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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제3장 경시에 남겠어요
심서연은 소파에 앉아 있는 여자를 바라보았다. 청초한 얼굴에 부드러운 눈매, 단아한 분위기를 풍겼다.
가만히 앉아만 있는데도 손짓 하나, 몸짓 하나에 여유롭고 대범한 느낌이 묻어났다.
"서연 씨, 안녕하세요. 저는 진민희라고 해요. 편하게 민희 언니라고 불러요."
진민희가 부드럽고 여유로운 미소를 지었다.
심서연은 진민희를 알고 있었다.
진민희를 만나는 장면을 수없이 상상했지만, 막상 이렇게 마주하니 속수무책으로 당한 기분이었다.
마음속이 어떤 심정인지 형용할 수 없었다. 심서연은 그저 무수히 많은 가늘고 촘촘한 바늘이 가슴을 파고들어 심장을 찌르는 듯한 통증을 느꼈다.
"민희 언니, 안녕하세요. 서연이에요."
심서연은 애써 미소를 지어 보이고는 배성덕과 서영순에게도 차례로 인사했다.
"배 아저씨, 서 아주머니."
배성덕이 소파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자, 사람들도 다 왔으니 식사하자꾸나."
일행이 식당으로 향했다. 진민희는 거의 모두에게 둘러싸여 옮겨가다시피 했다.
심서연만 홀로 뒤처졌다.
배유천의 오른쪽에는 진민희가 앉았고, 왼쪽 자리는 비어 있었다.
그가 담담하고 자연스러운 어조로 말했다. "서연아, 이리 와서 앉아."
진민희의 시선이 무심결에 심서연에게서 잠깐 머물렀다.
심서연은 얌전히 다가가 자리에 앉았다. 고개를 숙이고 시선을 내리깔은 모습이 더없이 순종적이었다.
식탁은 음식으로 가득 차 있었다.
하지만 심서연이 좋아하는 음식은 몇 가지 없었다.
복잡한 심경의 심서연은 그저 고개를 숙이고 밥만 먹을 뿐, 말이 없었다.
그때 배유천이 갈비 한 점을 집어 심서연의 그릇에 놓아주었다.
"갈비 좋아하잖아. 왜 밥만 먹고 있어." 배유천의 말투는 언제나처럼 부드러웠다.
"저녁때가 다 돼서야 네가 온다는 걸 알아서, 네가 좋아하는 가지랑 매운 소고기 볶음은 미처 준비 못 했어. 일단 좀 먹고, 모자라면 이따가 내가 취경헌에 가서 먹자."
자세히 들어보면 그의 말속에 다정한 기색이 배어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심서연은 순간 멍해졌다.
배유천이 아직도 자신이 좋아하는 음식들과 가장 좋아하는 식당을 기억하고 있다니...
"고마워, 유천 오빠."
진민희가 웃으며 배유천을 애교 섞인 눈으로 흘겼다. "유천, 당신은 내가 뭘 좋아하는지도 모르잖아."
분위기가 갑자기 알아차리기 힘든 미묘한 기류에 휩싸였다.
서영순이 재빨리 분위기를 수습하며 살갑게 진민희의 그릇에 음식을 몇 가지나 덜어주었다. "누가 그래? 오늘 저녁상에 오른 음식들 다 네가 좋아하는 것들이야. 유천이가 아침부터 일찍이 부탁해 둔 거야."
"우리가 서연이가 오늘 올 줄은 몰라서, 서연이가 좋아하는 건 갈비 하나밖에 없어. 유천이가 기억력이 좋잖니. 서연이랑은 어릴 때부터 친남매처럼 붙어 다녔으니, 뭘 좋아하는지 기억하는 것도 당연하지."
"그래요?" 진민희가 놀란 듯 물었다.
그녀는 배유천을 보며 웃었다. "오늘 음식들 정말 다 제가 좋아하는 것들이네요. 근데 언제 제가 이걸 좋아하는지 기억하셨어요?"
배유천이 자연스럽게 랍스터 살을 한 점 집어 진민희의 그릇에 놓아주었다. "매일 같이 밥 먹는데, 신경 좀 쓰면 기억하지."
진민희가 그 말에 다정하고 달콤하게 웃었다.
그녀는 다시 고개를 돌려 심서연에게 말했다. "서연아, 이제 나도 네가 뭘 좋아하는지 알았어. 시간 날 때 자주 와서 오빠랑 나랑 같이 밥 먹어."
심서연은 순순히 대답했지만, 마음은 복잡하게 엉클어졌다.
정말로 그녀가 좋아하는 음식을 준비할 시간이 없었던 걸까, 아니면 애초에 준비할 마음이 없었던 걸까?
심서연은 깊이 생각하고 싶지 않았지만, 가슴속에서 시큰한 감정이 멈추지 않고 차올랐다.
'오빠', '동생' 하는 말들은 시시각각 그녀와 배유천의 거리가 얼마나 먼지를 일깨워 주었다.
저녁 식사가 끝난 후.
진민희는 다른 일이 있어 오래 머물지 못했다. 그녀의 기사가 배씨 가문 별장 밖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서영순은 심서연과 배유천을 데리고 그녀를 배웅하러 나갔다.
배유천과 진민희가 나란히 앞서 걸었다. 보기 좋은 한 쌍이었다.
문 앞에 다다르자 배유천이 진민희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차 타. 집에 도착하면 연락하고."
진민희가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 "응."
두 사람은 더없이 다정하고 가까워 보였다.
심서연은 속으로 자학하듯 생각했다. 배유천 오빠가 행복한 걸 보는 것만으로도 괜찮다고 하지 않았나?
그런데 왜 이렇게 마음이 아픈 걸까?
그녀는 마치 시궁창 속에서 남의 행복을 넘보는, 대놓고 나설 수도 없는 쥐새끼 같았다.
진민희의 차가 떠나는 것을 지켜본 후, 세 사람은 별장으로 돌아왔다.
배성덕이 차를 준비하고 있었다. 몇 사람이 자리에 앉자 그가 심서연에게 찻잔을 건넸다.
"Y국에는 언제 돌아갈 거니?"
너무나 직설적인 질문이었다.
심서연은 손을 꽉 쥐고 눈을 내리깔며 말했다. "저, 경시에 남을 거에요."
순간 공기가 얼어붙었다.
서영순이 미간을 찌푸렸다. 얼굴에 노골적인 불쾌감이 드러났다. "서연아, 배씨 가문이 지난 몇 년간 너를 키우기 위해 얼마나 많은 공을 들였는지 알지."
"유천이가 겨우겨우 Y국에서 인맥을 뚫어 놨는데, 이제 와서 돌아오겠다니. Y국에서의 일과 자원은 다 버리겠다는 거니?"
챕터 목록
총 320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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