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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뽑기'로 얻은 남편의 예비 약혼녀가 보낸 변호사
'그럴 리 없잖아? '김이서는 그 생각을 지웠다. 컵라면을 살 때마다 젓가락이 없는 컵라면만 귀신 같이 골라 사는 그녀다. 그런 그녀에게 이런 행운이 있을 수 없다고 생각했다.
'아마 그저 동명이인이겠지.'
그 시각, Z국 최대의 IT 기업 대표 이재준의 비서가 공포에 질린 얼굴로 휴대폰을 손에 꼭 쥔 채, 대표 사무실 문을 두드렸다.
"들어 와."
이재준의 차가운 목소리는 감정이라곤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대표님… 방금 한 아가씨가 시스템에서 '뽑기'를 했는데, 대표님을 뽑으셨습니다!"
비서는 두려웠던 나머지 말을 더듬었다.
이재준이 여자를 얼마나 싫어하는지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 평소 회사에서 감히 이재준의 반경 1m 이내에 접근한 여직원은 모두 해고당했다.
하지만 너무 이상했다. 올해, 그는 분명 이재준을 대신해 '싱글세'를 납부했다. 그런데 이재준의 이름이 어떻게 뽑기 시스템에 등록된 걸까?
'시스템 오류일까?'
이재준의 안색이 좋지 않은 것을 본 비서가 말했다. "대표님, 지금 바로 이 일을 처리하겠습니다. 시스템 오류가 확실합니다. 지금이라도 바로잡으면 늦지 않을 겁니다!"
비서는 즉시 휴대폰을 꺼내 들었고 실시간 검색어에 뜬 기사를 발견했다.
<충격! 극도로 여자를 싫어하는 신흥 재벌 이재준, 행운의 소녀에게 결혼 상대로 뽑히다!>
비서는 감히 숨도 제대로 쉬지 못했다.
이재준은 얼굴을 굳히고 말했다. "일단 상황을 지켜보도록 해."
최근 그는 집안의 정략결혼 압박에 숨도 제대로 쉬지 못했다. 화가 난 그는 자신의 이름을 '뽑기' 시스템에 등록해 결혼을 재촉하는 가족들에게 겁을 줬다.
'싱글세'를 납부했으니 뽑히지 않을 것이라고 그였건만...
정말로 뽑히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어렸을 때 사고를 당한 이후, 그는 이상한 버릇이 생겼다. 여자가 그에게 접근하면 다가오면 호흡이 가빠져 숨을 제대로 쉴 수 없었고 몸에 두드러기가 돋았다.
지금까지도 그는 해결책을 찾지 못했다.
이 일은 극비다. 만약 소문이 퍼지면 고속 상승기에 있는 회사는 주가가 폭락할 것이다.
그래서 이재준은 자신이 여자를 극도로 싫어한다고 외부에 선언했다. 게다가 그에게 가까이 다가오는 여직원들을 전부 해고했기에, 그가 여자를 싫어한다는 소문은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였다.
하지만 지금, 사고가 터졌다. 뽑기 결과를 취소하려면 막대한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다. 어쩌면 회사의 평판에도 영향이 갈 수 있다.
이재준은 직접 구청에 가보기로 결정했다. 만약 정 안 된다면, 상대방과 가짜 결혼을 협상하는 것도 방법이니까.
비서는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
겉으론 평범해 보이지만, 특수 개조를 거쳐 방탄 기능까지 탑재한 검은색 고급 세단 열 몇대가 도로를 질주했다.
구청 대기실에서 '남편'을 기다리는 김이서는 너무 지루했다.
그때,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자신의 남편일 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김이서는 눈을 반짝였다.
하지만 정작 나타난 사람은 중년의 대머리 남자였다.
김이서의 얼굴에 놀람과 실망이 스쳤다.
'분명 22살일 텐데? 벌써 이 꼴이 되었다고?'
상대방은 엄숙한 표정으로 자신을 소개했다. "김이서 씨, 안녕하세요. 저는 김이서씨가 뽑은 결혼 상대의 예비 약혼녀인 정은아 씨가 고용한 변호사입니다."
"정 아가씨는 김이서 씨가 어려움을 알고 알아서 물러나길 바라십니다. 김이서 씨가 자발적으로 이재준 씨와의 결혼을 취소하신다면, 위약금 2억 원과 정신적 손해 배상금 2억 원을 지급하겠다고 하셨습니다."
김이서는 이런 상황이 펼쳐질 거라고 생각도 못했다. 그녀는 그저 아무렇게나 뽑기를 했을 뿐이다. 그런데 '돈을 줄 테니 내 아들 곁을 떠나' 라는 대사를 들을 줄은 몰랐다.
그녀는 투덜거렸다. "정 아가씨가 정말 제 미래 남편의 예비 약혼녀라면, 어떻게 그의 이름이 뽑기 시스템에 등록된 거죠? 게다가 정 아가씨가 선뜻 돈을 주겠다고 하는 걸 보니, 정 아가씨의 약혼자도 부자인 것 같네요. 그런데 부자가 '싱글세'를 내지 못해 추첨 시스템에 이름이 등록되었고 저 같은 평범한 사람한테 뽑혔다고요?"
김이서는 고개를 저으며 정 아가씨가 사랑에 눈이 멀어 판단력을 잃었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좋은 일이라면, 절대 그녀 같은 평범한 사람에게 이런 행운이 차려지지 않을 것이다. 돈 많은 놈들이 뒷거래로 이미 채갔을 테니까.
그러니 지금처럼 그녀에게 포기하도록 강요할 일도 없을 것이다.
"농담하는 거 아닙니다. 김이서 씨가 추첨한 사람은 최고... 이재준 씨입니다. 이재준 씨와 정 아가씨는 집안이 비슷하고, 세력도 대등합니다."
"충고 하나 해드리죠. 당신 같은 평범한 집안의 여자는 이씨 가문에 어울리지 않습니다. 일찌감치 마음을 접는 게 좋을 겁니다. 얼마를 받아야 취소 신청을 하시겠습니까?"
변호사는 점점 더 공격적인 태도를 보였다.
김이서는 기분이 언짢았다. "이재준 씨가 정말 이 결혼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면, 그가 직접 추첨 취소를 신청해야죠. 왜 제가 취소해야 하는데요?"
뽑기 취소의 대가는 매우 심각했다. 김이서는 졸업장을 받지 못해 취업도 할 수 없게 될 것이다.
그런데 정은아는 고작 2억으로 그녀의 미래를 사려고 했다. '꿈도 야무지네.'
그녀는 다른 사람의 실수 때문에 자신의 인생을 망칠 정도로 어리석지 않았다.
"당신!"
변호사는 화가 치밀어 올랐다. 정 아가씨는 감히 이 일을 이재준에게 알릴 수 없다. 그렇지 않다면 그가 굳이 이곳에서 김이서에게 취소를 권할 일도 없었을 것이다.
"정 아가씨가 어떤 사람인지 알고 있습니까? 국제 대회에서 대상을 수상하고 국가의 위상을 드높인 피아니스트입니다! 당신 같은 평범한 여자가 감히 정 아가씨와 비교할 수 있겠습니까?"
김이서는 너무 불쾌했다.
변호사는 그녀의 표정이 굳은 걸 보고 의기양양하게 사진 한 장을 꺼내 김이서의 앞에 내밀었다. "보세요! 이 분이 바로 정 아가씨입니다!"
사진 속 여자를 본 순간, 김이서의 표정이 차갑게 식었다.
그녀는 그 여자가 누군지 알고 있었다.
15살 때, 누군가 그녀를 찾아와 자신이 그녀의 친부모라고 주장했다.
그들은 집에 그녀보다 100배는 더 뛰어난 언니가 있다고 말했다.
그녀가 집에 돌아가겠다고 하지도 않았는데 부부는 김이서를 협박했다. 절대 그녀의 물건을 뺏지 말아야 할 것이며 그녀의 마음을 마음을 아프게 해서도 안 된다고 했다.
사실 그들이 김이서가 정씨 가문에 돌아가는 걸 허락했던 이유도 그저 정씨 가문의 핏줄이 밖에 떠도는 게 싫었을 뿐이다.
김이서가 당시 봤던 사진 속 소녀와 변호사가 손에 쥔 사진 속 여자는 똑같이 생겼다.
"김이서 씨, 집안 형편이 좋지 않다고 들었습니다. 정 아가씨의 말 한마디면 김이서 씨의 양부모님은 직장을 잃을 수도 있습니다…"
"어디 해봐요!"
"누가 감히!"
남자와 여자의 목소리가 동시에 울려 퍼졌다.
챕터 목록
총 109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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