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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갑작스러운 정적
메시지가 성공적으로 전송된 것을 확인한 원서아는 룸 문을 힘껏 열어 젖혔다.
순간, 안에서 들리던 웃음소리가 뚝 끊겼다.
어두컴컴한 룸 안에는 담배 연기와 술, 향수 냄새가 한데 뒤섞여 진동했다.
화려하게 차려입은 남녀 7,8명이 앉거나 선 자세로 일제히 문 쪽을 바라봤다.
빛과 어둠의 경계에 선 원서아는 긴 드레스를 입고 있었는데, 몸에 딱 붙는 드레스가 그녀의 날씬한 몸매를 고스란히 드러냈고, 눈처럼 흰 피부가 그녀의 아름다운 이목구비를 더욱 돋보이게 만들었다.
다만 맑고 생기 넘치던 그녀의 눈동자는 안개가 덮인 고요한 연못 같았다.
강성준은 문 정면에 위치한 소파에 앉아 있었다. 그의 손가락 사이에 끼워진 반쯤 남은 담배에서 피어오르는 연기가 그의 날카로운 턱선을 흐릿하게 만들었다.
가장 먼저 반응한 사람은 강성준이었다. 그의 눈빛에 순간 당황함이 스쳤으나, 그녀가 보청기를 착용하지 않은 것을 보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그녀에게 다가가 수화로 말했다. "서아야, 왜 이렇게 늦었어? 다들 너만 기다리고 있었어."
원서아는 속이 뒤집히는 것 같았다.
그녀가 입을 열기도 전에, 등 뒤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머, 다들 모여 있었네?"
애교가 잔뜩 담긴 목소리였는데 일부러 말 꼬리를 길게 늘어뜨렸다. 마치 꿀을 바른 듯 끈적이는 목소리는 듣기만 해도 사람을 불쾌하게 만들었다.
사람들은 반사적으로 뒤를 돌아봤다.
복도의 따뜻한 조명 아래, 강시연은 몸에 딱 달라붙는 붉은색 끈 원피스를 입고 있었는데, 옆트임은 허벅지 끝까지 올라와 있었다. 긴 머리카락은 어깨 위로 흘러내렸고 화려한 메이크업과 빨간 입술이 눈에 띄었다.
문틀에 비스듬히 기대선 그녀는 나른한 눈빛으로 룸 안의 사람들을 훑어보더니 강성준에게 시선을 고정하고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강성준의 표정이 미세하게 변했다. 하지만 원서아가 뒤를 돌아보지 않자 그녀가 아무 소리도 듣지 못한다고 확신한 그는 그제야 마음을 놓고 낮은 목소리로 강시연에게 물었다. "네가 여긴 왜 왔어? 옆방에 있으라고 했잖아."
원서아는 그의 목소리에 묻어나는 긴장을 똑똑히 느낄 수 있었다.
강시연은 싱긋 웃으며 말했다.
"오빠가 보고 싶어서 왔지. 서아한테만 들키지 않으면 되잖아. 어차피 듣지도 못하는데 뭐가 두려워?"
그녀의 말은 마치 잔잔한 연못에 돌을 던진 듯 파문을 일으켰다.
누군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젠장, 원서아가 청각을 잃은 걸 깜빡했네. 깜짝 놀랐잖아."
"그러니까. 방금은 들킨 줄 알았다니까..."
사람들은 원서아를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오히려 재미있다는 듯 그녀를 조롱했다.
원서아는 손가락을 말아 쥐었다. 손톱이 손바닥을 깊이 파고들었고 날카로운 통증이 느껴졌다.
그들이 내뱉는 말 한마디 한마디가 마치 바늘처럼 원서아의 귀를 찔렀다.
원서아는 들을 수 있었다.
그들의 내 뱉은 말을 단 한마디도 빠짐없이 똑똑히 들었다.
강시연은 더욱 달콤하게 웃으며 일부러 목소리를 높였다. "그렇지, 원서아? 맞다, 넌 안 들리지? 어떻해, 너무 불쌍해, 1년전, 교통사고로 목숨은 건졌지만 결국 귀머거리가 되어 버렸잖아."
"그만해!" 낮지만 사나운 목소리로 강시연의 말을 자른 강성준은 긴장한 얼굴로 원서아를 흘끗 바라봤다. 마치 그녀가 눈치챌까 두려워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강시연은 그가 화를 내든 말든 아랑곳 하지 않고 더욱 자지러지게 웃었다.
그녀는 아예 문을 활짝 열고 룸으로 들어와 원서아의 바로 뒤에 멈춰 서더니, 강성준을 뚫어지게 바라보며 방 안 모든 사람들이 들을 수 있을 정도로 높은 목소리로 말했다. "성준 오빠, 내가 귀국한 사실을 서아가 알게 될까 봐 두려워? 걱정하지 마. 어차피 얘는 아무 소리도 듣지 못해. 지금 내가 얘를 쌍년이라고 욕해도..."
"찰싹!"
날카로운 따귀 소리가 강시연의 말을 잘라 버렸다.
원서아가 갑자기 돌아서서 강시연의 뺨을 세차게 후려린 것이다.
순간, 룸 안은 정적에 휩싸였고, 사람들은 하나 같이 눈이 휘둥그래졌다.
'이게... 대체 무슨 상황이지?'
'원서아는 청각을 잃었잖아.'
챕터 목록
총 152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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