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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유진은 내게 차를 뿌리지 않았다. 그녀는 그러기엔 너무 영리했다. 대신, 그녀는 우리 사이의 바닥에 컵을 세게 내동댕이쳤다. 도자기는 뼈가 부러지는 듯한 날카로운 소리를 내며 대리석에 부딪혔고, 뾰족한 파편으로 산산조각 났다. 그러고는 물 흐르듯 자연스러운 동작으로 몸을 던져, 파편들 사이로 두 손과 무릎을 짚고 바닥에 엎드렸다. "아악!" 그녀가 비명을 질렀다. 그녀는 자신의 손을 움켜쥐고, 손바닥에 난 아주 작은 상처를 쥐어짜 극적인 핏방울 하나를 억지로 표면으로 밀어냈다. 회의실의 무거운 참나무 문이 벌컥 열렸다. 차태현이 걸어 나왔다. 거구인 그는 대부분의 가정이 10년 동안 버는 돈보다 더 비쌀 법한 맞춤형 검은색 정장을 입고 있었다. 그의 검은 머리는 뒤로 말끔하게 넘겨져 엄격하고 날카로웠으며, 화강암을 깎아 만든 듯한 얼굴을 드러냈다. 그의 눈동자는 모든 빛을 흡수하고 아무것도 반사하지 않는 흑요석 조각처럼 까맸다. 그는 순식간에 상황을 파악했다. 깨진 컵. 소파에 앉아 정적 그 자체인 나. 그리고 바닥에 꾸며낸 고통의 그림처럼 엎드려 있는 유진. "태현 씨!" 그녀가 울부짖었다. 태현은 내게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그는 긴 다리로 두 걸음 만에 방을 가로질러 유진에게 달려갔다. 사람들이 사신이라 부르는 이 남자는 지금 놀랍도록 다정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어디 봐요." 그가 중얼거렸다. 그는 그녀의 손을 잡았다. 그건 긁힌 상처였다. 종이에 베인 정도의 상처. 하지만 그는 그것을 총상처럼 대했다. "누가 이러셨어요?" 그가 으르렁거렸다. 그는 황지훈을 쳐다보았다. 황지훈은 얼굴이 하얗게 질린 채 입을 열었다. "제가 그랬어요." 나는 차갑게 말했다. 태현은 천천히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보았다. 그는 폭발하지 않았다. 대신, 신발 밑창에 붙은 오물을 볼 때나 지을 법한 차갑고 평가하는 듯한 시선으로 나를 응시했다. 그 안에는 분노의 불꽃은 없었고, 오직 무겁고 숨 막히는 혐오감만이 있을 뿐이었다. "당신이 이 사람한테 컵을 던지셨어요?" 그가 물었다. 그의 목소리는 너무 낮아서 공기의 진동에 가까울 정도였다. "네." 내가 말했다. 왜 변명하겠는가? 난 상관없었다. 유진은 태현의 가슴에 얼굴을 묻었다. "저 사람이 절 창녀라고 불렀어요, 태현 씨! 제가 쓰레기라고 하셨다고요!" 태현은 유진을 끌어당기며 일어섰다. 그는 보호하고 소유하려는 듯 그녀의 허리에 팔을 감았다. "울지 마세요, 베이비." 그는 키스로 그녀의 눈물을 닦아주었다. 나는 생각했다. 어쩌면 그녀는 정말 태현에게 특별한 존재일지도 모른다고. 3개월 동안 그는 그녀를 바꾸지 않았다. 그의 가장 오래된 정부였다. 나는 눈을 내리깔고, 그들의 친밀한 모습을 보지 않았다. "제 용돈 받으러 왔어요, 태현 씨." 내가 말했다. 그가 웃었다. "당연하죠." 그가 말했다. "탐욕이라. 상어가 피 냄새를 맡듯 돈 냄새를 맡으시네요." 꽃뱀. 그가 하고 싶은 말은 그거였다. "천만 원이 필요해요." 내가 말했다. 천만 원. 그 돈이면 나를 끝까지 데려다주고, 부드럽게 무(無)로 떠내려가게 해줄 충분한 모르핀을 살 수 있었다. 태현이 비웃었다. "천만 원이요?" 그가 따라 말했다. "뭐에 쓰시려고요? 그 뼈다귀들을 숨기실 새 코트라도 사시게요?" "생활비예요." 내가 말했다. 그는 재킷 주머니에 손을 넣어 수표책을 꺼냈다. 그는 수표에 무언가를 휘갈겨 썼다. 그러고는 그것을 뜯어냈다. 하지만 그는 그것을 내게 건네지 않았다. 대신 유진에게 내밀었다. "여기 있어요, 카라." 그가 그녀에게 말했다. "가서 이 고통을 보상할 만한 좋은 거라도 사세요." 4천만 원짜리 수표였다. 유진은 돈을 받았고, 그녀의 눈물은 순식간에 말랐다. 그녀는 나를 보며 비웃었다. 태현이 다시 나를 돌아보았다. "돈을 원하세요, 지아 씨?" 그가 물었다. "네." 내가 속삭였다. "그럼 이 사람한테 사과하세요." 그가 자신의 정부를 가리키며 말했다. "그 고귀한 태생의 고개를 숙이시고 미안하다고 하세요. 그럼 집에 가실 택시비 정도는 드릴지도 모르죠." 나는 그를 바라보았다. 내가 구했던 남자를 바라보았다. 지키기 위해 내 영혼마저 파괴했던 그 남자를. 그는 내 존엄성을 현금과 맞바꾸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을 즐기고 있었다. 날카롭고 전기에 감전된 듯한 고통의 기류가 내 몸을 관통했다. 내게는 자존심을 세울 시간이 없었다. 하지만 내게도 한계는 있었다. 나는 태현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았다. "그럼 마음대로 하세요, 태현 씨." 내가 말했다. 나는 사과하지 않았다. 나는 돌아섰다. "기다리세요!" 그가 짖어대듯 말했다. 나는 멈추지 않았다. 내 등 뒤로 그의 시선이 느껴졌다. 양 어깨뼈 사이로 타는 듯한 묵직함이 생생하게 전해졌다. 나는 문득 궁금해졌다. 만약 언젠가 태현이 이 돈이 나를 더 오래 살게 하고, 고통을 덜 겪게 해줄 수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그때 그는 어떤 기분을 느낄까?
챕터 목록
총 15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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