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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넌 도망칠 수 없어

지은성은 붉게 충혈된 눈을 힘겹게 깜빡이며 눈앞의 오메가를 바라보았다.

상대의 키는 정말 컸고, 지은성보다 거의 반 뼘은 더 커 보였다.

이것은 그가 좋아하는 오메가 타입이 아니었다.

지은성은 예쁘고 사랑스러우면서도 여리고 애교 많은 오메가를 찾겠다고 다짐했었다. 무엇보다 자신을 통제하려 들지 않는 상대라면 더할 나위 없었다.

그러나 눈앞의 오메가를 보니 마음이 단번에 식어 버렸다.

이런 체격의 오메가는 전 세계를 통틀어 봐도 상당히 충격적이었다.

알파인 자신보다 키가 크다니, 생각만 해도 소름이 끼쳤다.

이런 체격이라면 평생 독수공방할 팔자였다.

알파보다 더 알파처럼 생긴 오메가라니. 대체 누가 이런 근육질 바비 인형인 오메가를 좋아하겠는가?

지은성은 더더욱 싫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지금 자신이 상대의 페로몬을 간절히 갈망하고 있다는 사실만큼은 부정할 수 없었다. 이미 이성으로는 도저히 억누를 수 없는 원초적인 본능에 사로잡힌 상태였다.

그는 안정을 취하고 싶었고, 최소한 이 남자와 조금이라도 더 가까이 있고 싶었다.

러트 기간의 알파가 억제제를 사용하지 않는다면, 반드시 자신의 오메가 곁에 머물러야 했다.

오메가의 페로몬은 진정 효과가 있어 알파의 불안하고 초조한 감정을 효과적으로 가라앉힐 수 있었다.

그렇지 않으면 이성을 잃고 폭주할 수도 있었다.

온몸의 신경이 상대의 페로몬을 갈구하며 아우성치는 듯했다.

지은성은 남자의 옷자락을 꽉 움켜쥐었다. 그는 십중팔구 이 오메가에게 계획적으로 당한 것이라 생각했다. 자신과 결혼하고 싶어 하는 오메가가 수없이 많은 데다, 이런 식으로 누군가의 계략에 휘말린 것도 처음이 아니었다. 그런 생각이 들자 불쾌감이 치민 그는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로 겨우 입을 열었다. "내놔... 네 페로몬."

지은성의 목소리는 두 사람만 겨우 알아들을 만큼 작고 힘이 없었으며 상대의 손을 몇 번이나 놓칠 뻔하다가 간신히 제대로 붙잡을 수 있었다.

남자는 검은색의 헐렁한 캐주얼 셔츠를 입고 있었고, 얼굴에는 나른함과 두려움 없는 기색이 역력했지만, 칠흑 같은 눈동자에는 위험한 빛이 서려 있었다. 고요한 바람처럼 아무런 내색 없이 거리를 두며 냉담했다.

상대는 대답하지 않았고, 희미한 센서등이 어두워졌다.

달빛만이 비추는 남자의 얼굴은 반쯤 밝고 반쯤 어두웠으며, 깊고 또렷한 이목구비를 더욱 도드라지게 했다. 세월의 흔적만이 깎아낼 수 있는 차갑고 묵직한 분위기를 풍겼고, 갈고리처럼 날카로운 눈동자는 지은성을 붙잡아 영원히 헤어 나올 수 없는 나락으로 떨어뜨릴 것만 같았다.

남자는 사나워 보이지는 않았지만, 무정하고 무관심한 느낌을 주었다.

마치 지금처럼, 이런 상황에서도 조금도 당황스러워하지 않았다.

남자는 눈을 내리깔고 자신을 붙잡고 있는 지은성을 바라보았다.

"난 페로몬이 없어." 그는 지극히 냉담하게 대답했고, 나른한 목소리는 흐르는 시냇물처럼 굽이치며 파문을 일으켰다.

지은성은 상대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분명 이 남자가 자신을 각인하지 않았던가.

그런데 페로몬이 없다니,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

지은성은 미간을 찌푸리며 발끈하려 했고, 손가락 끝에 더욱 힘을 주었다.

"내게 페로몬이 있었다면, 네가 이렇게 가까이 있는 지금, 벌써 냄새를 맡았겠지." 남자의 무심한 목소리가 다시 울렸다.

지은성은 순간 멍해졌다. 생각해 보니 맞는 말이었다. 자신이 이 오메가와 이렇게 가까이 붙어 있고, 몸에서 이토록 강렬한 기운을 뿜어내고 있는데, 어떻게 상대의 페로몬을 전혀 맡지 못할 수 있겠는가?

본래 알파의 페로몬은 오메가에게 두려움을 불러일으킨다.

정상적이라면, 이 오메가는 진작에 지은성의 페로몬에 굴복하여 반응을 보이거나 겁에 질려 울음을 터뜨렸어야 했다.

하지만 이 사람의 태도는 너무나도 태연했다.

그렇다면 가능성은 단 하나뿐이었다...

'이 오메가는 페로몬 교란증이 있는 건가? 어쩐지 오메가처럼 생기지 않았어.'

지은성의 눈꺼풀이 미세하게 떨리더니, 밝았던 눈동자가 어둡게 가라앉았다.

'몸 밖으로 발산되는 페로몬이 없다면...'

문득 페로몬 교란증을 앓는 사람에 관해 들었던 이야기가 떠올랐다.

그런 사람에게서는 입맞춤을 통해 페로몬을 얻을 수 있었다.

혈액이든 체액이든 타액이든, 모두 가능했다.

지은성은 세차게 고개를 저으며 숨을 깊게 들이마셨고, 몸이 바닥으로 미끄러져 내리려 했다.

그는 온몸의 모든 힘을 호흡하는 데 쏟아부었다. 심장 박동은 이미 위험 수치의 몇 배로 치솟았고, 혈관이 터질 것만 같았으며, 얼굴에 흐르는 땀방울은 사람을 놀라게 할 정도로 뜨거웠다.

이대로 페로몬을 얻지 못한다면... 그는 질식할 것이다.

생존 본능은 사람으로 하여금 많은 원칙적인 사고를 잃게 만든다. 그 순간 지은성의 머릿속에는 이 오메가와 몸을 섞어야 한다는 생각밖에 하지 않았다.

지은성은 남자의 옷깃을 꽉 움켜쥐고 갈구하듯 오메가를 바라보았다. "나랑 해."

"내가 왜." 남자는 그를 내려다보았고, 그 깊은 곳의 감정은 꿰뚫어 볼 수 없었다.

지은성의 손에 핏대가 섰다. "왜냐고? 네가 왜냐고 물었어? 우린 서로 건드렸잖아!"

말을 마치고 나서야 지은성은 상대의 체격 때문에 상대가 오메가라는 사실을 또 잊었다는 것을 깨닫고, 알파로서의 책임감을 드러냈다. "내가 책임질게."

그렇게 말하며 남자의 동의를 기다리지도 않고, 손을 뻗어 남자의 목덜미에 손끝을 가져다 댔다. 촉감은 약간 서늘했고, 달빛의 차가운 기운이 일렁이는 듯했다.

지은성은 고개를 살짝 들고, 뜨거운 숨을 내쉬며 남자에게 다가갔다.

그는 상대의 입을 억지로라도 벌려야 했다.

지은성은 남자의 얇은 입술을 향해 거칠고 두서없이 입을 맞췄다.

입술이 맞닿은 바로 그 순간.

지은성은 아주 희미한 페로몬 향을 맡았다.

얼음으로 뒤덮인 산과 그 사이를 흐르는 샘물처럼 맑고 서늘한 기운이었다. 마치 새하얀 눈이 산을 이루고, 녹아내려 강물로 흐르는 듯한 청량함이 느껴졌다.

무더운 여름날, 문을 열자마자 눈 덮인 높은 산이 눈앞에 펼쳐진 듯했다. 한 줄기씩 스며드는 서늘한 향기가 가슴 깊숙이 스며들어 뼛속까지 파고들더니, 뜨겁게 달아오른 몸의 열기를 서서히 가라앉히며 지은성의 체온과 자연스럽게 융합되었다.

너무 편안했다.

그 향의 가장 깊은 곳에는 은은한 자단향이 감돌았다.

지은성은 이 향기가 마음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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챕터 목록

총 97장

  1. 1장제1화 그는 지금 어디에 있는가
  2. 2장제2화 제발 당신의 페로몬을 조금만 주세요
  3. 3장제3화 넌 도망칠 수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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