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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제2장 아내의 의무
한 달이 지났지만, 신유진은 우기명의 얼굴도 보지 못했다.
밖에는 우씨 가문 도련님이 병이 위중하여, 신부인 그녀가 평생 수절하며 살아야 할지도 모른다는 소문이 퍼졌다.
하지만 신유진은 그런 소문에 신경을 쓰지 않았다. 이 순간, 그녀는 항성 최고 호텔인 운정 호텔의 프레지던트 스위트룸에 있었다.
순종적인 표정은 온데간데없고, 날카로운 눈빛이 방안을 꿰뚫었다.
"대표님, 신씨 가문에서 대표님을 이렇게까지 괴롭히는데, 왜 굳이 신분을 낮춰, 우씨 가문과의 정략결혼에 동의 하신 겁니까?"
검은색 옷을 입고 신유진의 뒤에 선 안영수가 불만을 가득한 얼굴로 그녀에게 기밀 서류를 건넸다.
신유진이 잔에 담긴 와인을 가볍게 흔들었다. 그녀의 차갑지만 맑은 눈동자에 항성의 야경이 비쳤다.
"8년 전 사문(师门)에서 일어난 참사의 단서가 항성에서 끊겼어. 항성에서 내 정보망을 피해 갈 수 있는 사람은 우씨 가문밖에 없어."
그녀는 잔에 남은 와인을 단숨에 마셔버리고 차갑게 입을 열었다. "호랑이를 잡으려면 호랑이 굴에 들어가야 해. 진실을 밝히고 나면, 우씨 가문 사모님 자리는 나한테 아무 의미도 없어. 준다고 해도 받지 않을거야."
신유진이 별장에 돌아왔을 때는 이미 자정이 넘은 시각이었다.
침실 문을 열고 들어가려던 그녀가 갑자기 자리에 멈춰 섰다.
욕실 문이 살짝 열려 있었고 방안에 수증기가 자욱했다.
그때, 한 남자가 상의를 입지 않은 채, 허리에 타올 한장만 대충 걸치고 욕실에서 걸어 나왔다.
그는 극도로 말랐지만, 병적으로 야윈게 아니라 날카롭고 단단한 느낌을 주는 그런 몸매를 가지고 있었다.
그의 얼굴은 믿기지 않을 정도로 잘생겼는데, 차갑고 음침한 기운을 풍겨내고 있어 감히 눈을 마주치기도 어려웠다.
두 사람의 시선이 허공에서 마주쳤다.
우기명의 미간이 살짝 찌푸려지더니, 날카로운 눈빛으로 신유진을 위아래로 훑었다.
"신씨 가문에서 보낸 사람이야?"
신유진은 날카로운 눈빛을 거두고 순하고 겁먹은 표정을 지었다. "네."
우기명이 차갑게 실소를 터뜨리더니 소파에 앉아 긴 손가락으로 와인잔을 쥐었다.
"내가 곧 죽을 사람이라는 건 알고 있겠지?"
어두운 조명 아래, 얼굴의 절반이 그림자에 가려져 있어 그의 표정을 읽을 수 없었다.
신유진은 한참을 망설이다 입을 열었다. "우 선생님께서 몸이 좋지 않다는 소식만 들었습니다."
"몸이 좋지 않다라..." 우기명은 웃긴 농담을 들은 듯 픽 웃더니 손짓했다. "이리 와."
신유진은 순종적으로 그의 앞에 멈춰 섰다.
다음 순간, 엄청난 힘이 그녀를 덮쳤다.
우기명이 그녀의 손목을 움켜잡더니 품에 끌어안았다.
"읍..."
신유진은 그의 다리 위에 앉고 말았고, 그의 차가운 손가락이 그녀의 턱을 세게 움켜쥐었다.
"신씨 가문에서 너한테 무슨 이득을 줬길래 곧 죽을 사람한테 시집을 온 거야? 아니면, 설마 다른 목적을 가지고 우씨 가문에 들어 온 건 아니겠지?"
거리가 가까웠던 탓에, 그녀는 그의 숨결에서 희미한 약 냄새와 진한 술 냄새를 맡을 수 있었다.
그가 받은 자료에 따르면, 신유진은 사랑에 눈이 먼, 순종적인 여자라고 했다. 하지만 눈앞의 여자는 겁에 질린 표정을 짓고 있었으나 심박수는 놀랍도록 안정적이었다.
신유진은 손끝에 힘을 주었다.
'이 남자, 소문보다 훨씬 더 예리하고 위험해.'
그녀는 그의 목에 두 팔을 두르고 부드러우면서도 도발적인 목소리로 말했다. "우 선생님께서 괜한 생각을 하시는 것 같아요. 저는 그저 아내의 의무를 다하고, 아이를 낳고 싶을 뿐이에요."
"아이를 낳고 싶다고?" 우기명의 눈빛이 더욱 깊어지더니 그녀의 허리를 움켜쥔 손에 힘을 주었다.
신유진은 여전히 침착한 표정을 유지했다.
그가 그녀의 입술에 가까이 다가오더니 낮게 깔린 목소리로 말했다. "내가 죽고 나면 유산을 상속받으려고? 신유진, 욕심이 과해."
"그러면 안 되나요?" 신유진은 고개를 들어 우기명을 똑바로 쳐다봤다.
우기명은 그녀의 얼굴을 뚫어지게 쳐다보며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아내의 의무를 어떻게 다할 생각이지?"
남자가 주는 압박감은 상당했다. 그녀를 쳐다보는 그의 눈빛은 마치 먹이를 발견한 늑대 같았다.
위험을 감지한 신유진은 무의식적으로 그의 품에서 벗어나려 했다.
다음 순간, 남자가 그녀를 안아 올리더니 침대에 눕혔다.
공기 중에 호르몬 냄새가 가득 퍼졌다.
남자가 진심이라는 것을 뒤늦게 알아차린 그녀는 온몸이 뻣뻣하게 굳었다.
'망했어. 연기가 과했어.'
그녀가 '병든 남자'를 기절시켜야 할지 고민하고 있을 때, 우기명이 갑자기 동작을 멈췄다.
그는 흥미를 잃은 듯 그녀를 풀어 주고 몸을 일으켰다.
"내가 몸이 좋지 않아서 말이야. 너를 실망시킨 것 같군."
그는 와인잔을 손에 들더니, 뒤도 돌아보지 않고 침실을 나섰다. 그의 뒷모습은 차갑고도 고독해 보였다.
"쾅!" 하는 소리와 함께 문이 닫혔다.
신유진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쓰러지듯 침대에 누웠다.
'위험했어! 이 남자의 엄청난 압박감 땜에, 자칫 일을 그르칠 뻔 했어.'
다음 날 아침, 식탁.
우기명은 말끔한 정장을 차려 입고 있었는데, 안색은 여전히 창백했지만, 상위자의 위압감은 감출 수 없었다.
신유진은 죽을 먹으며 아무렇지 않은 척 입을 열었다. "오늘은 제 여동생 신수빈과 고명진의 약혼식이에요. 저도 참석해야 해요."
신문을 넘기던 우기명의 손이 순간 멈칫했다.
신유진은 조심스럽게 그의 눈치를 살피며 물었다. "기명 씨도 참석하실 건가요?"
신씨 가문과 고씨 가문의 약혼식이니, 우기명도 그녀와 함께 참석하는 것이 예의에 맞았다.
우기명은 눈도 깜박하지 않고 차갑게 말했다. "집사한테 선물을 준비하라고 했어. 나중에 운전기사가 널 데려다 줄 거야."
그 말인 즉, 거절이었다.
신유진은 눈을 내리깔아 눈빛에 스친 조롱을 감췄다.
'하긴, 곧 죽을 사람이 그런 시끌벅적한 장소에 갈 리가 없지.'
"네."
챕터 목록
총 201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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