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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제3장 가짜 결혼을 하루도 더 지키고 싶지 않다

"육 대표님, 당시 상황이 너무 긴급해서 어쩔 수 없었습니다. 게다가 그 여자가 나쁜 사람 같지 않아서 응급처치를 허락한 겁니다."

정일준은 잔뜩 겁에 질린 얼굴로 변명을 늘어놓았다.

주치의도 급히 옆에서 거들었다. "육서준 씨, 이번 상황은 그 어느 때보다 위급했습니다. 다행히 그 여자 분이 제때 응급처치를 해준 덕분에 최악의 결과를 피할 수 있었습니다."

육서준의 얼굴은 여전히 먹구름이 낀 듯 어둡게 가라앉아 있었다. "한 시간 안에 그 여자를 내 앞에 데려와."

정일준은 육서준의 속내를 읽지 못한 채, 황급히 고개를 숙이며 대답했다. "네, 알겠습니다!"

정일준이 물러나자 육서준은 주치의를 쳐다보며 차갑게 물었다. "선생님의 말대로라면, 나는 앞으로 매일매일을 마지막 날처럼 여기고 살아가야 한다는 말입니까?"

이번에는 운이 좋았지만, 다음에도 행운이 따를 거라 장담할 수 있을까?

언제 닥칠지 모르는 죽음의 그림자는 통제 욕구가 강한 그를 더할 나위 없이 불쾌하게 만들었다.

주치의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육서준 씨, 유전자 사슬 손상은 아직 시중에 특효약이 없습니다. 하지만 천추 생물 연구소의 Echo 의사가 유전자 복구 약제를 연구 중이라는 소문이 돌고 있습니다. 지금 저희도 Echo 의사와 연락을 취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Echo 의사?'

육서준도 Echo 의사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었다. 그리고 Echo 의사를 찾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지만, 아직까지 아무런 성과도 없었다.

천추 생물 연구소는 극도로 신비한 조직이며, 핵심 멤버인 Echo 의사의 행방은 더욱 미스터리했다. 심지어 Echo 의사가 남성인지 여성인지조차 외부에 전혀 알려져 있지 않았다.

육서준은 손을 흔들어 모든 사람들에게 나가라고 지시했다.

방문이 닫히자 그는 재빨리 화장실에 들어가 거울 앞에 서서 자신의 몸을 자세히 살폈다.

상의를 벗어 던지고 거울 속에 비친 자신의 가슴과 아랫배를 꼼꼼히 훑어보았다.

어젯밤 그는 반쯤 혼수상태에 있었지만, 자신의 몸에 닿는 그 손길만은 또렷이 느낄 수 있었다.

그 여자의 손은 마치 모든 것을 태워버릴 수 있는 마법을 지닌 것 같았다. 그녀의 손끝이 자신의 피부에 닿는 순간, 온몸이 불타오르는 것 같았고 목이 바싹 말랐다.

그는 그녀의 손길이 더욱 뜨거워지기를 바랐고, 그대로 재가 되어 사라져도 좋다고 생각했다.

그 느낌은 너무나도 신비로웠고, 육서준은 아직도 온몸이 저릿저릿한 느낌을 받았다.

그 여자의 외모는 육서준의 취향에 완벽하게 들어맞았고, 그녀의 몸에서 풍기는 향기도 자신이 좋아하는 향이었다. 그녀를 처음 본 순간, 육서준은 그녀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고 싶은 강한 충동에 사로잡혔다.

그 순간, 육서준은 이 지긋지긋한 가짜 결혼을 하루도 더 지키고 싶지 않았다.

재계에서 냉혹하고 침착한 모습을 유지하던 육 대표는 주저 없이 이혼 변호사에게 전화를 걸어 지시했다. "이혼 합의서를 다시 작성해 주세요."

전화를 끊은 육서준은 빠르게 샤워를 마치고 경호원에게 새 정장을 가져오라고 지시했다.

깔끔하게 단장을 마친 그는 침대에 앉아 정일준이 어젯밤의 그 여자를 데려오기만을 기다렸다.

하지만 그가 마주한 것은 정일준의 실망스러운 보고였다.

"육 대표님, 제가 사람을 시켜 시내에 있는 300개가 넘는 병원을 샅샅이 조사해 봤지만, 그 여자의 이력은 찾을 수 없었습니다."

"게다가 문나이트 클럽의 CCTV도 고장 나서 영상이 모두 사라졌습니다. 그 여자의 흔적을 도저히 찾을 방법이 없습니다."

그 말이 끝나자마자, 방 안의 온도가 순식간에 영하로 떨어진 듯한 냉기가 감돌았다.

정일준은 그 압도적인 기세에 꼼짝도 할 수 없이 얼어붙었다.

긴 침묵이 흐른 뒤에야 육서준이 불쾌하고 낮은 목소리로 한마디 내뱉었다. "계속 찾아."

한편, 남지은은 오후 4시가 되어서야 잠에서 깨어났다.

하녀가 문을 두드리지 않았다면, 그녀는 계속 잠들어 있었을 것이다.

약물의 부작용으로 인해 그녀의 유전자 사슬은 최근 들어 많이 불안정해졌고, 생체 리듬 역시 심하게 흐트러졌다.

낮에는 신진대사가 느려지고, 신체 기능이 저하되어 피곤하고 졸음이 쏟아졌다.

반면 밤에는 세포 활성이 최고조에 달해 활력이 넘쳤다.

앞으로 한동안 그녀의 생활 패턴은 계속해서 뒤바뀔 것이다.

남지은은 졸린 눈으로 방문을 열자 방 아주머니와 재덕 아저씨가 문 밖에 서 있는 것을 보았다. 두 사람의 얼굴에는 걱정이 가득했다.

방 아주머니가 먼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사모님, 어젯밤 7시부터 지금까지 21시간 동안 잠만 주무셨습니다. 혹시 몸에 이상이라도 있으신 건 아닙니까?"

재덕 아저씨도 이내 걱정스러운 어조로 덧붙였다. "의사 선생님을 모셔 올까요?"

남지은은 두 사람에게 사실을 말할 수 없었기에 얼버무리며 둘러댔다. "괜찮아요, 그냥 잠이 좀 많을 뿐이에요."

방 아주머니와 재덕 아저씨는 순간 말문이 막혔다. 이렇게 잠이 많은 사람은 처음 봤기 때문이다.

방 아주머니가 다시 입을 열었다. "사모님, 배가 많이 고프실 겁니다. 어서 내려와 식사하십시오."

"네, 알겠어요."

남지은은 잠옷 차림으로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신발 밑창이 바닥에 닿을 때마다 마찰음이 들렸고, 그녀의 모습은 유난히 초췌하고 무기력해 보였다.

지금은 오후 4시여서 그녀의 몸 상태는 많이 나아진 상태였다. 만약 오전이었다면 상황은 더욱 심각했을 것이다.

낮 12시가 최저점, 밤 12시가 최고점, 이런 식으로 반복되었다.

아래층에 내려온 남지은은 느긋하게 하품을 했다.

그러나 하품을 채 끝내기도 전에 변호사가 갑자기 그녀의 앞에 나타났다. "남지은 씨, 육서준 씨께서 이혼 합의서에 서명해 달라고 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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챕터 목록

총 275장

  1. 1장제1화 역사상 가장 자극적인 신혼 첫날밤
  2. 2장제2화 공개적으로 모욕당하다
  3. 3장제3화 제3장 가짜 결혼을 하루도 더 지키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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