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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신혼부부
결국 두 사람은 30분 만에 혼인 신고를 마쳤다.
"이제 만족하세요?" 한도겸은 우울한 목소리로 장미선에게 물었다. 누가 봐도 불만족스러운 사람의 모습이었다.
장미선은 화를 내며 손자를 노려보았다. "네가 이렇게 좋은 여자랑 결혼한 건 행운인 줄 알아라!"
그제서야 소예림은 현실을 맞닥뜨렸다. 그녀는 고개를 들고 남편을 자세히 살펴보았다.
검은 정장을 갖춰 입은 그는 똑똑하고 잘나 보였다. 남자다운 인상에 부담스럽지 않은 이목구비가 조화로웠다. 키도 거의 190은 되는 듯했다. 큰 키와 몸집에서 오는 위압감이 있었다.
그때였다. 한도겸이 그녀의 시선을 느꼈는지 갑자기 돌아서서 소예림과 시선을 마주했다.
눈이 마주친 순간 그녀는 당황해 하며 시선을 돌렸다.
두 사람의 미묘한 신경전에 장미선은 이번 결혼에 대해 아주 만족스러웠다.
두 사람을 제대로 소개하려는 순간, 소예림의 전화가 울렸다.
할머니의 전화였다. 그녀의 얼굴이 굳어졌다. 그녀는 잠시 자리를 이동해 재빨리 전화를 받아 들었다.
"너 대체 어디야? 네가 뭐라도 되는 줄 아는 모양이지? 어떻게 아무 말 없이 외박을 해! 지금 당장 집으로 와!"
수화기 너머로 할머니 조순자의 씩씩대는 소리가 다 들릴 지경이었다. 하지만 조순자는 소예림이 뭔가 설명하기도 전에 전화를 끊었다.
소예림은 통화 종료음을 들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휴대폰을 주머니에 넣고 다시 두 사람에게로 돌아갔다. 그녀는 미안하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할머니, 집에 급한 일이 생겨서 먼저 가봐야겠어요."
"그러렴. 도와줄 거 있으면 도겸이한테 연락하고."
장미선은 그녀를 붙잡는 대신 두 사람이 번호를 교환할 수 있도록 했다.
거듭 사과한 뒤 그녀는 택시를 불러 탔다.
한도겸은 택시가 떠나자마자 경멸이 섞인 어조로 말했다.
"할머니, 대체 뭐 하시는 거예요? 아무 여자하고나 결혼 시키다니, 이게 말이 돼요? 이상한 사람이면 어쩌려고 그래요?"
장미선은 못마땅하다는 듯이 혀를 찼다. "이상한 애가 아니야. 옛날에 자원봉사자로 일했던 고아원에서부터 알고 지냈단다. 어렸을 때부터 똑똑하고 착했지. 그 모습 그대로 큰 것 같더구나. 훌륭한 아내감인 데다 너도 조만간 좋아하게 될 거야."
"말도 안돼요." 그는 비웃었다. "결혼 생활은 딱 1년만 할게요. 그때까지 서로 마음이 없으면 이혼할거예요."
장미선은 눈을 굴리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녀는 손자의 말을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이 옳은 결정을 내렸다고 확신했다. "좋아. 하지만 올해는 예림이와 같이 살아야 해."
굳어진 표정의 한도겸의 두 눈에는 불만이 가득했다.
바로 그때 장미선은 문득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그녀는 미간 사이를 손가락으로 비비며 말했다. "참, 나이가 드니 깜박깜박하는구나. 예림이를 집에 바래다줬어야 했는데. 누군지 몰라도 전화를 받고 와서 기분이 꽤 안 좋아 보이던데. 혹시 모르니 예림이 집에 한 번 가봐."
그는 원치 않았지만 고집 불통 할머니를 꺾을 재간이 없었다. 결국 혼인신고서에 적어두었던 그녀의 집 주소를 찾아갈 수밖에 없었다.
소예림이 거실 안으로 발을 디디자마자 컵이 날아왔다.
깜짝 놀랐지만 제때에 고개를 숙여 다치는 건 피할 수 있었다.
"이 배은망덕한 자식! 당장 무릎 꿇어!"
거실 소파 중앙에 앉은 할머니가 잔뜩 성이 나 그녀를 노려보았다.
그녀 옆에는 금테 안경을 쓴 키가 크고 마른 남자가 앉아 있었다. 어제 사촌과 바람을 피우다 걸린 전 남자친구 김동민이었다.
그제서야 소예림은 왜 그렇게 할머니가 화를 내는지 깨달았다.
"전 아무 잘못도 없어요. 왜 저한테 그러세요?" 그녀는 거실로 성큼성큼 걸어가서 두 사람을 침착하게 바라보았다.
"할머님, 예림이 옷 좀 보세요. 밤새 밖에 있었나 봐요. 어휴, 술 냄새! 대체 어떤 놈이랑 있었던 거야? 하긴 이제 할머니 말도 듣지도 않겠네요." 김동민은 뻔뻔스럽게도 아무렇지 않게 할머니에게 그녀를 험담했다.
하지만 이미 상황을 단단히 오해하고 있는 할머니를 막을 길은 없었다.
"대체 고아원에서 뭘 배워먹은 거냐? 지 아비를 똑 닮아서 말도 더럽게 안 듣지. 어디 가서 내 손녀라고 하지 마!"
챕터 목록
총 222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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