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83277/coverbig.jpg)
제2화
다음 날 아침, 집은 무덤처럼 고요했다. 강태준은 그녀가 깨기 전에 나갔고, 그의 쪽 침대는 차갑고 흐트러짐 없었다. 그가 쓰는 비싼 향수 냄새가 희미하게 공중에 떠 있었다. 그곳에 살지만 진정으로 존재하지 않는 남자의 유령처럼.
서지우는 여행 가방 하나만 쌌다. 결혼 전 자신의 것이었던 물건들만 챙겼다. 책들, 스스로 산 몇 벌의เรียบง่าย한 옷, 그리고 잠시 멈춰뒀던 인생이 담긴 상자. 그 외의 모든 것—강태준이 그녀의 사이즈나 스타일도 묻지 않고 사준 명품 옷들, 상자 속에서 한 번도 꺼내지 않은 보석들, 그의 favorite 요리를 완벽하게 만들기 위해 사용했던 주방 도구들—은 모두 남겨두었다. 그것들은 그녀가 더 이상 연기하지 않는 연극의 소품일 뿐이었다.
가방 지퍼를 올리려는데 초인종이 울렸다. 조용한 집 안에서 그 소리는 jarring했다. 기다리는 사람은 없었다.
문을 열자 잡지 표지에서 막 걸어 나온 듯한 여자가 서 있었다. 키가 크고 날씬했으며, 서지우의 한 달 식료품 예산보다 비쌀 법한 날카로운 흰색 팬츠 슈트를 입고 있었다. 완벽하게 스타일링된 금발 머리, 밝고 연습된 미소에는 진짜 온기가 없었다. 소개 없이도 서지ou는 그녀가 누구인지 알았다.
최유라.
“안녕하세요.”
최유라가 비단처럼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지우 씨 맞죠? 전 유라예요.”
그녀는 악수를 청하지 않았다. 그저 서지우 너머로 집 안을 훑어볼 뿐이었다.
“태준 씨 있나요? 제 브랜드 법률 검토 최종안 때문에 아침에 만나기로 했는데.”
서지우가 대답하기도 전에, 복도에서 강태준의 우렁찬 목소리가 들려왔다.
“유라 씨! 일찍 왔네요.”
그는 서지우를 지나쳐 걸어갔다. 그의 얼굴은 서지우가 몇 년 동안 자신을 향해서는 본 적 없는 진심 어린 미소로 환하게 빛났다. 그는 최유라를 따뜻하게 껴안았다. 길고 깊은 역사를 말해주는 스스럼없는 친밀함이었다.
“마침 근처에 있었어요.”
최유라가 몸을 떼면서도 그의 팔을 놓지 않은 채 말했다.
“이번 지적 재산권 문제가 좀 걱정돼서요. 이번 주에 새 라인 론칭인데, 차질이 생기면 안 되잖아요.”
“걱정 말아요.”
강태준의 목소리는 낮고 reassuring했다.
“내가 다 처리하고 있어요. 관련 판례도 다 뽑아놨고. 놈들이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기도 전에 끝내버릴 테니까.”
그는 그녀를 거실로 이끌었다. 문간에 서 있는 서지우는 완전히 잊은 채였다. 그들은 소파에 앉아 최유라가 명품 가방에서 꺼낸 태블릿을 함께 들여다보며 머리를 맞댔다. 그는 완전히 몰두해 있었다. 그의 집중력은 절대적이었다. 불가능한 사건을 이길 때 사용하던 바로 그 집중력. 아내에게는 단 한 번도 보여준 적 없는 그 집중력.
서지우는 그들을 지켜보았다. 그들은 함께 있을 때 완벽해 보였다. 서울의 파워 커플. 그는 뛰어난 검사. 그녀는 셀러브리티 디자이너. 그들은 한 쌍이었다.
서지우는 아무것도 느끼지 못했다. 질투도, 분노도 아니었다. 그저 심오하고 오싹한 명료함뿐이었다. 나는 이곳의 이방인이구나. 임시방편. 배역이 이미 정해진 줄도 모르고 어리석게 오디션을 본 역할.
그녀는 조용히 현관문을 닫고 자기 방으로 돌아갔다. 여행 가방을 집어 들었다.
거실을 지나갈 때, 최유라의 웃음소리가 들렸다.
“어머, 태준 씨. 내가 커피에 설탕 하나, 아몬드 밀크 약간 넣는 것까지 기억하네요. 역시 날 제일 잘 아는 건 당신뿐이야.”
“어떤 것들은 잊히지 않지.”
강태준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대답했다.
서지우는 문손잡이를 잡은 채 멈췄다. 그녀는 3년 동안 매일 아침 그의 커피를 탔다. 블랙, 설탕 두 스푼. 목숨이 걸려도 그가 기억해내지 못할 간단한 사실이었다.
그녀는 소리 없이 집을 나섰다. 뒤돌아보지 않았다. 공항으로 가는 택시를 잡았다. 서울의 햇살이 그녀의 피부에 거칠고 이질적으로 느껴졌다.
비행기 안, 거대한 서울이라는 도시가 발아래로 작아질 때, 서지ou는 노트북을 열었다. 박 대표가 이미 그녀의 복귀 후 첫 사건 파일을 보내왔다. 잔혹하고 판돈이 큰 적대적 인수합병 사건이었다. 의뢰인은 파산 직전이었고, 상대편 변호인단은 악랄하기로 소문난 로펌이었다. 모두가 이길 수 없는 사건이라고 했다.
서지우는 예비 서면을 읽어 내려갔다. 그녀의 머릿속이 제자리를 찾아가는 소리가 들렸다. 도전의 익숙한 전율, 약점을 찾는 사냥, 머릿속에서 펼쳐지는 전략. 마치 3년 동안 참았던 숨을 다시 쉬는 것 같았다.
꽃을 꽂고 남편이 돌아오길 기다리던 여자는 사라졌다.
네메시스는 이미 일하고 있었다.
챕터 목록
총 21장
/0/97802/coverbig.jpg)
/0/92890/coverbig.jpg)
/0/95011/coverbig.jpg)
/0/95716/coverbig.jpg)
/0/97765/coverbig.jpg)
/0/90407/coverbig.jpg)
/1/129329/coverbig.jpg)
/1/129395/coverbig.jpg)
/1/129328/coverbig.jpg)
/1/129330/coverbig.jpg)
/1/131294/coverbig.jpg)
/1/131303/coverbig.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