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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연락처를 알려줄 수 있을까요
새벽이 되어서야 강한별은 성남 아파트에 도착했다.
현관에 놓인 구두 한 켤레를 보고 심진우가 돌아왔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거실에는 술 냄새가 진동했고, 심진우는 소파에 기대어 앉아 넥타이를 느슨하게 풀어헤친 채 날카로운 쇄골을 드러냈다.
그녀가 현관문을 열고 들어오는 것을 본 그는 입꼬리를 비스듬히 올리고 물었다. "오늘 내 생일인데, 어디 가서 그렇게 놀다 이제 돌아온 거야?"
그는 손을 뻗어 그녀를 품 안으로 끌어당기더니 술기운이 짙게 밴 입술로 곧장 그녀의 입술을 덮쳤다.
그의 얼굴을 본 강한별은 속이 메스꺼워 미간을 찌푸리고 피하려 했지만, 심진우가 그녀의 턱을 움켜쥐고 억지로 다시 돌려세웠다.
"매정한 계집애. 생일 축하한다는 말 한마디도 안 해주네."
그의 큰 손이 강한별의 매끄러운 허벅지를 타고 천천히 위로 더듬어 올라왔다.
"내 생일인데 오히려 내가 너한테 선물을 준비해 줘야 하나?"
심진우는 그녀의 아름다운 외모를 무척이나 마음에 들어 했다. 그렇지 않았다면 무려 6년이나 함께하지 않았을 것이다.
특히 사람의 마음을 홀리는 듯한 두 눈은 더할 나위 없이 아름다웠다.
순종적이고 부드러운 성격은 그의 마음을 만족시키기에 충분했다.
"심진우." 강한별은 어머니와 주성미를 떠올리며 그의 손길이 역겹게 느껴졌다.
"놔줘. 손이 아파."
남자는 강압적으로 그녀를 누르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달래 듯 물었다. "왜 그래? 오늘 무슨 일 있었어?"
"심진우." 그녀의 목소리가 조금 잠겨 있었다. "우리 엄마한테 맞는 신장 기증자는 대체 언제 찾을 수 있어?"
"한별아, 나도 계속 알아보고 있어. 아주머니의 상황이 복잡하다는 건 너도 잘 알잖아."
그는 낮은 목소리로 강한별을 달래며 다시 그녀의 목에 입을 맞추었다.
"내일 다시 의료진한테 협진을 부탁해 볼게."
강한별은 눈을 감은 채 마음 속으로 차갑게 비웃었다.
곧이어 그녀는 두 번째 질문을 던졌다.
"그럼 나랑 언제 결혼할 생각이야?"
그 말에 강한별의 몸을 어루만지던 남자의 손길이 잠시 멈칫했다.
"왜 갑자기 그런 걸 물어?"
심진우는 천천히 그녀의 입술을 어루만지며 마치 애완동물을 희롱하는 것 같았다.
"네가 원하는 건 뭐든지 들어줄 수 있지만, 심씨 가문의 사모님 자리는 너한테 줄 수 없어."
심진우는 잘생긴 얼굴에 날카로운 턱선과 섬세한 이목구비를 지녔고, 강아지를 바라볼 때조차 깊은 애정이 묻어나는 눈빛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의 얇은 입술에서 흘러나오는 말은 무정하기 그지없었다.
"심진우, 나랑 결혼할 수 없다면 우리 헤어져. 산월기 스튜디오와 심씨 그룹의 계약도 해지할 거야."
순간 공기가 얼어붙은 듯 무겁게 가라앉았다.
남자의 눈에 깃든 장난기가 사라지고, 그 자리를 짙은 어둠이 대신했다.
"결혼은 그저 형식일 뿐인데, 그게 너한테 그렇게 중요해? 내가 널 사랑하고, 내 곁에 여자가 너 하나뿐이면 그걸로 충분하지 않아?"
'사랑?'
그녀를 사랑한다면서 신장 기증자를 찾지 못했다고 속였고, 그녀의 어머니 목숨을 쥐고 흔들었으며, 그녀 몰래 다른 여자와 결혼하려 했다.
강한별은 기가 막혀 헛웃음이 터져 나왔다. 눈앞의 남자가 더없이 낯설고 역겨웠다.
"결혼할 수 없다면, 깨끗하게 헤어지는 게 좋겠어."
심진우는 갑자기 그녀의 어깨를 거칠게 움켜쥐고 소파 위로 짓눌렀다.
"깨끗하게 헤어지자고? 네 엄마와 스튜디오는 어떻게 할 건데? 그 뒤에 벌어질 일은 생각해 봤어?"
그는 강한별의 얼굴을 가볍게 때리며 모욕감을 안겨주었다.
"네가 명분을 원하는 건 알겠지만, 헤어지자는 말로 날 협박하지 마..."
그때 휴대폰 벨 소리가 울리더니 화면에 '주성미'라는 이름이 깜빡였다.
그는 바로 강한별을 놓아주고 전화를 받더니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알겠어. 주 아가씨. 지금 바로 갈게."
집을 나서기 전, 심진우는 무심하게 한마디를 던졌다. "서럽다고 생각들면 나가서 돈이라도 써. 난 널 달랠 시간이 없어."
곧이어 문이 '쾅' 하고 닫혔다.
강한별은 한참 동안 소파에 누워 있다가 등 뒤의 통증이 무뎌지는 것을 느끼고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찢어진 치마를 잡아당긴 그녀는 무표정한 얼굴로 욕실로 들어갔다.
차가운 물이 온몸을 흠뻑 적셨고, 거울에 비친 그녀의 얼굴은 창백했지만 눈빛만큼은 무척이나 맑았다.
몸을 깨끗이 닦은 그녀는 드레스룸으로 들어갔다.
드레스룸에는 심진우가 기분이 좋을 때마다 그녀에게 '하사'한 선물들로 가득했다. 예전에는 아까워 사용하지 못했지만, 이제는 쓸모가 생겼다.
강한별은 사진을 찍어 중고 명품 매입자에게 보냈다.
[전부 팔게요. 가격 제시해 주세요.]
그날 밤, 강한별은 아파트 안에 자신과 관련된 흔적을 모조리 지우고 경비원에게 열쇠를 건넨 후, 캐리어를 끌고 절친 진소미의 집으로 향했다.
"정말 결정했어?" 진소미는 믿을 수 없다는 듯 물었다. 강한별이 심진우를 6년 동안 사랑해 왔고, 모든 것을 바쳤다는 것을 모두가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강한별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내 생각엔 스튜디오도 심씨 그룹에서 옮기는 게 좋겠어. 헤어지려면 깨끗하게 헤어져야지. 너 대학 다닐 때, ochh를 파리 패션 위크에 선보였잖아. 그런데 왜 굳이 심진우의 밑에서 일하려고 해?"
"산월기 계약을 해지하면 위약금 100억을 물어야 해."
진소미는 순간 말문이 막혔다.
강한별은 심진우를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그가 순순히 자신을 놓아줄 리 없었다.
그녀는 주강준을 떠올리며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하지만 오래 걸리지 않을 거야."
명품 처분은 예상보다 훨씬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이틀 후, 강한별의 은행 카드에 제법 큰 금액이 입금되었다.
강한별이 주강준에게 빚진 돈은 4천만 원이지만, 그녀는 그 계좌로 우선 2천만 원만 이체했다.
남은 돈은 다른 용도로 사용할 생각이었다.
다음 날, 강한별은 일찍 일어나 화장을 했다. 파운데이션으로 다크서클을 가리고, 볼에 블러셔를 발라 자연스러운 혈색을 연출했다.
그녀는 몸에 딱 붙지 않는 베이지색 니트 원피스를 입고, 섬세한 쇄골을 드러냈다.
보온병에는 그녀가 두 시간 동안 끓인 마죽이 담겨 있었다.
병원에 도착하자 사무실 문이 살짝 열려 있는 것을 본 강한별은 조심스럽게 문을 열었다.
남자는 문을 등지고 외투를 벗고 있었다.
넓은 어깨와 등선에 햇살이 비치며 흰 셔츠 아래로 단단하고 날씬한 허리가 은은하게 드러났다.
그녀의 심장이 반 박자 멈칫하더니 머릿속에 감탄이 스쳤다. '와, 저 허리 라인 장난이 아닌데.'
주강준이 뒤를 돌아보자, 흰 가운 단추를 잠그던 손가락이 잠시 멈칫했다.
"주 선생님, 감사 인사 드리러 왔어요. 어머니 상태가 많이 좋아졌거든요. 이건 제가 직접 끓인 죽이에요."
그녀는 보온병을 내려놓고 반창고를 붙인 손가락을 만지작거리며 조심스럽게 말을 이었다.
"제가 요리를 잘 못해서, 맛이 없을지도 몰라요. 그래도 정성껏 만든 거니까 맛있게 드셔주세요."
주강준은 보온병을 흘깃 쳐다보고 천천히 시선을 위로 올려 그녀의 초췌하지만 아름다운 얼굴에 시선을 고정했다.
그는 그녀의 의도를 한눈에 알아차렸지만, 굳이 지적하지 않았다.
"환자를 치료하는 건 제 의무입니다. 강한별 씨가 굳이 이런 것까지 준비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기분이 좋은지 나쁜지 도무지 알 수 없는 담담한 말투였지만, 선을 긋는 듯한 거리감은 분명했다.
강한별은 여전히 미소를 지었다. "그냥 작은 성의에요. 선생님께 받은 도움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에요."
"그리고 이 카드..." 그녀는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지금은 2천만 원밖에 마련하지 못했어요."
그녀는 속눈썹을 가볍게 떨며 적당한 타이밍에 약한 모습을 보였다. "남은 돈은 나중에 갚아도 될까요?"
주강준은 무덤덤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강한별은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조심스럽게 물었다. "앞으로도 어머니 병 때문에 선생님께 신세를 져야 할 것 같은데, 혹시 연락처를 알려주실 수 있을까요?" 매번 병원까지 찾아오는 것도 선생님께 폐를 끼치는 것 같아서요."
사무실 안에 몇 초간 짧은 정적이 흘렀다.
강한별이 실패했다고 생각할 때, 주강준이 휴대폰을 집어 들더니 QR 코드를 화면에 띄웠다.
남자의 길고 섬세한 손가락에 손톱은 깔끔하게 다듬어져 있었고, 마디가 뚜렷한 손은 수술용 메스를 쥐기에 적합해 보였다. 영상 속 전문 손 모델보다도 훨씬 보기 좋았다.
강한별이 넋을 잃고 바라보다 그가 휴대폰을 흔들자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바로 친구 신청을 보냈다.
그녀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말했다. "그럼... 보온병은 다음에 다시 가지러 올게요."
보온병은 다음 만남을 위한 기회였다.
사무실 문이 조용히 닫혔다.
주강준은 방금 추가한 연락처를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프로필 사진은 경북대학교 교문 앞에서 찍은 셀카였다.
그는 친구 삭제 버튼 위에 손가락을 올리고 몇 분 동안이나 멈칫했다.
한참 뒤에야 그는 결국 삭제 버튼을 누르지 않은 채 화면을 꺼 버렸다.
사무실을 나선 순간, 강한별의 얼굴에 서려 있던 부드러운 미소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병원을 나서려 할 때 간호사 스테이션을 지나치자 간호사들의 수군거리는 소리가 그녀의 귀에 들려왔다.
그녀는 모퉁이에 멈춰 서서 간호사들의 대화를 엿들었다.
"주 의사님이 왜 갑자기 그 여자 환자를 도와주었는지 알아?"
"4천만 원을 아무렇지 않게 내주었다며. 눈도 깜짝하지 않고."
"왜? 대체 왜 그랬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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