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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친오빠가 찾아오다

밥 열한 시, 고주혁은 샤워 가운을 걸치고 욕실에서 나왔다.

침대 옆에 선 그가 휴대폰을 내려다 봤으나 텅빈 대화창엔 그녀의 답장이 없었다.

고주혁의 미간이 점점 좁아졌다.

그는 살면서 단 한 번도 이런 대접을 받아본 적이 없었다.

먼저 메시지를 보내고, 먼저 전화를 거는 등, 먼저 고개를 숙이는 쪽은 항상 강유진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세 시간이나 기다렸는데도 휴대폰은 여전히 조용하기만 했다.

그가 전화를 걸자 통화음이 네 번 울린 후 끊어졌고, 다시 전화를 걸자 바로 음성 사서함으로 연결되었다.

휴대폰을 침대에 내던진 고주혁은 샤워 가운의 깃을 잡아당겼다. 가슴속에 알 수 없는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옷을 갈아입기 위해 드레스룸 문을 연 그의 시선이 한곳에 고정되었다.

구석에 가지런히 놓여 있던 흰색 티셔츠와 청바지가 사라진 것이다.

그것은 강유진이 평소 집에서 입는 옷으로, 눈에 띄지 않은 스타일의 옷이었다.

그가 서랍을 열자 목걸이, 귀걸이, 반지가 모두 새것대로 있었다. 심지어 택조차 그대로 달려 있었다.

사라진 것은 전부 그녀의 물건뿐이었다.

그제야 고주혁은 강유진이 떠날 결심을 굳혔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 사실을 깨닫자 가슴속에 치밀어 오르던 화가 순식간에 식어 내렸다.

그는 진세호의 번호로 전화를 걸고 이를 악물고 말했다. "지금 당장 강유진의 위치를 알아 내."

진세호는 잠시 멈칫하더니 망설이며 대답했다. "각하... 오후에 사모님은 그 어떤 숙소에도 등록하지 않았습니다. 신분증 사용 기록도 없어요. 사모님 명의의 모든 계좌를 확인했지만 소비 내역도 없어요."

고주혁의 목소리가 차갑게 가라앉았다. "그 여자도 밥은 먹고 잠도 자야 할 것 아니야. 평소에 가깝게 지내는 친구들에게 물어봐."

진세호는 대답하고 전화를 끊었다.

강유진은 지금 낡은 주택가의 어느 한 허름한 집에 있었다. 그곳은 그녀의 어머니가 생전에 살았던 집이었다.

방은 약 6평 남짓으로 크지 않았고, 가구는 낡았으며, 밖에는 작은 마당이 딸려 있었다.

무음으로 설정된 휴대폰은 탁자 위에 놓여 있었고, 화면은 켜졌다 꺼지기를 반복했다.

그녀가 휴대폰을 흘깃 쳐다봤다.

고주혁의 부재중 전화 네 통과 세 통의 메시지가 보였다. 메시지의 내용은 질책에서 명령으로, 나중에는 분노로 가득 찬 어조로 바뀌어 있었다.

강유진은 무표정한 얼굴로 휴대폰을 뒤집어 놓고 밥을 먹기 시작했다.

그가 자신을 찾을 것이라는 건 진작에 알고 있었다. 그녀는 고주혁을 너무나도 잘 알았다.

다른 이유로 찾는 게 아니었다. 고주혁은 그녀의 존재에 익숙해졌고, 비굴하게 그의 명령에 복종하는 그녀에게 익숙해졌을 뿐이었다.

밥을 다 먹은 후, 강유진은 집을 나서려 했다. 자신을 먹여 살려면 직장을 구해야 했다.

현관문을 나서자마자 밖에서 규칙적인 발자국 소리와 함께 한 무리의 사람들이 시야에 나타났다.

강유진이 고개를 들었다.

현관문 앞, 검은색 옷을 입은 사람들이 두 줄로 정렬했다.

검은색 정장에 검은색 선글라스로 통일한 그들은 꼿꼿하게 서있었고 위압적인 기운을 풍겼다.

두 줄로 늘어선 사람들 사이에는 젊은 남자가 서 있었다.

잘 재단된 검은색 트렌치코트를 입은 그는 키가 크고 이목구비가 뚜렷했으며, 눈썹 사이에는 날카로운 냉기가 감돌았다. 매처럼 날카로운 눈빛은 위압적인 기운을 풍겼다.

그의 시선이 강유진에게 고정되었다. 순간, 그의 얼굴에 안타까움과 연민이 가득 피어 올랐다.

"유진아, 드디어 널 찾았어."

남자는 부드러운 눈빛으로 그녀를 내려다보며 입술을 살짝 움직였다.

강유진은 잠시 멍한 표정을 지었다. "당신은..."

그녀는 이 남자를 알지 못했다.

하지만 왜인지 모르게, 눈빛이 마주친 순간, 그녀는 심장이 갑자기 한 박자 빠르게 뛰었다.

그 느낌은 매우 이상했다.

두려움도, 긴장도 아닌 설명할 수 없는 익숙한 느낌이었다.

남자가 설명했다. "난 네 큰오빠 김지혁이야. 유진아, 이제 집으로 가자."

'큰오빠? 내가 꿈을 꾸고 있는 걸까?'

그녀의 가족이 그녀를 찾아왔다.

김지혁은 멍하니 서 있는 그녀에게 다가가

트렌치코트 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내 그녀에게 보여 주었다.

그것은 목걸이였다.

강유진이 목에 걸고 있는 목걸이와 똑같은 목걸이.

흠잡을 데 없이 매끄러운 백옥에 정교한 조각이 새겨져 있었고 뒷면에는 작은 '김'자가 새겨져 있었다.

강유진의 손이 미세하게 떨렸다.

무언가 말하려 입을 열었지만, 목구멍이 무언가에 막힌 것처럼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다.

"네가 다섯 살 때 납치된 이후로, 20년이 지났어." 그가 잠긴 목소리로 말했다. "부모님은 20년 동안 널 찾아다녔어."

순간, 강유진은 눈시울이 빨개졌다.

다음 순간, 김지혁이 먼저 손을 뻗어 따뜻한 품에 그녀를 안았다.

강한 척 하는데 익숙했던 강유진이다. 하지만 지금, 그 동안 억눌러왔던 서러움이 한 순간에 전부 터져나왔다.

그녀에게도 가족이 있었다.

김지혁은 그녀를 품에 안고 등을 부드럽게 토닥였다. "착하지. 이제 너한테도 가족이 생겼으니, 아무도 널 괴롭히지 못할 거야."

그 말은 강유진이 필사적으로 닫아 놓았던 마음의 문을 여는 열쇠와 같았다.

그녀는 참았던 울음을 터뜨렸다.

강유진의 눈물이 더욱 거세게 흘러내렸다. 그녀는 흐느끼며 말했다. "나한테도 부모님과 오빠가 있었어... 나 이제 더 이상 혼자가 아니야."

"그래. 모두가 네가 집에 돌아오기를 기다리고 있었어. 이제 우리 가족은 함께 지낼 거야. 고씨 가문과의 일은 내가 천천히 갚아줄게."

그가 한마디 할 때마다 눈빛이 더욱 차갑게 식어 내렸고 마지막에는 얼음처럼 차갑게 식어 있었다.

강유진은 '하늘에서 갑자기 뚝 떨어진' 오빠를 바라보며 복잡미묘한 감정을 느꼈다.

그녀는 어머니가 임종 전에 했던 말을 떠올렸다. '가족을 찾아야 한다.'

그녀는 그날이 이렇게 빨리 올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오빠." 그녀가 작은 목소리로 그 호칭을 불렀다.

김지혁의 어깨가 미세하게 떨렸다.

"그래."

"근데, 우리 집은 무슨 일을 하는 집안이에요?" 강유진은 검은색 옷을 입은 사람들을 흘깃 쳐다보더니 마침내 마음속에 품고 있던 의문을 던졌다.

살짝 말려 올라간 김지혁의 입꼬리에 위험한 미소가 걸렸다.

"네가 보기엔 어때?"

강유진이 대답하기도 전에, 뒤에서 분노에 찬 목소리가 들려왔다. "너희들 지금 뭐 하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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챕터 목록

총 372장

  1. 1장제1화 고주혁, 이혼해요!
  2. 2장제2화 사모님의 어머니는 이미 돌아가셨습니다
  3. 3장제3화 친오빠가 찾아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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