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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제 병이 많이 심각한가요

"똑바로 서요."

남자의 차가운 중저음이 임서아의 생각을 현실로 끌어당겼다.

정신을 차린 그녀가 빨갛게 달아오른 얼굴로 황급히 그의 품에서 벗어나 몸을 똑바로 세웠다.

그녀는 서둘러 바지를 챙겨 입고는 남자에게 등을 돌린 채, 손바닥으로 뜨겁게 달아오른 자신의 뺨을 톡톡 치며 마음을 가라앉히려고 애썼다.

'미쳤어, 미쳤어.'

'이렇게나 차갑고 엄숙한 낯선 남자를 상대로 이런 음탕한 생각을 하다니.'

마음을 가라앉힌 임서아는 책상 앞으로 다가가 기어 들어가는 목소리로 물었다. "의사 선생님, 제 병이 많이 심각한가요?"

남자의 긴 손가락이 빠르게 키보드를 두드렸다. "단순한 산부인과 문제가 아니라, 장기간의 성생활 부족으로 인한 심리적 질환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임서아는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며 옷자락을 움켜쥐었다. "심리 질환이요?"

"네."

심준혁의 날카로운 눈썹이 살짝 찌푸려졌다. "결혼 후, 생리적 욕구가 장기간 충족되지 않아 생긴 심리적 문제로 보입니다. 제때에 해결하지 않으면 점점 심각해질 겁니다."

임서아는 마음이 불안해졌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나요? 심리 치료를 받아야 하나요?"

"그럴 필요는 없습니다."

심준혁이 잠시 침묵하더니 촉촉하게 젖은 여자의 눈을 가만히 바라보며 말했다. "집에 돌아가 남편과 진솔한 대화를 나누는 걸 추천합니다. 정상적인 성생활을 하면 괜찮아질 겁니다."

임서아의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 올랐다. "하지만 남편은..."

여자의 나약하고 무기력한 목소리에 심준혁은 자기도 모르게 마른 침을 삼켰다.

그는 더 이상 그녀를 쳐다보지 못하고 시선을 모니터에 고정했다. "부부잖아요. 너무 조심스러워 할 필요는 없습니다. 병에 대해 솔직하게 이야기하고 남편에게 도움을 청해 보세요."

"아니면..."

남자가 잠시 말을 멈췄다. "서프라이즈를 준비 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네요. 남편에게 환자분의 여성적인 매력을 어필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걱정마세요. 문제를 해결 할 수 있는 방법은 많아요."

말을 마친 그는 모니터만 들여다 보았는데, 그의 옆모습은 차갑기만 했다. "환자분의 문제는 이틀 후 검사 결과가 나와야 정확한 진단을 내릴 수 있습니다."

임서아의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

"감사합니다, 선생님." 그녀는 입술을 꼭 깨물고 인사를 하고는 도망치듯 수치스럽고 난감한 진료실을 빠져나갔다.

여자가 떠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진료실 뒷문이 열렸다.

하얀 가운을 입은 중년 여자가 두꺼운 병력 차트를 손에 들고 들어왔다.

책상 위에 새로 추가된 병력 차트를 발견한 주채련이 미간을 찌푸리더니 책상 위에서 펜을 집어 들어 심준혁에게 던졌다. "이 자식아, 내가 없는 사이에 함부로 내 환자를 진료해?"

"이모가 언제 돌아 오는지도 몰랐고 환자가 너무 급해 보이 길래..."

심준혁은 마스크를 벗고 의자에 기대 앉더니 담담하게 말했다. "그래서 내가 겸사겸사 진료해 줬어요."

"겸사겸사? 진료가 장난이야?"

주채련이 그를 노려봤다. "네가 아무리 내가 의과 대학에서 가르쳤던 학생들 중 가장 뛰어난 제자라고 해도, 넌 일찍이 의학을 포기하고 집안의 상업 제국을 물려 받았잖아. 현역 의사도 아닌 네가 네가 환자를 진료하다가 사고라도 생기면 어쩌려고 그래?"

심준혁이 입 꼬리를 살짝 올렸다. "간단한 산부인과 검사인데, 무슨 사고가 생기겠어요?"

말을 마친 그가 주채련을 쳐다보며 책상을 톡톡 두드렸다. "주 이모, 무슨 급한 일이길래 오늘 막 귀국한 저를 이모 병원으로 부른 거에요?"

주채련이 한숨을 길게 내쉬고 품에 안은 서류를 책상 위에 놓았다. "네 엄마가 돌아가시기 전에 나한테 몇번이나 말했어. 네가 너를 사랑해 주고 아껴 주는 여자와 결혼 해, 가정을 꾸리는 모습을 보는게 소원이라고 말이야."

"전에는 네가 해외에서 사업 때문에 바쁘길래, 내가 재촉하지 않았어."

"하지만 너도 이제 귀국했으니, 결혼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 좀 해봐."

말을 하는 와중에 주채련이 휴대폰을 꺼내더니 예쁜 여자의 사진을 찾아 그에게 보여 주었다. "우리 병원 부원장 딸이야. 너랑 같은 또래고, 집안도 비슷해. 게다가 얼굴도 예뻐, 한번 고려해 봐."

심준혁이 주채련의 휴대폰 화면에 나타난 사진을 흘깃 쳐다보더니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제 스타일 아니에요."

"그럼 어떤 스타일을 좋아하는데?"

주채련의 물음에 심준혁은 왠지 모르게 방금 떠난 여자의 빨갛게 달아오른 얼굴이 떠올랐다.

"이모 책상 위, 의료 차트에 나와 있는 여자요."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입 꼬리를 살짝 올렸다. "하지만 유부녀더라고요. 나중에 이모가 그녀더러 이혼하고 저와 결혼하라고 잘 설득해 주세요."

주채련이 그를 노려봤다. "이 자식이!"

"에이, 이모. 화내지 마세요."

평소 차갑고 무뚝뚝하기만 하던 남자의 얼굴에 환한 미소가 번졌다. 그는 마디가 선명한 손가락으로 그녀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렸다. "이모가 저를 걱정하는 건 알지만, 전 아직 결혼할 생각이 없어요."

"회사에 급한 일이 있어 먼저 가 볼게요. 다음에 집으로 찾아 뵐게요."

말을 마친 심준혁이 진료실을 나섰다.

떠나는 남자의 뒷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던 주채련은 어쩔 수 없다는 듯 미간을 문지르며 의자에 앉았다.

책상 위에 놓인 방금 전 환자의 의료 차트를 발견한 그녀는 입술을 삐죽 내밀고 서류를 열었다. "저 자식의 이상형이 대체 어떤 여자인지 한번 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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챕터 목록

총 337장

  1. 1장제1화 전 아주 많이 원해요
  2. 2장제2화 제 병이 많이 심각한가요
  3. 3장제3화 임서아 씨, 지금 뭐하는 거에요 발정 났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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