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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약혼식
약혼식 현장에는 고급 차량이 줄지어 있었다.
오늘 약혼식에 참석한 사람들은 모두 항성 각계각층의 유명인들이었다.
신유진이 차에서 내리는 순간, 저택 입구는 마치 음소거 버튼을 누른 듯 조용해 졌다.
달빛처럼 하얀 실크 드레스를 입은 그녀가 걸음을 옮길 때마다 치맛자락이 물결처럼 흔들렸다.
허리까지 내려오는 웨이브 머릿결은 차가운 거리감을 풍겼고 압도적인 아름다움을 자랑하는 그녀의 미모에선 쉽게 다가갈 수 없는 위압감이 느껴졌다.
그녀가 입은 드레스는 세계적인 디자이너 'S'의 마지막 작품으로, 전 세계에 단 한 벌밖에 없어, 돈이 있어도 살 수 없는 귀한 드레스였다.
저택 입구, 신유진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눈빛에는 감탄과 질투, 그리고 희미한 조롱과 연민이 뒤섞여 있었다.
"어머, 이게 누구야? 우리 '생과부' 잖아."
날카로운 목소리가 고요함을 깨뜨렸다.
입을 연 사람은 신수빈의 절친인 임교은이었다. 그녀는 신유진의 앞을 가로막고 그녀의 드레스를 훑어보며 차갑게 비웃었다. "오늘은 수빈이와 명진 오빠의 중요한 날이야. 이렇게 입고 나타나서, 누구한테 꼬리치려고? 게다가 창피한 줄도 모르고 짝퉁 드레스를 입고 와? 가난한 티를 내고 싶어서 안달 났어?"
신유진은 태연한 얼굴로 눈도 깜빡하지 않고 그녀를 지나치려 했다.
"거기 서!" 임교은은 신유진의 손목을 잡더니 목소리를 높였다. "왜? 찔려? 설마 정말로 명진 오빠를 유혹하려고 이렇게 야한 드레스를 입고 나타난 거야? 신유진, 넌 이제 우씨 가문의 곧 죽을 남자의 아내야. 창녀처럼 꼬리치며 다니지 마!"
주변에 모여든 명문가 아가씨들은 입을 가리고 비웃었다.
"소문 들었어? 우 도련님이 결혼식 전에 상태가 위급해 응급실에 실려 갔는데, 아직도 침대에서 내려오지 못한대. 저 여자는 한 달 동안 얼마나 외로웠을까?"
"시골에서 자란 것들은 역시 교양이 없어. 아무리 우씨 가문에 시집을 갔다고 해도 천한 건 바뀌지 않아. 대체 누구를 유혹하려고 저렇게 야한 드레스를 입고 나타난 건지 모르겠어!"
"그때, 명진 오빠가 신유진을 밀쳐내고 신수빈을 구한 건, 진작에 신유진의 본 모습을 알아차렸기 때문일 거야. 저런 여자는 버림받아도 싸."
그들의 내뱉은 한마디 한마디는 마치 날카로운 바늘처럼 신유진의 심장을 찔렀다.
신유진의 눈빛이 싸늘하게 식더니 손가락이 살짝 움직였다.
그녀는 지금 임교은의 팔을 부러뜨릴지, 아니면 더 은밀한 방법으로 그녀가 입을 다물게 만들지 고민하고 있었다.
"말 다 했어?" 신유진의 목소리는 싸늘하기 그지 없었고 맑은 눈동자에 여태 본적 없는 날카로운 빛이 스쳤다.
신유진의 눈빛에 깜짝 놀란 임교은은 버럭 화를 냈다. "네가 감히 나하고 이딴 식으로 말해? 근데, 곧 죽을 네 남편은 왜 약혼식에 오지 않은거야? 죽기 직전이라서 오지 못하는 거야? 아니면 더러운 너를 데리고 약혼식에 참석하는게 창피해서 오지 않은거야?"
신유진은 차가운 눈빛으로 임교은을 내려다봤다. 그녀의 얼굴에 두려움이라곤 찾아볼 수 없었다. 그래서일까? 오히려 임교은야 말로 우스꽝스러운 광대 같았다.
임교은은 화를 참지 못하고 소리를 질렀다. "우씨 가문에 시집가면 다인 줄 알아? 네가 버림받은 창녀라는 걸 모든 사람들이 다 알아! 넌 조만간 우씨 가문에서 쫓겨 날거야!"
신유진은 손을 휙 들어 올리더니 임교은의 뺨을 내리쳤다.
맑고 선명한 소리가 공중에 울려 퍼졌고, 임교은은 믿을 수 없다는 듯한 표정으로 신유진을 쳐다봤다.
신유진은 그런 그녀를 내려다보며 물었다. "이제 입 다물 수 있겠어?" "이 미친 년이, 감히 날 때려!?"
분노에 휩싸인 임교은이 신유진의 뺨을 때리려 할 때, 귀를 찢는 듯한 브레이크 소리가 사람들의 등 뒤에서 들려왔다.
가 0001 번호판을 단 검은색 벤틀리가 사람들 앞에 멈춰 섰다.
차 문이 열리기도 전에 검은색 정장을 입은 경호원들이 귀신 같이 나타나 임교은을 둘러싸더니 신유진의 손목을 잡은 임교은의 손을 강제로 떼어냈다.
"너희들 뭐야! 당장 놓지 못해?!" 임교은은 두려움에 떨며 소리를 질렀다. "여기가 어떤 곳인지 알아? 내가 누군지 아냐고? 항성에서 계속 지내고 싶으면 당장 이거 놔!"
리더로 보이는 경호원이 무표정한 얼굴로 물었다. "감히 우씨 가문의 사모님을 건드려? 누가 너한테 그런 용기를 준거지?"
임교은은 몸이 뻣뻣하게 굳었고 경호원의 옷깃에 새겨진 우씨 가문의 문양을 본 순간 그녀의 안색이 하얗게 질렸다.
'우씨 가문?... 그 흑도 백도 모두 장악한 그 우씨 가문?'
약혼식장은 순식간에 죽은 듯이 고요해졌다.
조금 전까지 신유진을 조롱하던 사람들은 이 순간, 숨조차 제대로 쉬지 못했다.
임교은의 기세가 완전히 꺾였다. "우, 우씨 가문이면 어때서? 난 아무 짓도 하지 않았어..."
말은 그렇게 했지만, 그녀는 불안에 휩싸였다.
'우씨 가문 경호원이 왜 신유진을 감싸는 거지?'
'신유진은 우씨 가문에서 별 볼일 없는 사람이잖아?'
그때, 차 문이 천천히 열리더니 우기명이 차에서 내렸다.
그는 여전히 세련 된 검은색 정장을 입고 있었는데, 그의 살기 어린 날카로운 눈빛에 약혼식에 참석한 사람들은 숨막히는 한기를 느꼈다.
신유진은 자리에 멍하니 서 있었다.
'약혼식에 오지 않겠다고 하지 않았나?'
우기명은 사람들의 두려움에 가득 찬 눈빛을 무시하고 신유진의 곁으로 다가갔다.
그는 자연스럽게 그녀의 허리를 감싸 안고 품에 끌어당겼다. 그의 행동은 거만하면서도 다정했다.
"우, 우 도련님..." 임교은은 바닥에 주저앉아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우기명은 고개를 숙여 신유진의 귀가에 흘러 내린 잔머리를 무심하게 정리해 주었다.
그리고 다시 고개를 들더니 차갑게 식은 눈빛으로 사람들을 훑어봤다. "감히 내 아내를 모욕해? 대체 누가 너희한테 그런 용기를 준거지?"
챕터 목록
총 201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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