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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그보다 더 단호하게

집에 돌아온 노정우가 그녀에게 입금 내역을 보여주었다. 6억 원이 그녀의 계좌에 입금되었다.

"돈은 네 계좌에 입금했어."

비록 많지는 않지만, 이번 일로 손해를 본 건 아니었다.

노정우가 아쉬운 듯 말했다. "200억 원을 진짜 포기할 거야? 돈 많고 어리석은 사람을 만나기 쉽지 않은데. 이 별장도 무려 80억 원이나 주고 샀잖아."

지난 3년 동안 신서희는 어떤 의뢰도 받지 않고, 오로지 부한결의 좋은 아내로 지내왔다. 그녀가 모아둔 비상금도 거의 바닥 난 상태였고, 이 별장 한 채를 구입하는 데에 그녀의 전 재산이 거의 다 들어간 셈이었다.

이제는 돈을 많이 벌어 여유로운 삶을 즐길 때가 되었다.

"위험한 일이 아니라면, 받을 수 있어. 대신 상대방에 대해 철저히 조사해."

노정우는 그녀의 말뜻을 단번에 알아챘다. 3년 전, 신서희는 한 사람을 구하는 일을 맡았다가 뜻밖에 다른 사람의 이익을 침해한 적이 있었다. 그러자 상대방은 암살자를 고용해 그녀를 죽이려 했다.

만약 그녀의 반응이 빠르지 않았거나, 노정우의 도움을 받지 못했다면, 그날 크게 다쳤을 것이다.

노정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알겠어. 일단 상대를 만나보고 나서 결정할게."

심채원을 만나고 병원을 나선 부한결은 어느새 성원에 도착했다.

어두컴컴한 별장을 바라보며, 그는 신서희가 떠났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았다.

차에 앉아 담배 한 개비를 조용히 다 피우고 나서야 그는 비로소 차에서 내려 별장 안으로 들어갔다.

어둠이 깔린 거실을 둘러보던 그는 신서희가 거실에 불을 켜고 자신을 기다리던 모습이 떠올랐다.

익숙했던 따뜻한 분위기가 사라지자 부한결은 이유 모를 짜증이 치밀었다. 술장으로 다가간 그는 술을 한 잔 따라 단숨에 들이켰다.

곧이어 그는 휴대폰을 꺼내더니 신서희의 번호를 찾아 전화를 걸었다.

그러나 수화기에서 기계적인 시스템 안내음이 들려왔다. "고객님께서 거신 번호는 없는 번호입니다."

부한결은 미간을 찌푸리고 번호가 맞는지 확인하다가 이내 무언가 깨달은 듯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나보다 더 단호한 사람이네.'

지난 3년 동안, 신서희는 온순하고 부드러운 성격으로 부한결의 말에 무조건 순종했다. 그가 이혼을 제안했을 때조차, 그녀는 상처받은 표정으로 그를 놓아주지 않으려 했다.

그런 그녀가 불과 며칠 사이에 번호까지 해지해 버렸다.

부한결은 곧바로 방지훈에게 전화를 걸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신서희가 어디에 있는지 알아봐."

다음 날.

방지훈이 부한결 앞에 나타나 난처한 표정으로 보고했다. "부 대표님, 신서희 씨의 행방을 아직 찾지 못했습니다."

당시 신서희는 아무런 예고도 없이 부한결의 삶에 나타났고, 그녀가 고아라는 사실을 알게 된 부한결은 가족들의 끊임없는 결혼 압박에서 벗어나기 위해 그녀를 결혼 상대로 선택했다.

의지할 곳도 없고, 자신에게 아무런 위협도 되지 않는 신서희는 부한결에게 그야말로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한 선택이었다.

그런데 자신의 곁을 떠난 신서희가 의지할 곳도 없이 어디로 갈 수 있단 말인가?

"계속 찾아봐."

그는 멀쩡한 사람이 흔적도 없이 항성에서 사라질 리 없다고 생각했다.

그때, 부한결의 휴대폰이 요란하게 울려 퍼졌다.

그가 전화를 받자 수화기 너머에서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부 대표님, 심채원 씨가 또 독이 발작했습니다. 의식이 흐릿한 상태에서 계속 대표님의 이름만 부르고 있어서 저희도 어쩔 수 없이 대표님께 전화 드렸습니다."

"채원이한테 내가 지금 바로 간다고 전해."

말을 마친 그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급한 걸음으로 밖으로 나갔다.

3년 전, 부한결은 자신에게 원한을 품은 사람이 파놓은 함정에 빠져 약에 취한 적이 있었다. 약 기운이 온몸으로 퍼져 죽을 것 같은 고통에 휩싸였을 때, 그는 한 여자와 하룻밤을 보내게 되었다. 그 여자가 바로 심채원이었다.

그날 밤이 심채원에게 첫 경험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부한결은 동정심이 들어 결국 그녀를 책임지기로 마음먹었다.

그러나 그동안 심채원과 함께 있을 때마다, 부한결은 마음 한구석이 무언가 허전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오히려 신서희와 함께 있을 때, 더 편안했다

흔적도 없이 사라진 신서희를 떠올린 부한결의 눈빛이 한층 더 어둡게 가라앉았다.

부한결이 병원에 도착했을 때, 공교롭게도 신서희 역시 모자를 꾹 눌러쓰고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채 병원에 나타났다.

엘리베이터에 탄 그녀가 밖으로 나오자마자 전화를 걸었다.

"나 도착했어. 어디야?"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상대방의 안내를 따라 걸음을 옮긴 신서희는 신경외과 주임 사무실 앞에 도착했다.

"선배!"

신서희의 목소리를 들은 주지환이 몸을 돌려 그녀를 와락 품에 껴안으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드디어 나타났구나. 지난 3년 동안 대체 어디에 있었어? 아무 소식도 없었더니!"

신서희는 담담한 표정으로 짧게 대답했다. "나 결혼했어."

주지환은 그 말에 깜짝 놀라 눈을 크게 뜨고 되물었다. "뭐? 누구랑?"

'누가 우리 천사 같은 사매를 꼬셨을까?'

신서희는 그의 질문에 답하지 않고 태연하게 한마디를 덧붙였다. "하지만 지금은 이혼했어."

순간 주지환은 할 말을 잃고 그대로 굳어 버렸다.

막 축하한다는 말을 꺼내려던 주지환은 복잡미묘한 표정을 지으며 목구멍까지 올라온 축하 인사를 도로 삼켰다.

신서희는 그의 표정을 보지 못한 척 의자에 앉으며 화제를 돌렸다. "무슨 일로 날 찾은 거야?"

"스승님의 오랜 친구 분이 수술을 받아야 한다고 해서 날 찾아왔어. 그런데 환자 상태가 워낙 복잡한 데다 연세도 많으셔서 나도 확신이 서지 않더라고. 그래서 네 도움을 좀 받으려고."

사실 주지환은 별 기대 없이 그저 운에 맡기고 연락을 시도했던 것이다. 그런데 무려 3년 동안 감감무소식이다가, 어제 밤에 정말로 신서희와 연락이 닿을 줄은 몰랐다.

신서희가 눈썹을 치켜 올리며 농담 섞인 어조로 물었다. "내가 오랜만에 수술하는 건데, 실패해서 선배의 명성에 먹칠할까 봐 두렵지 않아?"

"네가 실패한다면, 난 더 이 수술을 하지 못하겠지."

"필름 줘. 내가 한번 볼게."

10분 후, 신서희가 자리에서 일어나 담담한 어조로 말했다. "시간 정해지면 알려줘."

이내 그녀는 갑자기 무언가 생각난 듯 물었다. "심채원이 어느 병실에 있는지 알아봐 줄 수 있어?"

주지환이 무심코 고개를 갸우뚱하며 되물었다. "누군데? 네 친구?"

"내 남편의 첫사랑. 그 여자 때문에 내가 이혼했어."

주지환은 또다시 말문이 막혀버렸다.

신서희는 곧바로 심채원의 병실을 찾아가 문에 달린 유리창 너머로 병상에 누운 여자를 보았다. 파란색과 흰색 줄무늬 병원복을 입은 여자는 가녀린 몸매에 남자의 보호 본능을 자극하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심채원의 외모는 그리 뛰어나지 않았다. 솔직히 외모만 놓고 비교하자면 신서희의 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멍청한 남자 같으니라고. 보는 눈도 참 낮아!'

부한결은 직접 귤을 까서 심채원의 입에 넣어주고 있었다. 다정한 표정으로 그녀에게 무언가 말하는 그의 얼굴에 옅은 미소가 번졌다.

3년의 결혼생활 동안 부한결은 자신에게 잘해줬지만, 신서희는 늘 두 사람 사이에 보이지 않는 벽이 놓여 있는 듯한 거리감을 느꼈다. 그가 심채원에게 보여주는 다정한 모습은 신서희가 단 한 번도 본 적 없는 모습이었다.

더 이상 그 모습을 지켜보고 싶지 않았던 신서희는 몸을 돌려 병실을 떠났다.

순간 무언가를 느낀 부한결이 고개를 번쩍 들고 병실을 나서자, 복도 모퉁이를 돌아 사라지는 한 사람의 뒷모습이 스쳐 지나갔다.

'신서희!'

그가 걸음을 재촉해 모퉁이를 돌자 마침 자신을 데리러 온 방지훈과 마주쳤다.

"부 대표님, 무슨 일 있으세요?"

부한결이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여기로 오는 길에 누구 못 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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챕터 목록

총 137장

  1. 1장제1화 이혼
  2. 2장제2화 흥미진진하네
  3. 3장제3화 그보다 더 단호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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