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건너뛰기

윤소율의 시점

그들은 나를 주방에서 일하게 했다. 감자를 깎고, 바닥을 문지르는 일은 허드렛일로 위장한 벌이었다. 육체노동은 고됐고, 내 다리는 끊임없이 비명을 지르는 듯한 고통을 겪었지만, 나는 그 타는 듯한 아픔을 기꺼이 받아들였다. 그것이 기억들을 떨쳐내 주었기 때문이다.

아주 짧은 순간, 나는 길을 잃기 전의 시간을 떠올렸다. 어머니의 손길이 다정했고, 아버지의 미소가 아직 눈가까지 번지던 시절을. 나는 그 기억을 짓눌러버렸다. 그 가족은 죽었다.

어느 날 저녁, 내가 절뚝거리며 헛간으로 돌아갈 때, 시온이 숲 가장자리에서 나를 가로막았다. 매끄러운 검은색 타운카가 근처에 공회전하고 있었고, 엔진은 낮게 가르랑거리는 소리를 냈다.

그는 작은 상자를 내밀었다. 그 안에는 산딸기가 얹힌 작은 케이크가 있었는데, 마치 다른 사람의 삶처럼 느껴지는 어린 시절에 내가 가장 좋아했던 것이었다. 그것은 평화를 위한 서툴고 애처로운 시도였다.

"이것도 가져왔어요." 그가 또 다른 상자를 내밀며 말했다.

검은 벨벳 위에 포근히 놓인 그 안에는 진홍색 실크 드레스가 있었다. 한때 내가 그의 아내이자 이 도시의 여왕으로서 입기를 꿈꿨던 그런 드레스였다.

내 마음은 우리가 십 대였을 때의 매복 공격으로 번쩍 되돌아갔다. 그를 향했던 은탄환의 찌르는 듯한 고통. 그는 그게 나였다는 걸 전혀 알지 못했다. 윤서연이 그 영광을 차지했고, 그와 함께 그가 이제 명예를 걸고 갚아야 한다고 느끼는 생명의 은인이라는 빚까지 가져갔다.

"난 빨간색 안 좋아해요." 나는 그에게 상자를 밀어 돌려주며 말했다. 그의 얼굴에 떠오른 혼란은 작고 씁쓸한 승리였다.

"드라이브 가요." 그가 수년 동안 내가 들었던 것 중 가장 부드러운 목소리로 제안했다. "달빛 호수로요. 우리가 예전에 그랬던 것처럼요."

나는 차에 탔다. 씁쓸한 호기심이 나를 부추겼다. 나는 그 연기가 얼마나 오래갈지 보고 싶었다.

우리가 중간쯤 갔을 때 그의 전화기가 울렸다. 그는 화면을 힐끗 보았고, 그의 온몸이 굳어졌다.

당연히 그녀였다. 윤서연이 그를 필요로 했다.

그의 초점, 그의 온 세상이 그녀에게로 홱 돌아갔다. 그의 눈에 깃들었던 짧은 온기는 사라지고, 보스의 차가운 권위로 대체되었다.

"차 돌리세요. 당장요." 그가 운전기사에게 쏘아붙였다.

그는 사과하지 않았다. 그는 설명하지 않았다. 그는 나를 쳐다보려고조차 하지 않았다.

운전기사는 어둡고 텅 빈 길가에 차를 세웠다. 시온은 내 쪽 문을 향해 날카롭게 손짓했다. 권유가 아닌 명령이었다. 내리라는.

나는 내렸다.

무거운 문이 내 뒤에서 쾅 닫혔다.

타운카가 저택을 향해, 그녀를 향해 다시 속력을 내어 달려갈 때, 그는 나를 그 길가에 남겨두었다.

지금 읽을 수 있는 내용은 여기까지입니다.

이어서 읽으면 이야기가 계속됩니다.

이어서 읽기

챕터 목록

총 29장

  1. 1장제1화
  2. 2장제2화
  3. 3장제3화

신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