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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강제 결혼

서단비는 어이가 없었다.

서단비와 서지민은 어려서 부모가 바뀌었고 열세 살이 되어서야 서단비는 비로소 서씨 가문에 돌아왔다.

서단비가 서씨 가문에 돌아왔지만, 서지민은 원래의 집으로 돌아가지 않았다.

서홍건과 장효진, 그리고 서씨 가문 네 아들 모두 서지민을 끔찍이도 아끼고 사랑했으니까.

심지어 서지민이 상처받지 않도록, 그들은 막 가문에 돌아온 서단비를 서씨 가문 어르신에게 보냈고, 그녀는 성인이 되어 직장 생활을 시작한 후에야 다시 집에 돌아 올 수 있었다.

그들은 혈연관계가 있든 없든 서지민은 영원히 그들의 가족이라고 하며 서지민을 위로했다.

그와 달리 막 서씨 가문에 돌아온 서단비를 기다리고 있던건 매서운 경고였다. 서씨 가문과 곽정우의 혼약은 서지민의 것이니 아무리 그녀가 가문에 돌아 왔다고 해도 헛된 망상을 하지 말라는 거였다.

하지만 곽정우가 사고를 당하자마자 서씨 가문 사람들은 그녀를 곽씨 가문에 시집보내려 했다.

그녀의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았던 서홍건이 목소리를 높였다.

"곽정우와 결혼하는 게 어때서? 너한테는 아주 과분한 일이야. 만약 네 할아버지가 곽씨 가문 어르신의 목숨을 구해주지 않았다면, 너한테 이런 기회가 주어지지도 않았을 거다!"

"하!" 서단비는 차갑게 실소를 터뜨렸다. "그렇게 좋은 기회라면 왜 서지민을 시집 보내지 않는 거죠?"

서홍건이 미간을 찌푸린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자, 옆에 있던 장효진이 입을 열었다.

"서단비, 네가 지민이를 탐탁지 않아 한다는 건 알고 있다만, 네 마음이 이렇게까지 악독할 줄은 몰랐어."

서단비는 어이가 없었다.

"지민이는 너와 다르단 말이야. 어려서부터 곱게 자란 아이라, 너처럼 고생을 견디지 못해. 곽씨 가문 상황이 어떤지 몰라서 그래? 지금 지민이를 시집보내면 그건 지민이를 해치는 것과 다름 없어."

장효진의 화난 눈빛을 바라보던 서단비는 자조하며 눈을 내리 깔았다.

서지민의 친부는 정육점을 운영했고, 친모는 시장에서 채소를 팔았다. 한 마디로 살림살이가 편편치 않은 집안이었다.

그러다 보니 그녀는 초등학교 때부터 집안의 모든 가사를 도맡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양부모는 그녀에게 매우 엄격했고 때리고 욕하는 것이 일상이었다.

추운 겨울, 그녀가 손가락이 빨갛게 부르트도록 설거지와 빨래를 할 때, 서지민은 서씨 가문에서 하인들의 극진한 보살핌을 받았다.

그녀가 힘든 가사를 마친 후에야 마침내 공부를 할 수 있었던 반면, 서지민은 서씨 가문에서 개인 과외를 받았고 피아노와 무용을 배웠다.

그녀가 고생을 잘 견디는 사실이다. 하지만 그건 어려서부터 고생밖에 하지 않았으니 그럴 수 밖에 없었다.

서씨 가문 넷째 아들 서영환은 불만 가득한 눈빛으로 서단비를 쳐다봤다.

"그게 무슨 태도야? 곽씨 가문에 시집가는 게 그렇게 억울해?"

서단비는 그의 말에 대꾸할 가치도 느끼지 못했다.

서영환은 현재 연예계에서 가장 있기 있는 가수다. 서지민과 아주 가까이 지내는 반면, 그녀와는 사이가 좋지 않다.

그녀는 차갑게 식은 얼굴로 말했다. "내가 시집을 가든 말든, 오빠와 무슨 상관인데?"

서영환은 귀찮은 얼굴로 말했다.

"곽정우가 지금 의식불명 상태라, 곽씨 가문 어르신은 결혼이라는 경사로 액운을 쫓아내려 해. 아무리 그런 상황이라고 해도 곽씨 가문에 시집 가고 싶어 여자들이 줄을 설 정도라고. 주제도 모르고 까불지 마."

"경사로 액운을 쫓아낸다고?" 서단비는 차갑게 실소를 터뜨렸다.

'이 시대에 아직도 이런 시덥잖은 미신을 믿는 사람이 있다니.'

그녀는 굳은 얼굴로 말했다. "누구든 곽정우한테 시집 가고 싶으면 가라고 해, 날 귀찮게 하지마."

그녀는 곽정우를 만난 적도 없다. 둘 사이에 아무 감정도 없는데 어떻게 그와 결혼할 수 있을까?

둘째 오빠 서보겸은 유명한 패션 디자이너로, 차분한 성격의 소유자다.

그는 코끝에 걸친 금테 안경을 고쳐 쓰며 말했다. "단비야, 일은 여러 방면으로 고려해야 해."

서단비가 미간을 찌푸렸다. 그 말이 대체 무슨 뜻인지 도무지 이해하지 못했던 것이다.

"서단비!" 서홍건의 목소리가 더욱 날카로워졌다.

"넌 서씨 가문의 딸이야! 우리가 너를 아무 이유 없이 너를 오늘 날까지 키운 게 아니라고! 넌 마땅히 가문을 위해 고려해야 해."

그의 말이 끝나기 바쁘게, 서지민의 부드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빠, 그만하세요. 언니가 싫다고 하면 어쩔 수 없죠. 제가 시집갈게요."

연분홍색 드레스를 입은 그녀는 어쩔 줄 몰라 하며 두 손을 맞잡았다. 겁에 질린 듯한 그녀의 눈망울을 보면 마치 겨우 용기를 내어 말을 내뱉은 것처럼 보였다.

서지민의 말이 끝나기 바쁘게, 큰 오빠 서원준이 반대하고 나섰다.

"안 돼. 지민아, 넌 곽씨 가문에 시집을 가면 안돼."

서원준은 다급한 얼굴로 서지민을 끌어당겨 옆자리에 앉히고는, 꾸짖는 눈빛으로 서단비를 쳐다봤다.

"네 심장은 정말 돌덩이로 만들어졌어? 꼭 이렇게까지 지민이를 몰아 붙여야 하냐고?"

서홍건은 얼굴을 굳히며 말했다. "서씨 그룹이 지금 위기에 처해 있다는 걸 너보다 잘 아는 사람은 없을 거다. 만약 곽씨 가문의 도움을 받지 못한다면, 이번에 막대한 손실을 입게 될 거다."

서단비의 안색이 더욱 차갑게 식었다.

그녀는 졸업도 하기 전에 서씨 그룹에 입사했고, 겉으로는 서씨 가문 장남 서원준의 비서로 일했지만, 실제로는 뒤에서 그를 위해 사업 컨설팅을 해주었다.

그녀는 지난 몇 년 동안 서씨 그룹이 자리를 잡을 수 있도록 도왔다. 그 덕에 서씨 그룹은 한때 동등한 위치에 있던 경쟁사들을 제치고 상승 추세를 보였다.

이번 서씨 그룹의 위기는 사실 서원준이 그녀의 조언을 무시하고 무턱대고 큰 프로젝트를 따내면서 시작되었다.

시간이 많이 드는 프로젝트이기도 했고 큰 자금이 필요했던 탓에, 서씨 그룹은 일시적인 자금 부족으로 위기에 봉착한 것이다.

그녀는 서씨 가문이 곽씨 가문에 손을 내밀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그녀는 여태 믿고 있었다. 그녀가 진심으로 가족들에게 잘해 주면, 그들도 천천히 그녀를 받아들이고 진정한 가족으로 품어 줄 거라고...

서지민을 대하는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그녀가 지난 몇 년 동안 노력과 진심을 다 바쳤지만 그들의 마음속에 일말의 파문도 일으키지 못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정작 무슨 일이 생겨 누군가의 희생이 필요할 때면 그들은 귀신같이 그녀를 떠올렸다.

서단비는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 "서씨 그룹의 손실은 오빠의 잘못된 결정 때문에 발생한 거에요. 왜 저를 희생하려는 거죠?"

그녀가 물러서지 않자 서홍건은 순간 눈을 반짝이더니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서단비, 그 하인을 치료하고 싶어 했잖니? 곽정우의 의료팀은 세계 최고 수준이야. 만약 네가 곽씨 가문에 시집간다면, 그 하인을 치료할 수 있지 않겠어?"

서단비는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

서씨 가문에 돌아온 지 얼마 되지 않아 그녀는 서씨 가문 어르신 곁으로 보내졌다.

나이가 많았던 어르신은 그녀에게 거의 관여하지 않았고, 영자 이모가 그녀를 극진히 보살펴줬다.

2년 전, 실수로 넘어져 의식을 잃은 영자 이모는 아직까지 꺠어나지 못했다.

그녀는 지난 2년 동안 영자 이모를 위해 유명한 의사들을 찾아다녔지만, 아무런 차도도 없었다.

곽정우가 교통사고로 식물인간이 되었으니, 곽씨 가문은 그를 위해 뇌 분야의 최고의 전문가들을 찾아다녔을 것이다.

'영자 이모가 깨어날 수만 있다면, 절대로 기회를 놓치지 않겠어!'

화를 내는 어머니, 가식적인 서지민, 위선적인 아버지, 그리고 꾸짖는 눈빛으로 그녀를 쳐다보는 서씨 가문 삼형제의 모습을 바라보던 서단비는 온몸이 차갑게 식었다.

순간, 마음속의 실망감이 바닥까지 떨어졌다.

한참이 지나서야 자신의 목소리를 되찾은 그녀는 입술을 깨물며 말했다. "네, 시집갈게요."

곽정우의 최고 의료팀에게 부탁해 영자 이모를 치료하는 것 말고도, 그녀는 서씨 가문이라는 감옥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그녀가 동의하자 서홍건의 안색이 조금 누그러졌고, 장효진의 얼굴에도 미소가 번졌다.

"네가 현명한 아이라는 건, 진작에 알고 있었어. 이제 우리 서씨 가문은 너한테 달렸어."

백 년 전부터 한 지역을 주름잡는 상인 가문이었던 곽씨 가문은 오늘 날에 오기까지 끊임 없이 부를 축적해왔다. 그 탓에 곽씨 가문의 명망과 재산은 상상을 아득히 초월할 정도였다.

서단비가 곽씨 가문에 시집을 가게 되면 두 가문은 사돈을 맺게 될 것이고, 서씨 가문은 곽씨 가문 어르신이 사전에 약속한 몇 개의 프로젝트 말고도, 곽씨 가문의 사돈이라는 신분 만으로도 엄청난 이득을 취할 수 있다.

서홍건이 기쁨에 잠겨 있을 때, 서단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하지만, 저도 조건이 있어요."

서홍건은 싱긋 미소 지었다. "원하는 게 있으면 얼마든지 말해. 우리는 한 가족이야, 편하게 말해 봐."

서홍건의 위선적인 미소를 바라보던 서단비는 주먹을 꽉 쥔 채, 한 글자, 한 글자 또박또박 말했다. "저한테 회사 지분 3%를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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챕터 목록

총 342장

  1. 1장제1화 임신
  2. 2장제2화 강제 결혼
  3. 3장제3화 제3장 조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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