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29914/coverbig.jpg)
/0/56913/coverbig.jpg)
제2화 맞선 후 바로 임신 (제2부분)
방금 전까지 그의 품에 안겨 야한 신음 소리를 내던 한세희의 모습을 떠올린 강지한은 이유 모를 짜증과 답답함이 가슴 깊숙한 곳에서 치밀어 오르는 것을 느꼈다.
다음 날 아침 9시, 카페.
이번 맞선이 첫 맞선은 아니었지만, 한세희가 이토록 진지한 태도로 임하는 건 처음이었다.
그녀의 맞은편에 앉은 남자는 36살의 나이에 평범한 생김새에 이제 막 귀국하여 지금은 모 전자 회사의 수석 엔지니어로 근무하고 있다고 했다.
직업상 그는 말수가 적고 내성적인 성격이라고 했다.
그런 이유 때문인지, 두 사람이 만나서부터 지금까지 한세희가 대화의 주도권을 장악하고 있었다.
한세희는 그녀의 어머니인 유미원의 요구대로 예단과 예물을 비롯해, 신혼 집과 자동차를 요구했고 남자는 그녀의 요구를 모두 만족시켜 줄 수 있다고 대답했다.
더 이상 거절할 이유를 찾지 못한 한세희는 마음이 공허해지며 심장이 뻐근해지는 것을 느꼈다.
아침 일찍 집을 나설 때, 유미원이 자상하고도 상냥한 모습으로 그녀를 배웅해 주던 모습을 떠올렸다. 그녀의 어머니는 이제 초등학교 5학년 남동생의 등교 준비를 도와주면서 한세희에게 맞선에서 주의해야 할 말과 반드시 제기해야 할 요구를 상기시켜 주며 결혼의 좋은 점에 대하여 강조하고 또 강조했다.
무엇보다도 한세희에게 예단 예물을 더 많이 요구하도록 지시했고, 남동생의 대학 등록금과 앞으로 자신의 노후자금까지 요구하며 잔소리를 늘어놓았다.
그 생각에 한세희의 입 꼬리가 비스듬히 올라가며 쓴웃음을 지었다. 그녀의 어머니 유미원은 6번의 결혼을 모두 실패했다는 사실을 까맣게 잊어버린 것 같았다.
2년 전, 유미원은 갑자기 10살 남짓한 남자아이의 손을 잡고 나타나 그녀의 할머니가 유일하게 남겨둔 낡은 집 앞에서 통곡하며 10년 동안 연락 한 번 하지 않은 딸에게 남자아이를 키우라고 강요했다.
한세희는 가끔 이런 생각을 한다. 만약, 유미원이 어떻게 생겼는지 기억하지 못한다면 그녀를 어머니로 인정하지 않아도 될까?
하지만 현실은 늘 생각대로 흘러가지 않았고 아름다운 미래를 그리는 그녀의 발칙한 상상까지 박탈했다. 흙 수저를 물고 태어난 그녀가 다이아몬드 수저를 물고 태어난 강지한의 곁에 서겠다는 욕심도 함께 말이다.
이때, 한세희는 갑자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는 이정태의 움직임 소리에 번쩍 정신이 들었다. 이정태는 그녀의 뒤에 있는 누군가를 발견하고 공손한 자세를 취하며 허리까지 숙여가며 인사를 건네는 것이었다. "강 대표님. 우연히 만나니 더 반가운 것 같습니다."
그녀의 바로 뒤에서 풍겨오는 익숙한 향수 냄새가 그녀를 덮쳤고, 한세희는 긴장한 듯 상체를 꼿꼿이 세웠다. 고개를 들자 블랙홀이라도 숨겨 놓은 것 같은 어두운 눈동자가 그녀를 주시하고 있었고 긴장감에 당장이라도 심장이 입 밖에 튀어나올 것 같았다.
강지한이 왜 이 시간에 이곳에 있는 걸까?
카페에서 판매하는 커피는 입에 대지도 않아 강지한이 마시는 모든 커피는 다 한세희가 직접 만든 것이다.
"네, 안녕하세요." 한세희에게서 시선을 거두어들인 강지한은 이정태를 향해 작게 고개를 끄덕인 다음 카운터로 향했다.
강지한은 이정태가 누구인지 전혀 모르는 눈치였지만, 이정태는 강지한이 자기 인사를 받아줬다는 사실에 만족하고 있었다.
곧바로 이정태는 강지한이 해외에서 유학 기간 동안 출간했던 논문에 대해 극찬했다. 이정태가 강지한에 대한 존경심은 하늘로 치솟을 것 같았고, 들으면 들을수록 한세희는 수치심이 들었다. 강지한이 이정태가 하는 말을 듣지 않길 바라며 카운터 방향을 돌아보자 다행히도 강지한은 통화 중이었다.
"그래." 강지한은 평소답지 않게 부드러운 목소리로 통화를 하고 있었다. "너만 좋으면 돼. 이따 봐."
통화를 마친 그는 코코넛 밀크를 포장하고 카페를 빠져나갔다. 코코넛 밀크를 마시는 사람들은 주로 여자 고객으로 강지한은 약혼자를 위해 직접 카페까지 온 것이다.
가슴이 아려오는 느낌에 한세희는 더 이상 이정태가 하는 말에 집중할 수 없었다.
맞선이 끝날 무렵, 한세희는 다음을 기약하는 이정태의 말에 적지 않게 놀랐다. 그렇게 두 사람은 한 번 더 만나보기로 결정했다.
그러던 중, 이정태가 갑자기 전화를 받더니 회사에 급한 일이 생겨 지금 당장 돌아가 봐야 한다고 했다. 이정태는 한세희에게 연신 사과를 건네고 다음에 만날 약속까지 미리 잡은 후 카페를 나섰다.
잠시 후, 카페를 나선 한세희도 택시에 올라타고 집으로 향할 준비를 했다. 아침을 먹지 않은 원인일까, 아니면 빈속에 커피를 너무 많이 마신 탓일까. 한세희는 차에 오르자마자 속이 메슥거리기 시작했고 참으려고 애를 썼지만, 결국 실패하고 말았다.
"기사님, 차 좀 세워주세요..."
말을 마치기도 전에 헛구역질이 먼저 나오자 차에 마련되어 있는 쓰레기봉투를 집어 머리를 숙였다.
길가에 차를 세운 택시 기사님은 자두 한 봉지를 건네며 말했다. "금방 임신하면 다들 그래요. 우리 아내도 아가씨랑 증상이 똑같았어요. 신맛이 강하게 나는 과일을 먹으면 조금 괜찮아질 수도 있어요. 첫 4개월 동안은 이렇게 힘들 거예요. 그 시기만 지나면 잠도 잘 자고 밥도 예전처럼 먹을 수 있을 거예요."
택시 기사님의 말을 듣고 나서야 생리 주기를 계산하던 한세희는 깜짝 놀랐다. 생리 예정일이 이미 일주일이나 지난 상황이었다.
아니야, 그럴 리 없어... 약을 빠짐없이 잘 챙겨 먹었는데...
갑자기 썰물처럼 밀려오는 기억에 그녀는 다시 자리에 얼어붙고 말았다.
정확히 3주일 전, 클라이언트와 미팅이 있던 강지한은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차 안에서 피임도 하지 않은 채 그녀와 두 차례 관계를 가졌다.
다음 날, 아침 일찍 약국에 들러 피임약을 사려 했으나 유미원이 도박 혐의로 체포되었다는 전화를 받고 너무 화가 치밀었던 나머지 피임약을 까맣게 잊고 있었던 것이다. 다시 기억났을 땐, 이미 약을 복용해야 하는 기한이 훌쩍 지나버린 후였다.
한세희는 가만히 손을 올려 복부를 쓰다듬었다.
맞선을 보자마자 다른 남자의 아이를 임신했다는 사실을 알게 될 확률은 얼마나 될까?
챕터 목록
총 244장
/0/97837/coverbig.jpg)
/0/97809/coverbig.jpg)
/1/105798/coverbig.jpg)
/0/97794/coverbig.jpg)
/1/108470/coverbig.jpg)
/1/129328/coverbig.jpg)
/1/129330/coverbig.jpg)
/1/131294/coverbig.jpg)
/1/131303/coverbig.jpg)
/1/131304/coverbig.jpg)
/1/131302/coverbig.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