌고, 사람들은 일제히 두 사람에게 시선을 고정했다.
가장 먼저 정신을 차린 사람은 강성준이었다. 하지만 그는 자리에 얼어 붙은 채로 동공이 급격하게 수축했다.
'서아가 소리를 들을 수 있게 된 건가?'
강성준의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무심코 옆으로 돌린 그의 시선이 마침 맞은편 술장에 닿았다.
따뜻한 조명 아래, 어두운 색의 술장 문이 빛을 반짝였다.
'거울이었군...'
그는 남몰래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가 그 미묘한 위화감에 대해 깊이 생각하기도 전에, 강시연이 분을 참지 못하고 욕설을 퍼부었다. "이 쌍년이! 널 갈기갈기 찢어 죽일 거야!"
급기야 강시연은 원서아를 향해 사납게 달려 들며 손톱으로 얼굴을 할퀴려했다.
두 사람의 손이 허공에서 뒤엉켰다.
원서아는 재빨리 강시연의 머리채를 움켜잡았고 아픔을 참지 못한 강시연이 비명을 질러 댔다.
"그만해!"
강성준이 버럭 소리치더니 성큼성큼 다가가 두 사람을 떼어놓은 뒤, 팔을 뻗어 둘 사이를 가로막고는 원서아의 손목을 붙잡았다. "둘 다 그만해..."
하지만 강시연은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손을 치켜들었다.
깜짝 놀란 원서아는 서둘러 강성준의 손을 뿌리치려 했다.
하지만 그가 너무 힘을 준 탓에 그녀는 뿌리치지 못했다.
원서아는 놓으라고 말하려 입을 열었지만, 입에서는 잔뜩 쉰 숨소리만 흘러 나왔다.
어제 고열을 앓은 뒤 청력은 돌아왔지만 목이 완전히 쉬어버려 전혀 소리를 낼 수 없었다.
그녀는 마음이 급해 죽을 지경이었다. 하지만 목구멍에서는 단 한마디도 나오지 않았다.
강성준은 몸부림치는 원서아의 모습에 순간 멈칫했다.
하지만 그 찰나.
강시연의 손바닥은 이미 그녀를 향해 날아들었다. 원서아는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려 피했다. 하지만 제때 피했음에도 불구하고 날카로운 손톱에 얼굴이 긁히고 말았고 화끈한 통증이 느껴졌다.
원서아의 뺨에 생긴 상처를 본 강성준은 순간 흠칫하더니, 강시연을 거칠게 밀치며 호통을 쳤다. "강시연, 이게 무슨 짓이야?!"
갑작스레 밀려난 강시연은 비틀거리며 물러서다가 뒤에 있던 술장에 세게 어깨를 부딪쳤다.
"쾅!"
요란한 소리와 함께 술장이 심하게 흔들렸고 위에 진열되어 있던 값비싼 양주들이 줄줄이 바닥에 떨어졌다. 액체가 사방으로 튀기기 시작했고 묵직한 술병들이 두 사람의 머리 위로 쏟아졌다.
"위험해!"
다급한 목소리와 함께, 강성준은 강시연을 향해 몸을 날리더니 그녀를 품에 끌어 안았다.
술병들이 강성준의 등에 떨어지며 둔탁한 소리를 냈고, 깨진 유리 조각이 사방으로 튀었다.
한편, 옆에 있던 원서아는 팔을 들어 머리와 얼굴을 가리는 것이 고작이었다. 그때, 술병 하나가 그녀의 어깻를 강타했고 극심한 통증이 전해졌다. 이어 더 많은 술병이 그녀의 몸 위로 쏟아졌다.
원서아의 입에서 억눌린 신음 소리가 새어 나왔다.
거센 충격에 원서아는 바닥에 쓰러졌고 그녀의 몸 위에 날카로운 유리 조각들과 술이 쏟아졌다. 그녀의 이마에서 흘러나온 피가 술과 뒤섞여 얼굴을 타고 흘러내렸다...
원서아는 바닥에 몸을 웅크렸다. 몸의 절반이 마비된 듯했고, 어깨와 등, 뒤통수에서부터 둔탁한 통증이 느껴졌으며 귓가에는 사람들의 비명과 윙윙거리는 소리가 뒤섞여 들려왔다.
"성준 오빠!" 강시연의 눈에서 금세 눈물이 쏟아졌다. "발이 너무 아파..."
강성준은 재빨리 강시연의 몸 위에서 일어나더니, 등에서 느껴지는 통증에는 신경도 쓰지 않고 다급히 물었다. "다쳤어? 어디 봐봐!"
"발목이... 너무 아파..." 강시연은 눈물이 그렁그렁 맺힌 눈으로 대답했다.
깨진 유리 조각에 발목이 베여 피가 배어 나왔지만 그리 심각한 상처는 아니었다. 하지만 강시연은 서럽게 흐느껴 울었다.
한편, 원서아는 바닥을 짚고 몸을 일으키려 애를 썼지만, 눈앞이 자꾸만 캄캄해졌다.
그녀는 왼팔을 움직여 보려 애썼다. 떨리는 손끝을 강성준에게 뻗으며 입술을 달싹였지만, 목구멍에서는 아무 소리도 나오지 않았다.
강성준은 이미 강시연을 안아 들고 밖으로 나가려 몸을 돌렸다.
"성준이 형! 서아도 다친 것 같은데..." 보다 못한 누군가가 바닥에 웅크리고 있는 원서아를 가리켰다.
강성준은 걸음을 멈추더니 고개를 돌려 원서아를 흘끗 바라 봤다.
그때, 강시연이 흐느끼며 강성준의 목에 얼굴을 묻었다. "성준 오빠, 나 아파 죽겠어. 혹시 뼈를 다친 건 아닐까..."
강성준은 원서아에게서 시선을 거두더니 미간을 찌푸렸다. "너희가 서아를 좀 챙겨 줘. 별일 없으면 나 대신 집에 데려다주면 돼. 나는 일단 시연이를 병원에 데려가서 검사부터 받아 볼게. 시연이는 아픈 걸 못 참아."
말을 꺼냈던 남자는 잠시 멈칫하며 입술을 달싹였다. 하지만 결국 마지못해 대답했다. "...알았어."
강성준은 더 지체하지 않고 강시연을 안은 채 성큼성큼 룸을 빠져나갔다.
룸에 남은 친구들은 서로의 얼굴만 멀뚱히 바라봤다. 바닥에 웅크리고 있는 원서아를 본 누군가가 앞으로 나서려다가 잠시 망설였다.
"원서아, 괜찮아? 일어날 수 있겠어?"
"멍청아. 쟤 귀 안 들리잖아. 너 수화 할 줄 알아?"
"젠장, 내가 그걸 어떻게 알아?"
한편, 원서아는 눈앞이 아득했고 주변의 소리는 마치 두꺼운 얼음 벽 너머로 들려오는 것처럼 느껴졌다.
눈앞에 있는 사람들의 입술이 움직이는 것은 보였지만 무슨 말을 하는지는 알아들을 수 없었다.
이마의 상처에서 피가 점점 더 많이 흘러내렸다. 급기야 피가 눈으로 흘러 들어가 시야를 온통 검붉게 물들였다.
원서아는 고개를 저으려 했지만 그럴 힘조차 남아 있지 않았다.
그녀는 너무 추웠다.
뼛속까지 스며드는 그런 추위였다.
주변 풍경이 빙글빙글 돌며 일그러지기 시작했고, 사람들의 형체마저 어지럽게 흔들렸다.
그때, 누군가가 경악하며 소리쳤다. "젠장... 쟤 머리에서 피가 나! 피를 너무 많이 흘리는데?!"
원서아는 귓가에 들리는 소리가 자꾸만 멀어졌다 가까워지는 것 같았다.
짙은 어둠이 먹물처럼 겹겹이 밀려드는 것 같았고 눈꺼풀이 점점 무거워졌다...
"빨리 구급차 불러!"
"성준이 형 진짜 ... 왜 전화를 안 받는거야..."
챕터 목록
총 152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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