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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결혼해요, 지금 당장

고층 빌딩 꼭대기, 도시가 내려다보이는 통유리창 옆에 한 남자가 한 손을 주머니에 넣은 채 서 있었다. 뒷모습만으로도 그 존재감이 대단한 사내였다.

"사장님." 남자의 비서인 차민규가 문을 두드리며 들어왔다. "어제 만났다는 여자에 대해 좀 알아봤는데요. 꽤 흥미로운 게 있더군요."

우아하게 몸을 돌리는 최한결의 얼굴에 은은하게 아침 햇살이 드리웠다.

차민규는 그에게 태블릿 PC를 건네며 말했다. "남편감을 찾는다는 게시글을 올렸더군요."

"남편?"

최한결은 게시물을 살펴보며 눈을 가늘게 떴다. "심신이 건강하고 최대한 결혼을 빨리 하고 싶은 남자라면 연락 주세요."

자신이 책임지겠다고 했음에도 이런 게시물을 올렸다는 게 괜히 자존심도 상하고 분했다.

한편 나은별은 반나절도 채 안되어 50명이 넘는 남자들과 대화를 나누었다.

그리고 그 중 괜찮은 후보를 몇 명 추렸다. 하지만 만나기로 한 카페에 나온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남자들 모두 약속을 어긴 것이었다.

"아이러니하지 않나요?"

그때 그녀 뒤에서 섹시한 저음이 들려왔다.

어젯밤 그 남자였다. 한 손은 주머니에 넣은 채 약간의 건방진 자세로 그녀에게 다가왔다.

"혼자 왔어요? 합석해도 되죠?"

얼마 전 있었던 일에 얼굴이 화끈거려 그녀는 재빨리 거절했다. "죄송하지만 일행이 있어서요."

하지만 최한결은 그녀의 말을 무시한 채 맞은편에 앉았다. "남편감을 찾고 있다면서요?"

그녀의 눈이 가늘어졌다. "어떻게 알았어요?"

"우리 사이에 있었던 일을 생각하면 처음 보는 사람보단 내가 낫지 않겠어요? 날 남편감으로 고려해 보면 어때요?"

이상하리만치 침착한 그의 모습에 나은별은 약속을 어긴 남자들을 떠올렸다.

그리고는 눈을 가늘게 뜨며 물었다. "혹시 나세진이 시켰어요?"

최한결은 어리둥절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나세진? 그 사람은 누군데요?"

"시치미 떼지 마요! 전부 다 알고 있으니까요. 어젯밤 그 여자가 나랑 자라고 시켰죠? 대체 얼마 받고 이러는 거예요?"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해 결혼을 이용하다니 믿을 수 없었다.

자신을 벌레 보는 듯 하는 그녀의 태도에 최한결도 조금 짜증이 났다. "날 대체 뭘로 보는 겁니까?"

"사기꾼." 나은별은 테이블 위에 돈을 올려 놓으며 가소롭다는 듯 미소를 지었다. "이걸로 커피값은 대신 하죠. 나세진한테 다시는 속지 않을 거라고 전해줘요."

그녀는 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카페를 나서려 했지만, 최한결이 갑자기 손목을 낚아채는 바람에 그럴 수 없었다.

우습게도 이번에는 그의 무릎에 앉은 꼴이 되어 버렸다.

가느다란 그녀의 허리를 꽉 잡고 놔주지 않았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당혹감을 느낀 나은별은 그를 있는 힘껏 밀어내며 외쳤다. "대체 뭐 하는 거예요? 당장 놔줘요!"

"내가 왜 그래야 하죠? 내가 왜 사기꾼이라는 건지 설명해요." 재미있다는 듯 그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나은별이 몸부림칠수록 그녀를 껴안은 최한결의 팔에 힘이 더 들어갔다.

저도 모르게 일어난 남자의 신체 변화를 눈치챈 나은별은 더 이상 몸을 움직이지 않았다. 대신 그를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 "돈 받고 나의 첫경험을 뺏는 것도 모자라 촬영하려고 했잖아요. 멀쩡한 사람이 어떻게 그런 짓을 하겠어요?"

"그날 밤 나랑 있었던 게 다행인 줄 알아요."

"그게 무슨 말이에요?" 여전히 의심이 가득한 눈빛으로 그녀가 물었다.

"호텔 CCTV 다 돌려봤어요. 그 쪽이 약에 취해서 비틀거리는데 주변에 어떤 남자가 카메라를 들고 숨어 있던데요. 아마 당신이 말한 그 남자겠죠. 우연히 내가 도와준 꼴이 되었네요."

그녀는 당황스러웠다. "그걸 내가 어떻게 믿어요?"

최한결은 휴대폰을 테이블에 내려놓으며 말했다.

"못 믿겠으면 직접 봐요. 영상을 가져왔으니까."

나은별은 한동안 아무 말 하지 않다가 결국 휴대폰을 집어 들었다. 호텔 복도의 CCTV 영상이 담겨 있었고, 재생 버튼을 눌렀다.

카메라를 들고 서 있는 중년 남성이 자신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

남자는 그녀가 우연히 최한결과 같은 객실에 들어가는 모습을 보고 나서야 발걸음을 옮겼다.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약을 먹여 취하게 한 것도 모자라 사람을 시켜 이런 일을 꾸몄다니!

실제로 범인한테 붙잡히기라도 했으면 어떤 일이 생겼을지 상상만 해도 끔찍했다.

"그럼 대체 왜 호텔에 있었던 거예요? 그 날은 변씨 집안 행사가 있던 날이라 초대장이 있는 사람만 들어갈 수 있었단 말이에요."

우연의 일치인지 최한결은 가끔 쉬고 싶을 때 호텔 루프탑을 예약해 개인 시간을 보내고는 했다. 그날 밤 호텔 근처에서 거하게 걸친 그는 잠시 쉬러 그곳에 들렸을 뿐이었다. 그렇게 두 사람이 만나게 된 것이었다.

잠시 생각한 뒤 나은별이 먼저 물었다. "혹시 누구한테 고용됐던 건 아니죠?"

그녀는 돈 많고 유명한 사람들의 유흥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부유한 중년 여성들이 객실에서 매력적인 젊은 남성들과 은밀한 만남을 가진다는 건 드문 일도 아니었다.

최한결의 외모와 몸매로 미루어보건대 아주 말이 안 되는 것도 아니었다.

그녀의 터무니없는 추측에 그는 하도 웃는 바람에 관자놀이에 핏줄이 설 지경이었다. "상상력이 풍부하시네요!"

대체 무슨 뜻이지?

그를 똑바로 바라보던 나은별은 단호하게 말했다. "어쨌든 나랑 상관 없는 일이에요. 나세진이 시킨 것만 아니라면 남편감으로 고려해 볼 수도 있죠. 따라와요."

그녀의 갑작스러운 태도 변화에 최한결은 호기심을 느꼈다. "어디 가게요?"

"나랑 결혼하고 싶다면서요. 결혼해요, 우리. 지금 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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챕터 목록

총 305장

  1. 1장제1화 낯선 남자와의 하룻밤
  2. 2장제2화 구혼 광고
  3. 3장제3화 결혼해요, 지금 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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