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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하연주 POV:
잠이 오지 않았다. 도혁 씨가 나를 위해 마련해준 펜트하우스 스위트룸의 킹사이즈 침대에서 뒤척였다. 시트는 사포처럼 까끌거렸다. 통유리창 너머로 도시의 불빛이 스며들어 벽에 차가운 무늬를 그렸다. 모든 그림자 속에 강태오의 분노에 찬 얼굴이 어른거렸고, 멀리서 들려오는 사이렌 소리는 카리나의 비명처럼 들렸다.
새벽 3시쯤, 나는 포기했다. 가운을 걸치려는데 스위트룸 현관문 쪽에서 희미하게 ‘딸깍’하는 소리가 들렸다. 피가 차갑게 식었다. 이 건물의 보안은 철통같았다. 허가 없이는 아무도 이 층에 올라올 수 없었다.
휴대폰에 손을 뻗기도 전에 침실 문이 벌컥 열렸다. 검은 옷과 스키 마스크를 쓴 거구의 남자 두 명이 문을 가득 메웠다. 그중 한 명이 달려들어 내 입을 틀어막는 순간, 비명은 목구멍 안으로 삼켜졌다. 쉰 커피와 땀 냄새가 코를 찔렀다.
나는 저항했다. 발로 차고 몸부림치며 내 몸통을 감싼 두꺼운 팔뚝에 손톱을 박아 넣었지만, 벽돌담에 맞서는 것 같았다. 다른 남자가 덕트테이프를 꺼내 들었다. 그들은 잔인할 정도로 능숙하게 내 손목과 발목을 묶고, 입 위에 테이프를 붙였다. 검은 두건이 머리 위로 씌워지자, 숨 막히고 끔찍한 어둠 속으로 빠져들었다.
나는 감자 자루처럼 어깨에 둘러메졌다. 머리가 딱딱한 어깨뼈에 부딪히며 정신이 아득해졌다. 나는 스위트룸 밖으로, 존재조차 몰랐던 서비스 엘리베이터를 타고, 주차장으로 보이는 차가운 밤공기 속으로 옮겨졌다.
밴의 뒷문이 쾅 닫히고, 나는 딱딱하고 울퉁불퉁한 바닥 위로 내던져졌다. 차가 급하게 출발하며 내 몸이 한쪽으로 쏠렸다. 차갑고 날카로운 공포가 목을 할퀴었다. 이건 단순한 강도가 아니었다. 전문적인 납치였다.
영원처럼 느껴지는 거친 회전과 급정거 끝에 밴이 마침내 멈췄다. 뒷문이 삐걱거리며 열리고, 나는 묶인 팔을 잡혀 끌려 나왔다. 맨발이 거친 콘크리트 바닥에 쓸렸다.
나는 문 안으로 떠밀렸다. 공기는 씻지 않은 몸 냄새, 값싼 향수 냄새, 그리고 오래된 피 같은 금속성 냄새로 무겁고 탁해졌다.
거친 손길이 내 머리에서 두건을 벗겨냈다.
갑작스러운 스포트라이트의 눈부신 빛에 눈을 질끈 감았다. 거친 빛에 맞서며 억지로 눈을 떴을 때, 심장이 멎었다.
나는 무대 위에 있었다.
내 아래에는 음흉한 얼굴의 바다가 나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대부분 남자들이었다. 늙고, 부유하고, 포식자 같은. 얇은 실크 잠옷만 걸친 내 몸을 훑는 그들의 시선은 위장을 뒤틀리게 하는 탐욕으로 가득했다. 이곳은 부패의 악취가 진동하는 창고에서 열리는, 더럽고 불법적인 경매장이었다.
“놔줘!”
내 목소리는 덕트테이프에 막혀 웅얼거렸다.
“내가 누군지 몰라? 나는 하연주야!”
싸구려 정장을 입은 기름진 남자가 마이크를 들고 무대 위로 올라왔다. 그는 축축하고 덜거덕거리는 소리로 낄낄거렸다.
“하연주? 물론이지, 아가씨. 그럼 나는 대한민국 대통령이겠네.”
그가 마이크에 대고 비웃었다. 관중이 웃었다.
“자, 신사 여러분, 이 사랑스러운 상품의 경매를 시작합시다. 보시다시피 신선해요. 시작가는 1억 원으로 하겠습니다!”
혼돈이 터져 나왔다. 손들이 허공으로 솟구쳤다. 이전보다 더 높은 숫자들이 외쳐졌다.
“2억!”
“3억 5천!”
“5억!”
나는 결박에 맞서 몸부림치며 테이프 뒤에서 비명을 질렀지만, 내 애원은 광란의 입찰 속에 묻혔다. 나는 더 이상 사람이 아니었다. 쟁취해야 할 물건, 상품이었다. 가격은 무서운 속도로 치솟았다. 10억, 20억, 50억. 공포는 살아있는 존재가 되어, 내 가슴속에 갇힌 야수처럼 빠져나가려고 발버둥 쳤다.
“낙찰!”
경매인이 마침내 망치를 내리치며 외쳤다.
“뒤쪽 신사분께 100억 원에 낙찰되었습니다!”
역겨움이 파도처럼 밀려왔다. 끝났다. 나는 팔렸다.
두 명의 경비원이 내 발을 풀어 무대에서 끌어내렸다. 어두운 복도를 지나 창문 없는 작은 방으로 나를 밀어 넣었다. 문이 쾅 닫히고, 자물쇠가 귀청이 터질 듯한 마지막 소리를 내며 잠겼다.
잠시 후, 문이 다시 열렸다. 땀에 젖은 이마와 작고 돼지 같은 눈을 한 땅딸막한 남자가 안으로 들어왔다. 그는 샴페인 잔을 들고 있었다. 그가 나의 구매자였다.
“100억 원.”
그가 끈적끈적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만한 가치가 있어야 할 텐데.”
그는 한 걸음 다가와 내 몸을 훑었다.
“그래도 강태오가 거짓말은 안 했군. 정말 미인이네.”
그 이름은 물리적인 타격처럼 나를 덮쳤다. 강태오.
“방금 뭐라고 했어요?”
나는 테이프 너머로 중얼거렸다.
남자는 기괴하게 입술을 비틀며 미소 지었다. 그는 손을 뻗어 내 입에서 덕트테이프를 뜯어냈다. 나는 숨을 헐떡였다. 벗겨진 피부가 따끔거렸다.
“강태오가 안부를 전하더군.”
남자는 내 충격을 즐기며 반복했다.
“네가 교훈을 좀 얻어야 한다고 했어. 네가 그보다 잘났다고 생각한다고. 그가 널 나한테 팔았지. 뭐, 정확히는 판 게 아니라, 선물로 줬어. 과거 우리 사업 거래에 대한 선물로.”
방이 기울었다. 폐에서 공기가 빠져나갔다. 강태오. 강태오가 이 짓을 했다. 그는 나를 떠나거나 바람을 피운 게 아니었다. 이 모든 것을 조작했다. 그를 떠났다는 죄목으로 나를 늑대들에게 던져 갈기갈기 찢기게 했다. 내가 키워낸 남자, 내가 사랑했던 남자가 방금 나를 강간당하고 망가지게 하려 했다.
나의 구매자인 그 남자가 한 걸음 더 다가왔다.
“걱정 마, 잘 돌봐줄 테니. 강태오가 내가 실컷 즐기고 나면… 남은 걸 수거해 가겠다고 했거든.”
그의 손이 내 잠옷의 얇은 끈으로 향했다. 나는 차갑고 축축한 벽에 몸을 붙이며 움찔했다.
“내 몸에 손대지 마.”
내 목소리가 떨렸다.
“그가 빚진 것의 두 배를 줄게. 200억. 200억 원을 줄 수 있어. 그냥 날 보내줘.”
그가 웃었다.
“아가씨, 이제 돈 문제가 아니야.”
순수하고 희석되지 않은 공포가 내 몸의 모든 세포를 채웠다. 정신이 하얘졌다. 이게 끝이었다. 이름도, 힘도, 존엄성도 모두 빼앗긴 채, 괴물의 자비에 맡겨진 더러운 방에서.
그가 달려들었다. 그의 뚱뚱한 손가락이 내 잠옷의 실크를 움켜쥐었다. 역겨운 소리와 함께 천이 찢어졌다.
날것의 절박한 비명이 내 목에서 터져 나왔다.
그리고 그때, 나무가 쪼개지는 소리가 들렸다. 방 문이 경첩에서 떨어져 나가며 폭발적인 굉음과 함께 바닥으로 추락했다.
문틀에는, 복도의 희미한 빛을 등지고 강태오가 서 있었다. 그리고 그의 팔에 매달려, 크고 거짓되게 순진한 눈으로 방 안을 들여다보는 카리나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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챕터 목록
총 13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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