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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특별한 의미 (제2부분)
고은채의 손끝이 심하게 떨려왔다.
배승준의 사인이 담긴 초안을 바라보던 그녀는 이 상황이 너무 아이러니했다.
배승준이 다른 여자와 결혼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 그녀가 이 초안을 지키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알겠어요." 그녀는 입술을 꼭 깨물고 말했다. "민아씨, 방미나 씨 사이즈를 재드려."
방미나를 배웅해 밖으로 나왔을 때, 눈에 익은 검은색 롤스로이스가 길가에 멈춰 섰다.
배승준의 차를 알아 본 고은채는 심장이 조여 들었다. 그녀는 시선을 옆으로 돌렸다.
배승준을 마주할 용기가 없었던 것이다.
빠르게 멀어지는 차를 바라보는 고은채는 온몸의 힘이 전부 빠져나가는 것 같았다.
늦은 밤, 배승준이 저택 대문을 열고 들어섰다.
그를 맞이 한 것은 따뜻한 불빛과 부드러운 얼굴이 아니라 죽은 듯한 고요함이었다.
그는 습관적으로 현관으로 향했다. 하지만 고은채의 슬리퍼가 보이지 않았다.
침실 문을 열자 드레스룸이 반쯤 비어 있었다. 그녀의 흔적은 깨끗하게 치워져 있었고, 고은채는 마치 한 번도 존재하지 않았던 환상처럼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가슴 깊숙한 곳에서부터 치밀어 오르는 짜증을 억누르지 못한 배승준은 휴대폰을 꺼내 익숙한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죄송합니다. 고객님께서 전화를 받을 수 없습니다..."
차단당한게 틀림 없었다.
그는 냉소하며 어제 고은채가 했던 말을 떠올렸다. "난 당신과 몸을 섞는 와중에도 남자만 생각했어."
'하, 아주 좋아. 고은채, 너 정말 대단한 여자야.'
그때, 문밖에서 엔진 소리가 들려왔다. 이어 배승준의 어머니, 이은정이 하이힐을 또각거리며 들어왔다.
그녀는 주위를 둘러보더니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아주 깨끗하게 정리했네. 그 여우 같은 년이 그래도 눈치는 있나 보네. 승준아, 여기를 다시 인테리어 해서 너와 미나의 신혼 집으로 써."
배승준은 넥타이를 느슨하게 풀고는 어둡게 가라앉은 얼굴로 말했다. "여기는 안 돼요. 다른 집으로 알아보세요."
"아직도 걔한테 미련이 남은 거니?" 이은정의 목소리가 엄숙하게 가라앉았다. "우리 배씨 가문을 도울 수 있는 건 방씨 가문 밖에 없어. 네 아버지는 이미 사생아를 집에 데려올 생각까지 하고 있어. 만약 네가 미나와 결혼하지 않으면, 그 잡놈에게 배씨 가문의 주식을 빼앗길 거라고! 고작 장난감에 불과한 여자 때문에 네 앞길을 망칠 생각이야?"
어두운 그림자 아래에 서있던 배승준은 한참이 지나서야 자조적으로 웃었다.
그는 갑자기 침대 위에서 교성을 흘리던 고은채의 모습이 떠올랐고 진지한 얼굴로 디자인 초안을 그리던 그녀의 옆모습이 떠올랐다. 그 순간, 그의 가슴 깊숙한 곳에서부터 짜증이 치밀어 올랐다.
그러나 절대적인 이익 앞에서, 그 모든 것은 깃털처럼 가벼울 뿐이다.
"어머니, 너무 앞서가시는 것 같네요." 배승준이 돌아서더니 평소대로 고귀하고 차가운 말투로 말했다. "고은채는 그저 저의 욕구를 해소해 주는 장난감에 불과해요. 저는 한번도 그 여자를 눈여겨본 적도 없어요. 결혼식은 예정대로 진행할 테니, 어머니는 참석만 하시면 돼요."
챕터 목록
총 189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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