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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죄책감
"어젯밤 당직인 정오연 의사입니다." 원장이 문을 열고 들어와 말했다.
강도윤의 비서 이민수는 정오연의 가슴에 박힌 이름표를 보고 말했다. "저를 따라오세요."
그의 말에 정오연은 당황한 표정이었다.
"어디로 가는 거예요?"
그러나 원장은 그녀의 물음에 대답할 생각이 없는 것 같았다. "빨리 가봐. 강 사장을 기다리게 하지 말고."
곧 그녀는 원장 사무실에 도착했다.
소파에 기대앉은 강도윤은 두 다리를 꼬고 눈을 꼭 감고 있었다. 문이 열리는 소리에 눈을 뜬 그는 정오연을 가만히 쳐다보았다. 그의 입술은 평소보다 창백했지만 날카로운 눈빛은 변하지 않았다.
병원의 소독약 냄새가 그의 몸에서 나는 피비린내를 숨겨 주었다.
몸에 맞춘 듯한 정장을 입은 그의 몸에서 나오는 기세가 원장 사무실을 압도했다. 얼굴은 매서운 느낌을 주었고, 날카로운 눈매와 서늘한 눈빛은 다른 사람들의 등골을 오싹하게 만들었다.
이민수는 강도윤에게 다가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어젯밤 병원 CCTV는 누군가 일부러 손을 쓴 것으로 보입니다. 모든 기록이 삭제되었습니다. 아마도 그 놈들이 한 짓입니다. 이분은 어젯밤 당직인 정오연 의사라고 합니다. 원장님께서 직접 확인하셨습니다. 기록을 찾아보니 어젯밤 당직이 맞습니다."
강도윤은 정오연을 빤히 쳐다보았다.
지금 소파에 앉아있는 남자가 천구 그룹의 사장이라는 것을 알아차린 정오연은 숨이 멈출 것만 같았다.
"어젯밤에 나를 도와준 사람이 당신인가?" 강도윤은 그녀의 머리부터 발끝까지 훑어보며 물었다.
정오연은 바로 고개를 숙이고 그의 눈빛을 피했다.
"네... 네 저 맞아요." 무슨 영문인지 정확히 알 수 없지만, 그의 인정을 받는다면 자신에게 좋은 일이 생긴다는 것쯤은 알고 있었다.
지금은 마침 제이병원에 인턴으로 나갈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말만 인턴이지 정식 직원과 다름 없었다.
제이병원은 지금 근무하고 있는 이 병원보다 시설이 훨씬 좋아 모두의 로망이었다.
만약 이번 기회를 잘 잡으면 제이병원으로 가는 것은 문제가 없을 것이다.
"네가 원하는 모든 걸 줄 수 있어. 사모님자리까지 포함하여." 강도윤의 차가운 목소리에 정오연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 어젯밤 일이 생각나자 그의 얼어붙은 표정이 조금은 부드러워졌다.
"저는..." 강도윤의 제안이 너무 갑작스러웠던 정오연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생각 정리하고 연락해." 강도윤은 소파에서 몸을 일으키고 이민수한테 자신의 명함을 정오연에게 주라고 지시했다.
원장은 서둘러 사무실 문을 열고 손짓했다. "강 사장님, 이곳..."
"아니요. 괜찮아요." 부드러웠던 그의 표정이 다시 굳어졌다. 갑자기 그가 자리에 멈춰 서더니 원장을 보며 말했다. "잘 부탁할게요."
"네, 사장님." 원장은 서둘러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이민수는 서둘러 강도윤에게 다가가 낮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사장님, 이미 결혼하셨잖아요. 사모님 자리는 안됩니다."
이민수의 말에 강도윤은 억지로 결혼한 여자의 모습이 떠올랐다. 그의 얼굴이 순식간에 굳어지더니 이민수를 돌아보며 말했다. "죽고 싶어?"
이민수는 바로 입을 꾹 닫고 고개를 숙였다. 더 이상 강도윤의 심기를 건드려서는 안 되었다. 어젯밤 그와 뜨거운 밤을 보낸 사람이 바로 자신의 신부라는 사실을 모르는 그는 빠른 걸음으로 병원을 나섰다.
그 시각, 송가은은 저택으로 돌아왔다. 이곳은 그녀와 남편의 신혼 집이기도 했다.
현관으로 그녀를 마중 나온 사람은 바로 가문의 오래된 가정부인 오숙분이었다. 아줌마는 걱정 가득한 얼굴로 물었다. "사모님, 어젯밤에 왜 외출하셨어요?"
"당직을 대신 서주었어요." 송가은은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녀의 눈에는 실핏줄이 가득 퍼졌고 많이 피곤해 보이는 모습이었다.
아줌마는 송가은이 피곤해 하는 모습을 걱정스럽게 쳐다보았다.
서둘러 위층에 있는 방에 도착한 송가은은 바로 욕조에 몸을 담갔다. 어젯밤 기억이 떠올라 얼굴이 뜨거워지는 것을 느끼고 숨을 들이마셨다. 그러나 그 기억은 사라지지 않고 그녀의 머릿속을 맴돌았다. 송가은은 하는 수없이 물 속으로 얼굴을 넣었다.
이 복잡한 감정을 어디서부터 정리해야 할지 몰랐다...
어젯밤 자신의 첫날밤을 가진 남자가 어떤 사람인지도 알 수 없었다.
그리고...그녀는 결혼을 했다.
밀려오는 죄책감에 그녀는 어찌할 바를 몰랐다. 누가 뭐라 하여도 그녀와 강도윤이 결혼을 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샤워를 마친 그녀는 옷을 가라 입고 출근할 준비를 했다.
아줌마는 그녀가 계단에서 내려오는 모습을 보고 다가와 물었다. "사모님, 아침밥이라도 드시고 가세요."
송가은은 자신의 손목에 있는 시계를 힐끗 쳐다보고 말했다. "괜찮아요. 저 늦었어요."
처음에 송가은의 직업이 의사라는 것을 들은 아줌마는 그녀를 더욱 안쓰럽게 여겼다. 의사는 밤낮 없는 근무로 환자들을 돌보는 존경 받는 직업이기 때문이었다. 아줌마는 서둘러 주방에서 따뜻한 우유를 건넸다. "사모님, 이거라도 마시고 출근해요."
"고마워요." 송가은은 아줌마의 따뜻한 배려에 눈시울이 붉어졌다.
"아니에요. 빨리 따뜻할 때 마셔요." 강제 결혼이지만 아줌마는 송가은을 무시하지 않았다. 그녀가 강도윤의 아내가 아니라고 하여도, 의사인 직업을 가졌으니 충분히 존경 받는 사람이기 때문이었다.
따뜻한 우유를 다 마신 후, 송가은은 아줌마에게 잔을 건넸다.
병원에 도착한 송가은이 향한 곳은 입원실이었다.
그녀의 어머니가 이곳 중환자실에 있었다.
송가은은 조심스럽게 병실로 들어가 어머니의 상황을 지켜보았다. 어머니의 병은 하루하루 더 악화되었다.
병실에 누워 야윈 모습인 어머니를 보며 송가은은 가슴을 움켜쥐었다.
그녀의 어머니는 심장 부전을 겪고 있었고 당장이라도 이식을 하지 않으면 위험한 상황이었다. 이식을 하려면 많은 돈이 필요했다.
송가은이 결혼을 동의 한 제일 큰 원인은 바로 아버지가 어머니의 수술비로 그녀를 협박했기 때문이다.
아버지의 요구대로 결혼을 했으니, 이제 남은 것은 어머니에게 맞는 심장이 나타나기를 기다리는 것이다.
송가은은 어머니의 손을 꼭 쥐었다. "엄마, 조금만 기다려 줘요."
그녀의 어머니는 이 세상 유일하게 그녀를 아껴주는 사람이었다. 그러니 절대 이대로 포기할 순 없었다.
그때, 그녀의 휴대폰이 울렸다.
송가은은 바로 휴대폰을 꺼내 발신자를 확인하고 귓가에 댔다.
"가은아, 나 좀 도와줘." 휴대폰 너머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챕터 목록
총 309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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