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18378/coverbig.jpg)
제2화 나와 결혼해 줘
강서희는 저택을 나서자마자 한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전화가 연결되자 수화기 너머에서 남자의 공손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강서희 씨, 실시간 검색어를 확인하셨습니까? 이번 사건은 조금 심각합니다. 실시간 검색어를 내리는 데 어려움이 많겠지만, 맹정수 씨를 최대한 보호하겠습니다..."
"그럴 필요 없어. 원칙대로 처리해."
강서희는 차갑게 식은 목소리로 덧붙였다. "광고 계약이든 코치 지원이든 전부 취소해. 맹정수가 스스로 망가지고 싶다는데 그냥 내버려 둬."
전화 너머의 남자는 이유를 알 수 없다는 듯 잠시 멈칫했지만, 이내 공손히 알겠다고 대답했다.
전화를 끊은 강서희는 입 꼬리를 비스듬히 올리고 차갑게 실소를 터뜨렸다.
'맹정수가 그토록 의지했던 투자자가 바로 나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과연 어떤 표정을 지을까?'
6년 전, 교통사고로 중상을 입은 그녀가 길가에 쓰러져 죽을 뻔했을 때, 맹정수가 그녀를 구해줬다. 그로 인해 그는 국가대표 선발 기회를 놓치게 되었다.
강서희가 안타까워하자, 맹정수는 오히려 웃으며 말했다. "그저 선발 기회일 뿐이야. 실력만 있다면 기회는 얼마든지 있어. 널 도울 수 있다면, 이번 선발에 참가하지 않아도 괜찮아."
그의 은혜와 순수한 마음에 감동한 강서희는 먼저 그에게 다가가 마음을 표현했다. 지난 몇 년 동안 그녀는 모든 자원을 동원해 맹정수의 앞길을 닦아 주면서도, 그의 자존심을 상하게 할까 봐 자신이 뒤에서 도왔다는 사실을 줄곧 숨겨 왔다.
그러나 그녀가 쏟아 부은 노력은 이제 한낱 웃음거리가 되어 짓밟히고 말았다.
캐리어를 끌고 당분간 머물 호텔을 찾으려던 찰나, 휴대폰이 다시 울렸다.
전화를 받자마자 노인의 장난기 가득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가, 유감스럽게도 이번 내기에서 네가 졌구나. 약속대로, 맹정수 그 녀석과 헤어진 후 처음 만난 남자와 결혼해서 최소 3년 동안 결혼 생활을 유지해야 해."
미간을 찌푸린 강서희는 과거의 자신이 얼마나 어리석었는지 더욱 뼈저리게 깨달았다.
맹정수라는 쓰레기 같은 남자 때문에 조직을 탈퇴했고, 그녀를 키워준 수장과도 크게 다퉜다.
규칙대로라면, 배신에 대한 처벌로 혀를 자르고 손발을 잘라야 했다.
하지만 수장은 온갖 반대를 무릅쓰고 그녀를 지켜 주었다. 대신 맹정수가 그녀와 결혼하지 않는다면, 그와 헤어진 뒤 처음 만난 남자와 결혼할 것을 맹세하게 했다. 그 남자가 어떤 신분이든 상관없이 말이다.
'젠장.'
강서희는 심호흡을 하고 이를 악물고 말했다. "알겠어요. 약속 지킬게요."
그러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강서희는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쓰레기통 옆에 초라한 모습의 남자가 누워 있는 것을 발견했다.
강서희는 그 모습을 보고 순간 할 말을 잃었다.
'이런, 설마 하늘이 나를 놀리는 걸까?'
남자는 거의 죽어가는 거지처럼 보였다. 더러운 검은 머리가 얼굴의 대부분을 가리고 있었고, 그 아래로 뚜렷한 윤곽의 턱선과 핏기 하나 없는 입술만 드러나 있었다.
더럽고 찢어진 흰 셔츠를 입은 그의 가슴에는 희미하게 피가 묻어 있었고, 중상을 입은 것이 분명했다.
최근 이 지역에서 갱단들의 싸움이 잦았는데, 이 불운한 남자는 아마도 그 싸움에 휘말린 것일까?
강서희는 관자놀이를 누르며 고민에 잠겼다.
거지와 결혼해야 한다니...
너무 황당한 일이었다.
그러나 그녀의 자존심은 약속을 어기는 것을 용납하지 않았다.
'그래, 거지도 나쁘지 않아. 적어도 얌전히 내 말을 잘 듣겠지.'
'그저 꼭두각시 남편이 한 명 더 생겼다고 생각하면 돼. 3년 후에 적당히 돈을 주고 보내버리면 크게 문제될 거 없어.'
여기까지 생각한 강서희는 체념한 듯 남자에게 다가가 그를 일으켜 세운 뒤, 차를 잡아 자신이 소유한 호텔로 향했다.
호텔 직원들에게 남자를 씻기고 검사를 받게 한 뒤에야 강서희는 비로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다행히 몸에 별 이상은 없었고 다만 여러 곳에 유탄으로 인한 상처가 남아 있었다.
총알을 제거하고 상처까지 붕대로 감싼 뒤, 강서희는 침대 옆에 앉아 미래의 남편이 될지도 모르는 남자를 자세히 살펴보았다.
온몸의 때를 말끔히 씻어내자, 남자의 얼굴은 놀랍도록 잘생겼다. 속눈썹은 짙고, 콧대는 곧게 뻗어 있었으며, 숨을 쉴 때마다 살짝 움직이는 목울대는 무척이나 섹시했다.
방금 상처에 붕대를 감기 위해 의사가 그의 상의를 벗겨 놓았는데, 그의 탄탄한 가슴 근육과 선명한 복근이 그대로 드러났다. 게다가 그 근육은 프로 운동선수인 맹정수보다 훨씬 보기 좋았다.
그래도 하늘이 아주 무심하진 않은 모양이었다. 적어도 늙은이를 자신에게 떠넘기지 않았으니 말이다.
그때, 텔레비전에서 뉴스가 흘러나왔다. 맹정수의 경기 퇴출 소식은 크게 보도되지 않았고, 모든 언론은 왕세자가 순찰 도중 습격을 받아 실종되었다는 소식을 보도하고 있었다.
'맹정수, 운이 정말 좋군.'
욕실에서 샤워를 마치고 수건을 두르고 나온 강서희는 남자가 여전히 깊은 잠에 빠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녀가 갈아입을 옷을 챙겨 옆방에서 쉬려고 손을 뻗었을 때, 남자가 갑자기 눈을 뜨더니 차갑게 식은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봤다.
다음 순간, 핏줄이 선명하게 드러난 손이 이불 밖으로 뻗어 나와 그녀의 손목을 움켜쥐고 끌어당기더니 귀신처럼 몸을 뒤집어 그녀를 자신의 몸 아래에 단단히 가두었다.
차갑게 식은 손가락이 그녀의 목을 조르자, 남자의 입술 사이로 갈라진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넌 누구야?"
강서희는 반항하려 했지만, 남자의 날카로운 눈빛에도 불구하고 중상을 입은 몸은 위협적이지 않았다.
하지만 그의 몸놀림은 꽤 괜찮은 것 같았다.
그의 손목을 움켜쥔 강서희가 흥미진진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
"은인을 대하는 태도가 이래요? 내가 아니었다면, 그쪽은 이미 쓰레기통 옆에서 죽었을 거에요."
곽태양은 어둡게 가라앉은 눈빛으로 그녀의 목과 어깨를 뚫어져라 응시했다.
부상을 입은 채 외딴 골목으로 도망친 그는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정신을 잃고 말았다.
'그러니까 이 여자가 나를 구해 준 걸까?'
맑게 빛나는 그녀의 눈빛을 보니 거짓말을 하는 것 같지는 않았다.
잠시 침묵하던 곽태양은 마침내 손을 풀어 그녀를 놓아주었다. "원하는 게 뭐야?"
그 말에 강서희는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거지 주제에 무슨 배짱으로 큰소리를 치는 거지? 네가 나에게 뭘 줄 수 있는데?'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니, 그의 질문도 합리적이었다.
아무 대가도 바라지 않고 거지를 구하는 사람은 없으니까 말이다.
상대방이 먼저 조건을 제시했으니, 강서희도 더 이상 빙빙 돌려 말하지 않고 남자를 훑어보며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 "나와 결혼해 줘요."
챕터 목록
총 92장
/1/126776/coverbig.jpg)
/1/104779/coverbig.jpg)
/1/122824/coverbig.jpg)
/1/102866/coverbig.jpg)
/0/97832/coverbig.jpg)
/0/98989/coverbig.jpg)
/1/129329/coverbig.jpg)
/1/129395/coverbig.jpg)
/1/129328/coverbig.jpg)
/1/129330/coverbig.jpg)
/1/131294/coverbig.jpg)
/1/131303/coverbig.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