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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미래의 왕비는 평범한 여자
곽태양이 자리에 우뚝 멈춰 서더니 눈빛이 차갑게 가라앉았다.
'이 여자가 미쳤나? 나를 구해줬다는 이유만으로 나의 아내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걸까?'
하지만 그녀의 태도를 보면 그의 신분을 전혀 모르는 것 같기도 했다.
곽태양은 턱을 살짝 치켜들고 그녀를 탐색하듯 바라봤다. "우리의 신분은 어울리지 않는 것 같군."
강서희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그래도 자기 분수는 잘 아네요."
그녀는 남자의 놀란 눈빛을 알아차리지 못한 채 무심하게 수건을 움켜쥐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난 당신이 거지라고 해서 무시하지 않아요. 그렇다고 진짜 내 남편이 되어 달라는 것도 아니에요. 그저 3년 동안만 부부로 지내면 돼요."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 곽태양을 내려다보며 말했다. "동의한다면, 지금 당장 혼인신고를 하러 가요."
곽태양은 그런 그녀를 알 수 없는 눈빛으로 쳐다봤다.
뉴스에서는 아직도 그의 실종 소식을 보도하고 있는데, 이 여자는 그를 거지로 착각한 걸까?
터무니없는 일이지만, 곽태양은 오히려 흥미를 느꼈다.
그는 눈썹을 살짝 치켜 올리고 입술을 열었다. "만약 내가 동의하지 않는다면?"
강서희는 아쉬운 눈빛으로 그를 훑어보며 말했다. "그렇다면 당신의 손발을 자르고 혀를 자를 거예요."
상대가 동의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강서희가 결혼을 거절하지 못하게 하기 위해, 그 노인네는 만반의 준비를 해 두었다. 강서희와 결혼하거나, 아니면 죽는 것보다 못한 고통을 겪거나, 결국 선택지는 없었다.
곽태양은 그녀를 더욱 깊어진 눈빛으로 응시했다.
그가 죽길 바라는 사람은 셀 수 없이 많지만, 아무도 그의 앞에서 이토록 노골적인 위협을 가한 적이 없었다.
이 여자는 간이 배 밖으로 나온 것이 틀림없었다.
곽태양은 이 어리석은 제안을 마땅히 거절해야 했지만, 눈앞의 예쁜 얼굴을 보자 문득 이상한 흥미가 생겼다.
'만약 이 여자가 내 신분을 알게 된다면, 왕세자의 왕비가 되는 대가를 감당할 수 있을까? 지금처럼 뻔뻔하게 행동할 수 있을까?'
어차피 그 노인네들도 그가 결혼하길 바랐다. 만약 이렇게 엉뚱한 여자를 왕비로 맞이한다면, 그들의 표정이 볼만할 것 같았다.
여기까지 생각한 곽태양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좋아. 네 제안에 동의할게."
강서희는 그제야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이고 옷을 챙겨 욕실로 들어갔다. "좋아요. 지금 가면 딱 맞겠네요. 바로 혼인신고를 하러 가요."
그녀는 직원에게 정장을 가져오게 하고, 곽태양이 옷을 갈아입자마자 그를 데리고 구청으로 향했다.
두 권의 결혼 증명서를 받은 강서희는 내용도 확인하지 않고 대충 사진을 찍고는 곽태양에게 던졌다.
"난 이제 가봐야겠어요. 별일 없으면 연락하지 말고, 당신이 필요할 때 내가 먼저 연락할게요."
결혼증명서를 받은 곽태양은 무심한 표정의 그녀를 빤히 쳐다봤다. "그러니까, 나와 진짜 부부로 지낼 생각은 없다는 거야?"
강서희는 그를 흘깃 쳐다보더니 무심하게 그의 단단한 가슴 근육을 쿡쿡 찔렀다.
"왜요? 설마 남편으로서의 의무를 이행하고 싶은 거예요?"
부드러운 손가락이 그의 가슴에 닿는 순간, 그녀의 행동은 더욱 대담해졌다.
곽태양은 가지런히 다듬어진 그녀의 손톱을 내려다보며, 뜻밖의 질문에 잠시 할 말을 잃었다.
그가 성인이 된 이후, 수많은 여자들이 그의 신분과 외모를 보고 그에게 달려들었다.
하지만 이 여자는... 그저 그와 결혼만 하고 싶어 하는 것 같았다.
곽태양이 입을 열기도 전에 강서희는 입 꼬리를 살짝 올리며 말했다.
"당신은 내 취향에 딱 맞게 생겼지만, 계약 결혼이라고 했으니 강요하지 않을게요. 난 바빠서 이만 가봐야겠어요. 안녕."
말을 마친 그녀는 길가에 오랫동안 대기하고 있던 검은색 세단으로 향했다.
곽태양은 눈에 띄지 않는 고급 세단이 멀어지는 것을 지켜보다가, 손에 든 결혼증서를 천천히 펼쳐 보았다.
사진 속 여자는 그의 옆에 서서 환하게 미소 짓고 있었다.
'강서희...'
그는 결혼증서를 챙겨 넣은 뒤, 무표정한 얼굴로 손목에 찬 은색 팔찌를 눌렀다.
5분도 채 지나지 않아 머리 위에서 헬리콥터 소리가 들려왔다.
주변 행인들은 놀란 얼굴로 하늘을 올려다봤지만, 그들이 상황을 파악하기도 전에 헬리콥터와 함께 도착한 고급 세단이 거리를 포위했다.
곧이어 훈련된 경호원들이 차에서 내려 거리를 통제했고, 선두의 남자가 빠른 걸음으로 곽태양 앞까지 다가와 한쪽 무릎을 꿇고 말했다.
"저하, 저희의 불찰로 저하께서 위험에 처하셨습니다. 벌을 내려 주십시오!"
"수도로 돌아가는 전용기가 공항에서 대기 중입니다. 지금 바로 폐하께 연락 드리겠습니다."
그러자 곽태양은 손을 들어 그의 말을 가로막았다. "아니, 우선 이곳에서 지낼 수 있게, 적합한 저택부터 찾아보거라."
호위대장은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이곳에 있을 생각이십니까? 하지만 왕후와 폐하께서 저하가 돌아가셔서 왕비를 고르시길 기다리고 계십니다."
"그럴 필요 없다."
곽태양은 결혼증명서를 그에게 건넸다. "왕비는 이미 정해졌다고 전하고, 혼례를 준비하라고 전하거라."
그는 차 문을 열고 평온한 목소리로 말했지만, 누구도 반박할 수 없는 위엄이 느껴졌다. "당분간 왕비와 감정을 키울 것이다. 내가 소식을 공개하기 전까지 방해하지 말고, 외부로 소문이 새어 나가지 않게 하거라."
호위대장은 그가 차를 몰고 멀어지는 것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손에 든 결혼증명서를 보고 다리에 힘이 풀려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을 뻔했다.
'이걸 어떻게 폐하께 보고해야 할까? 왕세자가 하룻밤 사이에 혼인신고까지 해 버리다니! 강서희? A국에 강서희라는 명문가 아가씨가 있었던가? 게다가 미래의 왕비가 평범한 여자야!'
호위대장은 이마에 식은땀이 흘러내리는 것을 느끼며, 폐하께 돌아간 후 어떤 무서운 처벌을 받게 될지 예상했다.
그러나 그는 왕세자의 결정을 반박할 수 없었기에 차가 멀어지는 것을 가만히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곧이어 그는 떨리는 목소리로 명령했다. "왕세자 저하께서 머무르실 저택을 찾아보거라. 그리고 강서희라는 여자의 신분을 낱낱이 파헤쳐 폐하께 보고하거라!"
챕터 목록
총 92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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