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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이혼하자

윤우희는 남편의 차가운 시선과 마주치자 정신이 확 들었다.

그는 늘 그랬듯 낯선 사람을 바라보는 것처럼 차갑고 무관심한 표정으로 그녀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유일하게 눈에 띄는 것이 있다면, 부어 오른 그의 입술이었다.

다른 여자와 그렇게 격하게 입을 맞춘 건가?

속이 메슥거렸다. 그녀는 한숨을 내쉬며 통화를 끊었다. "아무것도 아니에요."

그녀는 말을 마치고 안으로 들어갔다.

구인준은 눈살을 찌푸리며 손을 뻗어 그녀의 손목을 붙잡았다. "윤우희, 무슨 태도가 그래?"

그가 불만스럽게 말했다. 평소 집에 잘 들어 오지 않던 그가 오늘은 모처럼 집에 들어온 것이다.

평소였다면 윤우희는 피곤한 얼굴에 기쁜 미소를 띠며 두 팔 벌려 그를 맞았을 것이다. 하지만 오늘 그녀는 지치고 공허해 보였다.

그녀는 아무 저항 없이 차분한 표정으로 그와 눈을 마주쳤다. "난 항상 이랬는데요. 순종적이고 현명한 아내로서 당신이 회사에서 돌아오면 편안히 쉴 수 있도록 집안을 깔끔히 정돈해놓는 아내 말이에요."

그녀의 얼굴에 쓸쓸한 미소가 번졌다. "당신도 내가 이러는 걸 좋아하잖아요? 당신이 애인과 밖에서 뜨거운 시간을 보내기에도 더 편할 테니까요."

구인준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이런 일은 감추기도 어려우니 그는 감출 생각도 없었다. 그는 그녀의 손을 놓고 말했다. "그래서 온 거야. 할 얘기가 있어."

윤우희는 그의 손이 닿았던 손목을 세게 문질렀다. 미련이 아니라 더러운 무언가를 닦아내듯.

"드디어 그 여자와의 관계를 공개하는 건가요?"

구인준의 표정이 순식간에 일그러졌다. "당신이 어떻게 안 거야? 뒷조사라도 했어?"

긴장해 하는 그의 목소리에 윤우희는 실소를 터뜨렸다. "뒷조사 같은 게 필요나 할까요? 어젯밤에 그 여자한테 20억이나 썼잖아요. 눈이 멀지 않은 이상 다 보이겠죠?"

그는 그녀의 차가운 말투에 당황해서 그녀를 쳐다봤다.

목소리와 외모 모두 윤우희가 맞았지만, 어딘가 달랐다. 그는 그녀의 말 속의 가시를 분명히 느꼈다.

하얗고 수수한, 다듬어지지 않은 얼굴은 한층 더 아름다워졌지만, 유리알 같은 눈동자엔 아무 감정도 담겨있지 않았다.

분노도, 고통도... 아무것도 담기지 않은 눈이었다. 자신이 전부인 듯 바라보던 그녀였는데, 완전히 달라 보였다.

이런 그녀의 모습이 그는 왠지 모르게 불만스러웠다. 자신의 그런 반응에 짜증이 난 구인준은 오히려 더 큰 소리를 쳐댔다. "그 사람, 임신했어. 아직 위험한 단계라 기분을 풀어주기 위해 작은 선물을 산 것 뿐이야."

그 말에 윤우희는 주먹을 꽉 말아 쥐었다.

임신을 했다고?

그러니까 윤우희가 그가 집에 돌아오기만을 손꼽아 기다리며 밤을 새우는 동안, 그는 다른 여자와 정을 나누고 있었던 것이다.

얼굴이 새하얗게 질린 윤우희에 구인준은 일종의 만족감을 느꼈다. "당신과 자고 싶지 않은 건 아니야." 그가 거만하게 말했다. "당신은 그냥... 재미가 없어. 그냥 아무 맛 없는 생수 같아. 그런 여자를 좋아하는 남자는 아무도 없을 걸."

그의 잔인한 말이 날카로운 칼날이 되어 날아와 윤우희의 몸을 꿰뚫었지만, 그녀는 아무렇지 않은 척 평정심을 유지하려 애썼다.

윤우희가 부부관계를 거부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먼저 요구한 적이 없을 뿐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매력 없는 여자 취급하는 건 너무 심한 거 아닌가? 충분히 매력적이지 않은 게 그녀의 잘못은 아니지 않는가?

윤우희는 느린 속도로 차분하게 숨을 들이쉬며 침착함을 유지하려고 애썼다.

"좋아요." 그녀가 조용히 대답했다. "그럼 이혼하죠. 그 여자가 원하는 자리를 줘요."

이혼이라는 말에 구인준의 눈꺼풀이 움찔했다.

그는 눈을 가늘게 뜨고 의심스러운 표정으로 비웃었다. "또 수작 부리는 거야?"

자신이 옳다고 확신한 그는 점점 더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윤우희, 당신은 내 관심을 받으려고 온갖 유치한 짓은 다 했어. 지치지도 않아? 난 지치는데."

그는 윤우희가 너무 우스웠다. "나를 그렇게 사랑한다면서 정말로 나를 떠나갈 수 있겠어?"

그 말에 윤우희는 씁쓸한 웃음이 터져 나왔다.

사랑? 저 남자가 사랑이 뭔지는 알까?

구인준의 사업이 망해 그에게 남은 거라고는 산산이 조각난 꿈과 빚 뿐이었을 때, 윤우희는 자신이 모은 돈을 모두 바쳐 그를 도왔었다.

그래서 그는 고맙다는 이유로, 아니 의무감으로 그녀와 결혼했다.

2년 동안 그녀는 남편이 성공을 향해 나아갈 수 있도록 내조하는 충실한 아내 역할을 했다.

그래서 얻은 게 뭐지? 다른 여자가 그의 아이를 배고 있는 동안 그녀는 쓸모 없는 유물처럼 내쳐졌다.

그를 향한 그녀의 사랑과 헌신은 그의 발 아래 땅에 묻혀버리고 말았다. 그런 수모를 당하고도 이 남자를 계속해서 사랑한다면 자신을 깎아 내리는 일이 아닌가?

윤우희는 침착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혼 서류를 준비해 와요. 어떤 조건을 가져와도 동의해주죠."

그녀는 자신의 방 안으로 들어갔고, 구인준은 복도에 홀로 남겨졌다.

그는 잠시 분노한 얼굴로 그녀가 들어간 문을 노려봤지만, 곧 차가운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래, 한 번 버텨 봐.

언제까지 버틸 수 있나 보자고.

구인준은 집에서 나와 그의 연인 심지연이 기다리고 있는 아파트로 곧장 향했다.

"빠르네." 구인준이 이혼한다는 소식을 듣고 그녀는 눈썹을 치키며 농담조로 말했다. "당신이 말했던 것처럼 다루기 힘든 고집쟁이는 아닌 것 같은데."

구인준은 그녀의 허리를 끌어안았다. "교활한 여자야." 그가 의심스럽다는 듯이 중얼거렸다. "정말로 이혼에 동의하는 건지, 아니면 그냥 나를 놀리는 건지 모르겠어."

심지연은 그의 무릎 위에 앉아, 두 팔로 그의 목을 감싸 안고 장난기 어린 매혹적인 눈빛으로 그를 바라봤다. "걱정 마, 인준 씨." 그녀는 그의 귀에 입술을 대고 속삭였다. "그 여자가 마음을 바꿨을 때는 이미 너무 늦었을 걸."

구인준은 눈살을 찌푸렸다. "무슨 뜻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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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776장

  1. 1장제1화 아직 처녀였다니
  2. 2장제2화 이혼하자
  3. 3장제3화 내려놓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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