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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지우 POV:

다음 날 아침, 나는 전화를 걸었다. 7년 만에 눌러보는 번호였지만, 손가락은 어제 일처럼 그 순서를 기억하고 있었다.

단정한, 익숙한 목소리가 첫 울림에 바로 받았다. “유신 그룹 회장님 댁입니다.”

“저예요.”

내 목소리가 살짝 갈라졌다.

잠시 충격에 휩싸인 침묵이 흘렀다. 이내 목이 멘 흐느낌이 들려왔다. “아가씨? 세상에, 정말 아가씨세요?”

나를 거의 키우다시피 한 아버지의 비서실장과 통화하며 눈물이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내가 하준이, 그의 손자에 대해 이야기했을 때, 수화기 너머의 침묵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감정으로 무겁게 가라앉았다.

“언제 돌아오시냐고 여쭤보십니다.”

그녀가 눈물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손주를 만나고 싶어 하세요. 전용기든 헬리콥터든, 뭐든 필요하신 걸 보내주시겠답니다. 그냥 돌아오세요, 아가씨. 제발요.”

집. 그 단어는 낯설게 느껴졌다. 몇 년 동안 가보지 않은 먼 나라 같았다.

나는 침대에서 잠든 하준이를 바라보았다. 강태준이 깎아준 작은 나무 늑대를 꼭 쥔 채였다. 아이는 잠꼬대를 하고 있었다. “아빠가 약속했는데… 큰 파티…”

이틀 뒤면 아이의 다섯 번째 생일이었다. 메스꺼움이 밀려왔다. 나는 아이가 깨진 약속의 깊은 상처가 아닌, 행복한 기억을 안고 이곳을 떠나길 바랐다. 마지막으로 완벽한 하루를 선물하고 싶었다.

그것이 내 실수였다. 희망은 위험한 것이다.

이틀 뒤 새벽, 문을 두드리는 날카로운 소리는 생일 축하가 아니었다. 강태준의 어머니, 박 여사였다. 두 명의 위압적인 남자들을 대동한 채였다. 그녀는 나를 단 한 번도 좋아한 적이 없었다. 그녀에게 나는 그녀의 귀한 핏줄을 더럽힌, 이름도 부모도 없는 길거리 잡종이었다. 그녀는 하준이를 쳐다볼 때마다 얇게 가린 혐오감을 드러냈다. 마치 아이가 가문의 완벽한 명성에 묻은 불행한 얼룩이라도 되는 것처럼.

“옷 입어.”

그녀가 겨울 아침처럼 차가운 목소리로 명령했다. “둘 다. 태준이가 본가에서 중요한 발표를 할 거다. 너희도 참석해야 해.”

하준이의 눈이 반짝였다. “아빠 거기 있어요? 저 기다리고 있어요?”

나는 차마 대답할 수 없었다. 불길한 예감이 뱃속에서 단단히 뭉쳤다. 이건 생일 파티가 아니었다. 이건 처형식이었다.

평창동의 강씨 본가는 과시적일 정도로 거대했다. 졸부가 필사적으로 명문가처럼 보이려고 애쓴 기념비 같았다. 우리가 웅장한 연회장으로 안내되자, 비난의 눈초리들이 일제히 우리를 향했다. 공기는 백합 향과 심판의 기운으로 무겁게 가라앉아 있었다. 그리고 저기, 단상 위에 강태준이 서 있었다.

그는 나를 보고 있지 않았다. 그의 시선은 옆에 선 최유라에게 고정되어 있었다. 그녀는 배 위에 섬세하게 손을 얹고 있었다. 그녀는 의기양양하고 포식자 같은 광채로 빛나고 있었다.

박 여사가 앞으로 나섰다. 그녀의 목소리는 권위로 가득 차 울려 퍼졌다. “오늘 여러분을 모신 것은 기쁜 소식을 전하기 위함입니다. 유라가 아이를 가졌습니다. 강씨 가문의 후계자 말입니다.”

정중한 박수 소리가 방 안을 휩쓸었다.

“이 아이는,”

박 여사는 계속해서 말했다. 그녀의 시선이 군중을 훑고는 소름 끼치는 정확성으로 내게 와 꽂혔다.

“TJ 이노베이션의 유일한 적통 후계자가 될 것입니다. 태준이와 유라는 다음 달에 정식으로 약혼식을 올릴 예정입니다.”

나는 강태준을 쏘아보았다. 한때 사랑했던 남자의 흔적이라도 찾아보려 애썼다. 그는 내 눈을 마주치지 않았다. 그저 잘생긴 조각상처럼 서 있을 뿐이었다. 그의 어머니가 체계적으로 나와 우리 아들을 그의 인생에서 지워버리는 동안. 그는 최유라의 배 위에 놓인 그녀의 손 위로 부드럽게 자신의 손을 겹쳤다. “아버지가 된다니, 정말 기대됩니다.” 그의 목소리는 모두가 들을 수 있을 만큼 컸다.

작은 손이 내 손을 떨며 꽉 쥐었다. 나는 하준이를 내려다보았다. 아이의 얼굴은 창백했고, 눈은 혼란과 너무나 깊은 고통으로 커져 있었다. 그 고통이 내 심장을 산산조각 냈다.

“엄마,”

아이가 거의 들리지 않는 목소리로 속삭였다.

“아빠가 아버지가 되는 게 기대된대… 저 아줌마가 아기를 가졌으면… 그럼 나는 뭔데요?”

그 질문은 방 안을 침묵시키는 파괴적인 고발처럼 허공에 매달렸다. 강태준의 사촌 몇몇이 킥킥거렸다.

“저 사생아 좀 봐.”

그들 중 하나가 비웃었다.

“자기가 여기 있을 자리가 있다고 생각하는 건가?”

“사생아는 우리 가문의 명성에 오점이 될 거야.”

다른 사람이 덧붙였다.

“후계자가 될 순 없지.”

박 여사의 미소는 승리에 차 있었고, 잔인했다. “걱정 마라. 해결책이 있으니. 어떤 스캔들도 피하기 위해, 우리는 관대하게도 저 아이를 양자로 거두어 가문의 보살핌 아래 머물게 할 것이다. 그리고 저 아이의 보모는,” 그녀는 나를 꿰뚫어 볼 듯한 눈으로 쳐다보며 말했다. “우리 집의 가정부로 계속 일할 수 있도록 해주지.”

그때, 몇 주 전 엿들었던 대화가 떠올랐다. 박 여사의 날카롭고 음모에 가득 찬 목소리가 최유라에게 말하고 있었다. “넌 순수한 혈통이야, 얘야. 태준이에게 제대로 된 후계자를 낳아줘야 해.”

모든 것이 거짓말이었다. 우리를 버리기 위해 치밀하게 짜인 계획이었다.

하준이가 울기 시작했다. 소리 없는 눈물이 작은 얼굴에 길을 내며 흘러내렸다. “난 고아 아니야.” 아이가 몸을 떨며 속삭였다. “아니란 말이야.”

강태준이 마침내 움찔했다. 그는 반쯤 앞으로 나섰고, 입을 열어 무언가 말하려는 듯했지만, 최유라가 그의 팔을 제지하듯 잡았다. 그는 그녀를 보고, 다시 우리를 보았다. 그의 턱은 우유부단함으로 굳어 있었다.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는 그녀를 선택했다. 야망을 선택했다.

그것으로 끝이었다. 희망의 마지막 불꽃이 꺼지고, 차갑고 단단한 분노만이 남았다.

나는 하준이를 등 뒤로 끌어당기며 앞으로 나섰다. “이 아이는 당신들과 아무 상관없어요.” 내 목소리는 맑고 단호했다. “이 아이는 강씨가 아닙니다.”

나는 무릎을 꿇고 하준이의 얼굴을 두 손으로 감쌌다. 아이의 눈물이 내 손가락을 적셨다. “하준아.” 내 목소리도 갈라졌다. “엄마 말 들어. 이제부터 저 사람은 네 아빠가 아니야. 알겠니? 다시는 그렇게 부르지 마.”

강태준의 고개가 홱 돌아갔다. 그의 눈은 충격으로 커져 있었다. 그는 마침내 나를, 정말로 나를 쳐다보았다. 그의 얼굴에는 절박하고 의문스러운 표정이 서려 있었다. 하지만 한때 내가 보았던 사랑은 사라지고 공허함만이 남았다. 나는 더 이상 그에게 아무것도 느끼지 못했다. 경멸 외에는.

하준이는 다섯 살배기 아이의 세상이 무너지는, 창자가 끊어지는 듯한 소리를 내며 흐느꼈다.

내가 일어나 떠나려 할 때, 최유라가 내 앞을 가로막았다. 그녀의 미소는 독이었다. “그렇게 빨리 가지 마. 반지가 남았잖아.”

그녀는 내 손가락에 끼워진 소박한 사파이어 반지를 가리켰다. 강태준의 할머니 유품이었다. 하준이가 태어난 날 그가 내게 주었던 반지였다. 진정한 결혼반지를 위한 임시방편이며, 내가 그의 진정한 짝이자 유일한 사람이라는 상징이라고 약속했었다.

“강태준 씨.”

나는 위험할 정도로 조용한 목소리로 물었다.

“이것도 당신이 동의한 건가요?”

그는 움찔하며 시선을 피했다. “그냥… 가문의 유품일 뿐이야, 지우야. 그건… 가족에게 있어야지.”

물론. 모든 것은 가족에 관한 것이었다. 그들의 가족.

나는 천천히, 의도적으로 손가락에서 반지를 뺐다. 반지는 내 피부에 차갑게 느껴졌다. 나는 그것을 최유라에게 내밀어, 완벽하게 관리된 그녀의 손바닥에 떨어뜨렸다.

“축하해요.”

나는 눈가에는 웃음기가 전혀 없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당신이 받아 마땅한 모든 행복을 가져다주길 바라요.”

강태준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나는 몸을 돌려 흐느끼는 하준이를 품에 안았다. 뒤돌아보지 않았다. 그는 내가 가는 것을 지켜보았다. 마치 이제야 발밑의 땅이 무너져 내렸다는 것을 깨달은 사람처럼 입을 살짝 벌린 채.

그는 너무 늦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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