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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세라 POV:

권도혁의 차가운 목소리가 머릿속에서 메아리쳤다. 흠뻑 젖은 드레스에서 떨어진 물방울이 원목 바닥을 적셨다. 나는 내 오피스텔 문을 열었다. 그는 내가 클럽을 떠난 것을 게임이나 전략쯤으로 생각하겠지. 그가 방금 내 세상의 기반을 송두리째 박살 냈다는 사실은 꿈에도 모를 것이다.

몇 시간 후, 문을 미친 듯이 두드리는 소리에 소스라치게 놀랐다. 오빠, 서이준이었다. 그의 얼굴은 창백했고, 눈에는 무력한 분노가 가득했다.

“세라야, 정말 미안하다.” 그가 나를 끌어안으며 말했다. “나도 방금 알았어. 그 자식이 하는 짓… 정말 잔인해.”

“전략적인 거지, 오빠.” 나는 감정 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나는 그의 품에서 벗어나 내 몸을 감싸 안았다. “김이사벨라는 그에게 쓸모가 있지만, 나는 아니니까.”

이준 오빠는 머리를 쓸어 넘겼다. “그는… 그녀에게 완전히 매료됐어. 그녀의 야망, 그 무자비함에. 그녀가 자신과 동등한 존재라고 생각하는 거야.”

“정말이야?” 나는 확인하고 싶었다. “이건 진짜 동맹이야?”

그는 망설이다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특정 파벌들과의 권력을 공고히 하는 거지.”

마치 신호라도 된 듯, 복도에서 핸드폰이 울렸다. 오빠 주머니에서 떨어진 모양이었다. 액정에 김이사벨라가 오빠에게 건 전화가 표시되었다. 오빠는 무시했지만, 그녀가 남긴 음성 메시지에서 들려오는 날카롭고 요구적인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곧이어 또 다른 전화가 울렸다. 이번엔 권도혁이었다. 그의 목소리는 딱딱하고, 완전히 비즈니스 톤이었다. 통화 내용은 물류와 통제에 관한 것이었다. 모든 것이 확실해졌다. 나는 정리해서 버려야 할 성가신 존재일 뿐이었다.

다음 날 아침, 나는 홍익대학교 국제학생처로 향했다. 낡은 종이와 커피 냄새가 진동했다. 나는 피렌체 미술 아카데미 장학금 신청서를 요청했다. 이탈리아. 바다 건너 먼 곳. 그것만이 흑룡회의 그림자에서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탈출구처럼 느껴졌다.

일주일 후, 나는 억지로 이준 오빠의 스물다섯 번째 생일 파티에 참석해야 했다. 파티는 흑룡회 소유의 거대한 청담동 펜트하우스에서 열렸다. 그들의 권력을 과시하는 화려한 쇼케이스였다. 공기는 값비싼 향수와 위험한 남자들이 나누는 거래의 낮은 속삭임으로 가득했다. 나는 더 이상 내 것이 아닌 삶 속을 유령처럼 떠다니는 기분이었다.

그때 그들이 보였다. 권도혁과 김이사벨라. 그들은 왕족처럼 군중 속을 거닐었다. 그들은 내 바로 앞에 멈춰 섰다. 권도혁의 눈은 차갑고, 읽을 수 없었다. 김이사벨라는 승리자의 미소를 지으며 그의 팔에 매달렸다.

“서세라.” 권도혁의 목소리에는 익숙한 명령조가, 보스의 명령이 담겨 있었다. “내 미래의 아내가 될 사람이야, 이사벨라.”

김이사벨라의 미소가 더 넓어졌다. “네 그 하찮은 짝사랑이 이렇게 끝나서 참 안타깝네.” 그녀는 거짓 동정이 뚝뚝 묻어나는 목소리로 속삭였다. “하지만 도혁 씨에겐 크레파스나 끄적이는 순진한 계집애가 아니라, 여왕이 필요하거든. 우리의 결합은 조직의… 사업을 더욱 강화할 거야.”

그러고 나서 그녀는 너무나 계산적이고 잔인한 행동을 했다. 그 행동은 내 숨을 멎게 만들었다. 그녀는 자신의 완벽하게 평평한 배를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순수하고 악의적인 승리감에 찬 눈으로 나를 쏘아보았다.

세상이 기울었다. 이것은 공개 처형이었다. 굴욕으로 치르는 피의 빚. 그리고 내가 바로 그 제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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