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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제3장 조롱

곽씨 가문과 사돈을 맺고 싶은 주제에 서지민을 시집보내기는 또 아까운 그들이다. 세상에 이렇게 좋은 일이 어디 있겠는가?

지난 몇 년간, 그녀는 파산위기로 위태롭게 흔들리는 서씨 그룹을 다시 일으켜 세웠다. 그 과정에서 그녀가 창출한 이윤은 3%의 지분을 아득히 뛰어넘었다.

서단비의 말이 떨어지자, 그 자리에 있던 모든 사람들의 안색이 순간 변했다.

서단비의 어머니인 장효진이 불만스럽게 미간을 찌푸렸다. "뭐 하러 지분을 달라는 거니? 우리가 널 굶기기라도 했어? 아니면 입을 옷을 주지 않았어?"

"하!" 넷째 서영환이 비웃음을 터뜨렸다. "서단비, 넌 정말 은혜도 모르는 애구나. 가문에 돌아 온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 지분을 넘봐?"

둘째 서보겸은 서단비를 힐끗 쳐다볼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 모습을 본 첫째 서원준이 찌푸렸던 미간을 펴며 말했다. "단비야, 어차피 부모님은 나중에 회사 지분을 다 우리에게 넘겨 줄거야. 너무 조급해할 필요 없어."

서홍건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단비야. 우린 한 가족이잖니. 절대 널 섭섭하게 하는 일은 없을거다."

서단비는 그의 얼굴에 걸린 미소를 보며 비웃듯 입을 열었다.

"지분을 양도하지 않을거라면, 일찌감치 다른 사람 알아보세요."

가문의 이익을 위해 그녀를 식물인간에게 시집을 보내려 하는 사람들이다. 그런 사람들이 나중에 잘해 주기를 바란다면 그건 너무나도 허무맹랑한 일이다.

사실 그녀가 갓 가문에 돌아왔을 때만 해도 서씨 가문 사람들은 꽤 잘해주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그들의 태도가 서서히 변했다.

그녀가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잠자코 있었을 뿐인데도, 그들은 그녀가 서지민을 견제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서지민이 조금만 억울해 하고, 조금만 풀이 죽어 있어도 그녀는 가족들의 비난을 받아야 했다. 그녀라고 해명을 하지 않은게 아니다. 하지만 그녀의 해명은 그들에게 그저 궁색한 변명으로만 들릴 뿐이었다.

같은 핏줄이라고 한들 결국 함께한 세월의 정을 이길 수 없는걸까?

마음속으로 크게 실망했지만, 그럼에도 그녀는 여전히 가족의 사랑을 갈망했다.

하지만 오늘에 와서야, 그녀는 깨달았다. 그들을 가족으로 여긴 자신과는 달리, 그들은 그녀를 가족으로 받아 들이지 않았다는 것을.

급기야 그녀는 어쩌면 태어나길 가족과의 인연이 옅은 운명을 안고 태어났을 수도 있다는 생각까지 들었고 홀로 지내는 것도 그다지 나쁘지만은 않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서단비의 말에 서홍건은 말투를 누그러뜨렸다.

"단비야, 곽정우가 지금은 의식불명 상태라지만, 그래도 곽씨 가문은 곽씨 가문이야. 그 사람들이 아주 조금만 인심을 베풀어도 보통 사람들은 상상도 못 할 부귀영화를 누릴 수 있단 말이다..."

그는 잠시 말을 멈췄다.

"걱정 말거라. 네가 아무리 시집을 갔다고 해도, 우린 영원한 가족이다. 너의 회사 내 입지를 흔들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거다."

"하!" 서단비가 피식 웃었다.

지금 이 순간까지도 그들은 여전히 가족이라는 말로 결혼을 강요해 이득을 취하려 했다. 그게 정말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걸까?

"지분 양도 절차부터 밟아 주세요. 결혼은 그때 가서 할 거에요."

그 말을 끝으로 서단비는 몸을 돌려 2층으로 올라갔다.

"서단비, 이제 다 컸다 이거지?"

장효진이 화를 내며 손에 든 찻잔을 소리나게 탁자에 내려 놓았다. "어려서부터 우리 손에서 자라지 않아 은혜라는 건 눈곱만치도 모를거라 생각하긴 했다만..."

서영환이 코웃음을 쳤다. "엄마, 쟤 성격이 저 모양 저 꼴인게 어디 하루 이틀이야? 맨날 누구한테 돈이라도 떼인 것처럼 얼굴 찌푸리고 다니는 애야. 그런 애한테 뭘 기대하겠어?"

서보겸은 서단비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어째서인지, 방금 전 서단비의 표정에 그는 이유 없이 마음이 불편했다.

서원준이 미간을 찌푸렸다. "서단비, 쟤는 대체 무슨 뜻이지?"

서홍건은 얼굴을 굳힌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들의 표정을 살피던 서지민의 눈빛이 반짝 빛났다. 그녀는 진심 어린 말투로 입을 열었다. "아빠, 엄마, 그냥 내가 시집 갈게. 난 괜찮은아..."

장효진이 즉시 반대했다. "안 돼. 곽정우가 식물인간이 된 탓에 곽씨 가문은 난리가 났어. 우리가 어떻게 널 그런 집구석에 시집을 보내겠어."

곽정우는 곽씨 가문의 유일한 후계자가 아니다.

의식을 잃은 상태로 병상에 누워 있는 그를 두고, 외부에서는 그가 식물인간이 되었을 뿐만 아니라 몸도 병신이 되었을 거라는 추측이 나돌았다.

그러자 곽씨 가문 내에서, 원래 곽정우에게 눌려 지내던 사람들이 다시 꿈틀대기 시작했다.

곽정우가 나중에 깨어나면 다행이겠지만, 만약 깨어나지 못한다면 그는 버려진 바둑알일 뿐만아니라 이권 쟁탈이라는 거대한 소용돌이의 중심이 될 터였다.

서지민의 진심 어린 눈빛에 서홍건의 표정이 조금 누그러졌다. "괜찮아, 지민아. 걱정하지 말거라. 우리가 이따가 네 언니를 다시 설득해 보마. 어찌되었든 지금 이 시점에 네 커리어에 지장이 생기면 안돼."

서단비는 자신의 방으로 돌아왔다.

그녀의 방은 3층 가장 안쪽에 있었다. 방은 크지 않았고 창문이 북향이라 햇빛이 거의 들지 않았다.

이 방이 예전에 창고로 쓰였던 방이었다. 그녀는 우연히 하인들이 이야기하는 것을 들고 알게 된 사실이다.

서씨 가문에 막 돌아왔을 때만 하더라도, 그녀의 방은 서지민의 옆방으로 햇빛이 아주 잘 드는 방이었다.

그러다 서지민이 무심코 피아노방이 너무 멀다고 불평하자, 장효진은 서단비를 방에서 쫓아내고 그녀가 쓰던 방을 서지민의 피아노방으로 바꿔 버렸다.

서단비는 크게 개의치 않았다.

지금 지내는 방이 아무리 별로라고 해도 서지민 친부모의 집에서 살 때 쓰던 방보다는 좋았으니까.

서단비가 막 자리에 앉기 바쁘게, 서원준이 올라왔다.

그는 온화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단비야, 사실 우리도 널 곽씨 가문에 시집보내고 싶지 않아. 하지만 곽 어르신 쪽에서 먼저 혼약 얘기를 꺼내신 탓에, 우리도 거절하기가 좀 그래..."

서단비는 그의 미소에서 위선을 보아냈다.

"그래? 근데, 날 시집 보내고 싶지 않은거야? 아니면 서지민을 시집 보내고 싶지 않은거야?"

서원준이 헛기침을 한번 했다. "난 네가 어른스럽다는 것도 알고, 네가 매사 가문을 우선으로 생각하는 것도 알아. 하지만 지민이는 지금 인기가 아주 좋아. 연예계에서 한창 주가를 올리는 중이란 말이야. 지금 시점에서 결혼하면 지민이 커리어에 타격이 꽤 클 거야..."

서단비는 의아했다.

"애초에 곽정우와 서지민이 결혼하기로 정해져 있었잖아? 곽 어르신께서 혼약을 이행하기로 한 마당에, 정말 아무나 시집 보내도 상관없어?"

"어르신께서 그것까진 말씀하지 않으셨어."

곽 어르신은 그저 혼약을 이행하겠다고 하면서 그들에게 동의 여부와 더불어 요구사항이 있는지 물었을 뿐 다른 말은 없었다.

"그리고, 엄밀히 말하면 이 혼약은 원래 너와 곽정우가 결혼하기로 돼 있었어. 지민이는 그저 뜻밖의 변수였을 뿐이야."

그를 몇 초간 빤히 쳐다보던 서단비가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

"내가 가문에 돌아왔을 때, 다들 돌아가면서 나한테 경고하지 않았어? 곽씨 그룹의 안주인은 서지민이니 나더러 절대 곽정우를 넘보지 말라고 경고 했던 것 같은데?"

그 이야기가 나오자 서원준이 코를 한번 쓱 만졌다. "그때는 그때고... 지금은 상황이 달라 졌잖아?"

서단비가 미간을 찌푸리며 그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정말이지 이해할 수 없었다. 어떻게 사람이 어떻게 이리도 뻔뻔할 수 있을까?

곽정우가 잘나갈 때는 서지민을 시집 보내려 하다가, 곽정우가 생사불명의 상태가 되니 그녀를 시집 보내려 했다.

심지어 당연한 일인 양, 아주 직설적으로 그녀에게 요구했다.

까놓고 말해, 서씨 가문 사람들은 그녀를 사람 취급 하지 않은 셈이다.

그들을 가족이라고 생각하고 진심을 쏟은 그녀다. 심지어 자신을 가장 미워했던 서영환조차 도움을 청하면 기꺼이 도왔건만...

서단비의 눈빛에 담긴 조롱이 너무나도 선명했던 걸까?

서원준은 그녀의 시선을 피했다. "단비야, 혼자 잘 생각해 봐. 네가 곽씨 가문으로 시집가는 건 우리 모두에게 이득이야."

그 말을 남기고 서원준은 방문을 나섰다.

"하! 형, 쟤한테 암만 말해봤자 소용없어..."

서영환이 주머니에 양손을 찔러 넣은 채, 비아냥거렸다.

"쟤는 은혜라는 게 뭔지도 모르는 애야. 지민이는 항상 우리를 위해 생각해 주잖아? 그런데 쟤를 좀 봐봐, 정말이지 하나도 친 동생 같지가 않아."

서지민이 그의 악보를 수정해 주지 않았더라면, 그가 연예계에서 곡 하나로 뜨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곽정우가 그 꼴이 됐는데, 시집 간다고 해서 어디 닳기라도 해? 덕분에 공짜로 곽씨 가문의 사모님이 되게 생겼잖아? 우리가 대체 뭘 잘못한건데?"

서원준이 나지막이 한숨을 쉬었다. "쟤도 나름 생각이 있겠지."

"하!" 서영환이 코웃음을 쳤다. "생각 같은 소리하네, 쟤한테 무슨 생각이 있겠어? 오늘 친구한테 들었는데, 쟤 고씨 가문 그 자식한테 차였대. 쟤 저거 기분 나쁘다고, 우리한테 화풀이하는 게 분명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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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1장제1화 임신
  2. 2장제2화 강제 결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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